[재입고] 나를 닮은 일

나를 닮은 일 



이렇게 일할 수도, 이렇게 살 수도 없을 때, 

직장이나 일에 대한 냉소가 만연하고 있다. 아마도 직장이 오롯이 일만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고, 일이 생계를 책임져 주는 것을 넘어 삶의 의미가 되고 희망이 되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시도나 선택, 도전을 하기에는 ‘먹고살 수 있느냐’를 비롯한 외부의 시선이나 내면의 두려움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노력만으로 돈과 지위를 얻기 힘들다. 그렇다면 오히려 지금이, ‘나의 일’을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인 것은 아닐까.

시골에서 소극장을 연 부부, 어떻게 하다 보니 편집자의 길에 들어선 베테랑 편집자, 직장을 다니며 퇴근 후에는 자신을 위한 작업을 하는 독립출판물 작가, 글을 쓰고 책을 파는 작은 책방 운영자, 아침 출근길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 대표, 증권사를 나와 로컬숍을 연구하는 잡지를 만드는 잡지 발행인, 프리랜서 디자이너, 전직 프로파일러 출신의 배우. 8명에게 일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들었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에게 일은 무엇입니까?’,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겪고 있습니까?’

『나를 닮은 일』에서 인터뷰를 한 8명은 모두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 일을 선택하고 그 과정을 겪고 있는 이들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무모하다거나 현실을 모른다고 치부하기도 한다. 혹은 먹고살 만하니까 그런 일을 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는 일을 선택하는데 두려움과 머뭇거림을 갖게 하는 건 단지 현실 때문만일까.

인터뷰이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 ‘왈이의 아침식땅’ 김지언 공동대표는 그런 두려움을 ‘마음의 저항’이라고 표현한다. ‘마음의 저항’이 우리를 더 옭아매는 것은 아닐까. 

왜 일은 현실적이어야 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금호동에서 작은 책방 ‘프루스트의 서재’를 운영하는 박성민 대표는 ‘각자 먹고사는 기준은 다르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먹고사는 기준을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불행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삶의 방식은 다양해지지 못하고, 일은 오직 생계를 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 자기의 일을 선택하고 그 과정을 지나오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직 명(明)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극장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 작은 책방은 월세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타트업은 곧 사무실을 비워야 하고 직원 월급을 걱정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나와 자기 일을 시작한 이들이지만 두려움과 후회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일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김남규 

발행일: 2018년 10월 19일 

페이지: 224p 

판형: 120 x 188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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