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15,000원
출판: 리시올 / 플레이타임
지은이: 이토 세이코
옮긴이: 김효진
판형: 122×190mm
페이지: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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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도시의 비좁은 하늘 아래,

정원은 꿈도 못 꾸지만 우리에겐 베란다가 있다

 

경력은 베테랑, 전문성은 아마추어

원예인(이자 작가) 이토 세이코가 도쿄 외곽의 맨션 베란다에서 기록한

우왕좌왕 베란다 식물 관찰 일지

 

도시 생활이 일반화한 현대에도 우리는 식물 키우기를 멈추지 못한다. 그저 잠시 피는 꽃을 보겠다는 기대로 비좁은 주거 공간 속에서 화분 놓을 자리를 찾고 퇴근 후 부족한 휴식 시간을 쪼개 지난한 돌봄을 자청한다.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는 그처럼 식물을 키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도시 원예인의 희로애락을 계절의 순환과 함께 담아낸 책이다. 제35회 노마문예신인상과 제2회 시즈오카서점대상, 제15회 고단샤에세이상 등을 수상한 작가이자 방송인, 음악인 그리고 무엇보다 원예인인 이토 세이코가 2004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아사히 신문』에 매주 연재한 일기 형식의 에세이를 모았다.

만능 인재로 알려진 데다 원예 잡지 『PLANTED』의 편집장 경력까지 가진 이토 세이코지만 정작 이 책에서 보여 주는 모습은 우왕좌왕의 연속이다. 시들어 가는 화분을 지켜보며 가지치기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이미 시든 듯한 화분을 버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미련이 남아 기약 없는 돌봄을 시작하며, 급기야는 동종 화분을 사서 안 그래도 부족한 공간을 더욱 비좁게 만들고는 후회에 빠진다. 흙 쌓아 둘 공간이 없다며 모든 화분을 부엽토로 채우는 우악스러운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우연의 도움으로 살구의 인공 수분에 성공하고는 우쭐해한다.

이처럼 이 책은 전문가가 알려 주는 원예의 요령과는 거리가 있다. 오랜 기간 식물과 어울려 산 평범한 도시 생활자의 꾸밈없는 일상을 보여 주고, 그 안에 자연스레 섞여 드는 사색과 유머, 소소한 감동의 순간을 나눌 따름이다.

지은이는 단지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운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나가며 우리는 베란다에도 나름의 복잡한 생태가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집에서 한 발짝 나온 공간인 만큼 계절의 변화가 한층 또렷하고, 식물들 외에도 여러 곤충이나 어항 속 물고기, 씨앗이 담긴 똥을 떨구고 가는 새까지 다양한 행위자가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베란다는 사시사철 쉴 틈 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로 변모한다(너무 그럴듯한 베란다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 “울창한 숲 같은 베란다”를 상상하고 보여 달라던 방문객들이 하나같이 말을 잃고 돌아갔다 하니까).

그리고 그런 작은 사건 하나하나에 주목하며 식물을 돌보는 사람을 지은이는 ‘베란더’라고 부른다. 독신 생활을 하는 맨션의 자투리 공간인 베란다에 빼곡히 화분을 놓고 키우는 자신만이 아니라, 현실의 제약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놓지 못하는 뭇사람을 향한 우정 어린 표현이다.

 

“시도하거든 시들고 시들거든 시도한다”

베란더의 원예 일기란 실패의 기록일지니

주저 말고 식물과 더불어 일희일비하라

죽어 가는 것을 돌보며 인간은 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 원예에 발을 들이면 뜻대로 자라지 않고 걸핏하면 시드는 식물에 좌절감부터 느끼곤 한다. 지식이나 기술의 부족 탓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크다. 애초에 식물에 최적의 환경과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베란더의 원예 일기란 실패의 기록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베란더 생활을 해 온 지은이 이토 세이코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그는 좌절하기보다는 “시도하거든 시들고 시들거든 시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쾌활함을 잃지 않는 점이 남다르다.

시든 식물을 보며 낙심했다가도 이내 새로운 화분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겨울 베란다의 쓸쓸함에 잠기기보다는 “남 보기엔 살풍경하기 짝이 없을 테지만 내 머릿속에는 또렷하게 봄의 예상도가 떠올라 있다”며 가지치기에 공을 들인다. 꽃이 흐드러질 봄을 상상하며 마른 가지뿐인 화분을 향해 물을 준다. 하지만 반대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들을 상대로는 돌봄을 게을리하다가 시들게 해 뒤늦은 후회에 잠기기도 한다. 직접 수확한 차를 마시겠다며 차나무를 샀다가 현실의 벽을 통감하는가 하면 꽈리고추의 강인함을 찬미하다가 그만 베란다부터 부엌까지 온통 꽈리고추투성이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다가도 곧 “항상 꽃이 덧없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주제에 강인한 꽃에 감사할 줄 모르는 건 너무 방자한 것 아닌가”라며 반성하기도 한다.

전문가의 눈에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원예일지도 모른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것 같지만 종종 엉뚱한 시도를 하고(베란다에서 벼를 재배하는 것 같은!) 중요한 순간에 게으름을 부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해설’을 쓴 원예가 야규 신고는 원예에는 “꽃을 ‘잘 키우는’ 것”과 “식물과 더불어 일희일비하는 것”의 두 갈래가 있으며, 지은이의 원예는 귀중한 소수파인 후자에 속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나와 있는 원예 책의 99%”는 ‘잘 키우기’에 숙달하는 길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알려 주지만, “수험 공부하듯 공부”해 식물 육성에 숙달할 뿐이라면 “식물을 장악하고 있다는 감각”을 갖게 되기 쉽다. 그 결과 ‘죽어 가는 것을 돌보기’가 가져다주는 성장의 기회도 잃게 된다. 그렇기에 어떤 원예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식물을 돌보는 베란다 원예가, 그중에서도 무턱대고 숙달을 지향하기보다는 때로 실패하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식물의 안색을 살펴 스스로 판단하는” 지은이의 방식이 “원예의 어떤 극치”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극치’가 무엇인지 짚어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은이의 일기를 읽어 나가며 우리는 자연스레 그것이 “우리와 종이 다른 생명은 바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원예는 식물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충만감이란 무엇보다 거듭되는 실패 역시 원예 생활의 당연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알려 준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질 때쯤 불현듯 황홀이 찾아오곤 한다는 것도.

 

만담 같은 너스레와 절절한 진심을 오가며

이별을 반복하며 돌아오는

식물들의 현재를 힘껏 기록한다

 

지은이는 식물 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을 남겼다가 다시 본들 기억은 희미하고 그때 그 식물에 느낀 감정도 되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 써 남기면 식물을 둘러싼 상황들이 또렷해지며 “그 꽃의 어떤 모습에 매료되었던 건지, 왜 그 뿌리내린 방식에 놀랐던 건지, 왜 싹 하나가 올라왔다고 미치도록 기뻐했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도 그는 사진이나 그림을 곁들이는 일 없이 “식물들의 상태를 최대한 정확히 옮겨 적고 싶다는 숨길 수 없는 강렬한 욕망”에 충실하게, 그리고 우직하게 글을 써 나간다. 매주 연재지만 글감의 고갈은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감이 잔뜩인데” 연휴로 휴재를 맞게 된 아쉬움을 토로한다(원예 일기를 시도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어디서나 글감을 발견하는 그의 눈에 주목해 보는 것이 좋겠다). 베란다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하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여긴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로부터 ‘글’이기에 맛볼 수 있는 묘미가 생겨난다. 첫째 묘미는 연극, 만담, 랩, 방송 등으로 단련된 입담이다. 볕이 드는 쪽을 향해 피는 꽃의 성질과 실내라는 조건이 빚는 괴리 탓에 매번 베란다로 나가 꽃 정면으로 돌아 들어가야 하는(안 그러면 항상 뒤에서 꽃을 보게 되므로) 번거로움을 묘사하다가 벚꽃류는 아래를 향해 핀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분 앞에서 납죽 엎드려 꽃을 감상하는 장면이 우리가 이 책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는 지은이의 모습이다(18~19쪽). 주말 식목 시장에서 “발 빠르게 진품을 발견해 망설임 없이 획득”하고 의기양양해져 “비닐 봉지를 한 아름 늘어뜨리고” 개선하는 장면이나(37~38쪽), 마트에서 하나 남은 화분을 둘러싸고 다른 방문객들과 눈치 대결을 펼치는 장면(106~107쪽)은 눈앞에서 한 편의 콩트를 상연하는 것만 같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누구나 앞바퀴 바람이 빠진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식목 시장으로 향하는 지은이의 모습이 뇌리에 남게 되지 않을까.

유머러스한 입담이 독자에게서 빠르게 친근감을 이끌어 내는 기술이라면, 오래 식물을 차분히 관찰해 온 사람이기에 가능한 담백하고도 섬세한 식물 묘사는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하고 미시마유키오상, 아쿠타가와상 후보에도 올랐던 문필가로서의 매력을 펼쳐 보인다. “아슴푸레하게 비쳐 보이는 꽃잎에 약한 햇빛이 비쳐 들”며 “얼마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 어느 흐린 날의 베란다에 대한 묘사(141쪽)는 지은이의 들뜬 기분에 우리를 동화시킨다. 또 마치 의지를 가진 듯 개화의 순간을 보여 주지 않는 박꽃과 지은이의 술래잡기를 지켜보면서는 같이 긴장하고 같이 허탈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212~213쪽). 어린 시절 지은이에게 식물 키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던 큰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 밤, 8년 만에 피어났다가 날이 밝기 전에 시든 월하미인의 위로는 먹먹한 감동을 준다(75~77쪽).

 

치유를 주는 사물이 아니라 티격태격하는 동반자

베란다 원예의 밑바탕에는

자연을 향한 원초적 그리움이 존재한다

 

원예와 반려 식물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종종 힐링 같은 키워드를 동반한다. 지은이는 이 책의 전작 격인 『보태니컬 라이프』에서 이런 힐링론을 비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식물과 티격태격하며 공동 생활을 이어 가고 있는 지은이인 만큼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식물에 사람을 위로하는 독특한 힘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지은이도 부정하지 않는다. 지은이 역시 상실을 함께 애도해 준 월하미인만이 아니라, 세계의 참상을 전하는 소식들과 미디어의 선정주의에 위통까지 앓다가 “오직 생존만을 염두에 두고서 묵묵히 자라고 있”는 브로콜리로부터 위안을 얻기도 하고(112~114쪽), 심한 몸살을 앓아 베란다로 나가기도 힘들 때 “허청허청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새를 실내에서도 볼 수 있”는 버들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한다(132~133쪽).

지은이는 어느 여름 땅거미가 내릴 때 부모님 집 마당에서 박꽃의 개화를 지켜보며 느낀 ‘자연 그 자체에 녹아드는 듯한 잊을 수 없는 감흥’에 취해 자기 베란다에도 박꽃을 들였다가 애를 먹은 경험을 들려주는데(203~204쪽), 매일매일을 숨 가쁘게 보내는 도시 생활자들이 원예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결국 이런 감흥에 대한 그리움을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런 그리움을 자기 안에서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원예 일기를 읽어 나가며 베란다 원예가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서 계절과 생명의 순환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체험임을, 열악한 환경에서도 용케 꽃을 피운 식물로부터 받는 감동은 이 행위를 이어 나갈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와는 다른 생물인 식물의 생태계에 기록자로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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