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고] 저도 내리니까 밀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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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은지, 수경, 의성, 건휘, 기병
출판: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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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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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내리니까 밀지마세요

 

 

대중교통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통과하는 거대한 일상입니다. 회사에 갈 때, 학교에 갈 때,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여행을 갈 때,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갈 때, 혹은 어딘가에 갈 때 우리는 늘 버스와 지하철 노선도를 살펴봅니다. 요즘엔 출발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인해 최소 환승으로 최단시간 내에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알아낼 수 있게 되었죠.

 

주차 지옥인 대한민국의 서울에, 자차를 끌고 약속장소로 향한다는 것은 꽤나 큰 각오를 하지 않고선 쉬이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도심 곳곳에 놓여 있는, 이른 시각부터 늦은 시각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수도권이 대중교통시스템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오래 서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운동화와 지루함을 달래줄 음악과 책 따위만 있다면, 파주에서 산본 정도는, 혹은 노원에서 인천 정도는 가뿐하게 다녀올 수 있죠.

 

대중교통은 이처럼 우리에게 단돈 몇 천만으로 시와 구와 동을 넘나드는 공간 이동이 가능성을 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혹자로부터 지옥이라는 멸시를 당합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먼저 타기 위해 버스의 정차 지점을 치열하게 예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지긋지긋한 ‘왕복’의 삶에서 달아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씁니다. 나도 내리니까 제발 밀지 좀 말라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고 제발 저 거구의 사내가 내 옆에 앉지 않기를 바라며 두 귀를 이어폰으로 막고 고개를 숙입니다. 그토록 발랄하고 생기 넘치던 일상이 버스와 지하철만 타면 시든 콩나물처럼 표정을 잃고 스러집니다. 아침의 피로는 버스와 지하철을 거쳐 저녁의 피로가 되고, 다시 한 번 퇴근길의 버스와 지하철을 거쳐 조금씩 우리 몸과 마음에 고통으로 새겨집니다. 그래서 혹자는 대중교통을 대중고통이라고 비꼬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우울한 풍경에 약간의 균열을 내고 싶었습니다. 익숙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일상이 되어버린 ‘대중고통’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추억을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작업은 생각보다 재밌었고, 대중교통이 우리에게 준 고통이 정말로 고통스러운 고통이었는지, 한 번쯤 음미해볼 만한 고통이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삶의 꽤 넓은 영역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어떤 추억과 선명한 각성의 계기를 버스 안에서, 지하철 승강장 안에서 경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우리의 이야기가 궁금하길 바랍니다. 그것은 곧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할테니까요.

 

 

 

책 속에서

 

우리는 매번 전철을 타는 이유는 내일을 위해서다. 오늘 당장에 하고 싶은 것들을 미루고 회사나 직장에 가고 있으니.

오늘을 참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전철을 타면 조금이나마 나은 미래행을 타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다 보니 점점 잊혀 가는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_44p

 

멋지게 파도를 타는 여자친구의 모습에 그녀가 버스에 서있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휘청휘청 발목에 힘을 조절해가며 버스카드를 삑 찍는. _116p

 

 

 

 

 

 

 

글: 은지, 수경, 의성, 건휘, 기병

출판: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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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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