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고] 감정화하는 사회(感情化する社会)

18,000원
지은이: 오쓰카 에이지(大塚英志)
옮긴이: 선정우
출판: 리시올 / 플레이타임
출간일: 2020년 1월 10일
분야: 인문비평‧문학‧대중문화
페이지: 312쪽
크기: 12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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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화하는 사회(感情化する社会)

 

 

인터넷 플랫폼은 우리 삶을 남김없이 콘텐츠화한다 

그 결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감정화하는 사회다 

 

‘플랫폼’은 몇 년 전만 해도 낯선 IT 용어였지만 이제는 일상어 대열에 들어선 것 같다. 이와 함께 플랫폼이 내세우는 소위 ‘공유 경제’ 노동자들의 처우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문학 영역을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웹소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으며 이 같은 약진의 바탕에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들이 있다. 또 평범한 우리 다수도 이런저런 플랫폼의 ‘유저’가 되어 ‘나’를 표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른바 ‘플랫폼 자본주의’는 일차적으로 경제 영역의 현상이지만 이를통해우리의 문화와 삶, 사고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비평은 어떤식으로 이 현재를 포착하고 미래를 예감해야 할까. 

과거 『이야기 소비론』(1989)으로 이후 일본 서브컬처 비평의 이론적 토대를 놓았던 지은이는 『감정화하는 사회』에서 ‘이야기 노동론’을 말한다. 『이야기 소비론』에서 그는 동인지 창작 같은 2차창작의 유행과 함께 작가가 작품을 생산하고 독자는 소비할 뿐 이던 기존관계가 무너지는 미래를 전망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25년여 후에 이르러 이전에 자신이 포착하지 못했던 ‘노동’ 시점을 도입할 필요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포스트포드주의, 신자유주의, 지식 기반 경제, 인터넷, 플랫폼의 부상 등을 거치며 “노동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잉여 가치 생산에 무자각적인 동시에 자발적으로 총동원되는 체제”가 성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극히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이 만연해졌을 뿐 아니라 대다수 사람이 ‘유저’이자 ‘무상 노동자’로서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런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이루어진 착취적 생태계가 초래하는 문제가 사회 전체의 ‘감정화’라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문제 의식이다. 감정화란 좋음과 싫음, 쾌적함과 불쾌함, 감동과 혐오 따위 감정이 판단의 주된 근거가 되는 사태를 뜻한다. 인터넷은 자아를 표출할 공간을 만인에게 개방했으며, 끊임없이 나를 드러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수용자 입장에서도 우리는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지 않고 즉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점점 더 선 호하게 된다. 『감정화하는 사회』는 이처럼 새로운 유형의 자본주의가 도래해 감정화가 전면화되고 ‘반지성의 쾌락’이 사회 전영역을 압도하고있는 현실을 문제 삼는다. 그리고 감정바깥에서 현실을 바라보고 새로운 공공성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비평 언어를 촉구한다. 한국에서 지은이는 만화 원작자이자 작법서 작가로 유명하지만 일본에서는 그 이상으로 정치, 문학, 서브컬처를 가로지르는 전방위 비평가로 독보적인 입지를 지켜 왔다. 오타쿠가 사회적 논쟁의 대상으로 떠올랐을 때 편견과 대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가까스로 수명을 연장 하고 있는 순문학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후 민주주의의 지지자로서 헌법과 덴노(천 황)제에 대해서도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왔다. 무엇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감의 언어화”를 본령으로 삼은 비평가인 그는 사회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독창적인 사유로 개입 지점을 마련해 왔다. 2000년대 이래 한동안 민속학과 이야기론에 집중했던 그는 2016년에 출간한 이 책에서 한층 예리해진 문제 의식으로 일본 사회와 문학의 현실을 비판한다. 나아가 그가 활용한 ‘감정화’라는 비평적 틀은 우리 사회와 문학을 진단하는 데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줄 것이다. 

 

‘계급의 부활’을 받아들이는 문학 문체를 버리고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문학 

역사 수정주의에 편승하는 문학 

 

 지은이는 ‘감정 노동’과 ‘플랫폼’ 개념으로 감정화하는 현대 일본 사회를 조명한 후 문학에 시선을 집중한다. 우선 그는 문학을 흔히 ‘순문학’이라 불리는 문단 문학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고급 문단 문학과 상업 대중 문학의 위계적 구분을 인정하지 않으며,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활발하게 창작되는 오늘날의 라이트노벨을 문학의 중요한 일부로 평가하기도 한다. 상업적 성공을 중요시해서가 아니라(“나는 ‘잘 팔리는 문학’이 ‘올바르다’고는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문학 을 향유하는 민중의 존재를 우선시하는 민속학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부 ‘감정화하는 문학’을 여는 3장 「스쿨 카스트 문학론」에서 지은이는 일련의 ‘스쿨 카스트 문학’을 다룬다. 카스트 사회처럼 서열화된 학교 안에서 최상위 카스트에 속해 있던 기리시마의 부재가 일으킨 파장을 다양한 카스트의 인물 시점을 오가며 그리는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인간력 테스트’라는 가상의 서열 제도가 시행되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추리 소설 기법으로 추적하는 『그저 그것만으로 좋았습니다』 같은 작품은 신자유주의화가 만들어 낸 신계급 사회의 축도다. 비록 전자와 달리 후자는 하위 카스트의 시점을 취하지만, 이들 스쿨 카스트 문학 작품은 결국 제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은이는 1968년 발표된 오에 겐자부로의 「세븐틴」 역시 일종의 스쿨 카스트 문학이라 주장하면서 주인공 의 과격한 ‘우익 혁명’을 오늘날 작품들에 대비시키며, 2010년대의 두 문학은 카스트를 긍정 하고 제도(사회나 플랫폼)에 순응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본 전후 문학의 한 영역이었던 ‘패자의 문학’을 되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지은이는 20세기 문예 비평가 에토 준의 문체론을 참조해 오늘날 문학의 주요 특징 하나인 문체의 상실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문체란 작가와 사회 사이의 알력이 발하는 불꽃’이다. 그런데 감정화한 사회에서는 이런 알력이 불편함이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며 문학 역시 그 영향에 휩싸이게 된다. 지은이는 문체 없는 문학, 전복성이 휘발된 문학의 사례로 2015 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마타요시 나오키의 『불꽃』을 제시한다. 이 소설의 화자에게 불꽃은 자신이 일으켜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거리를 지키며 바라보는 대상이다. “그리고 이처럼 마타요시가 타자 및 사회와 적절히 거리를 두는 방식이야말 로 독자들이 원하는 바인 셈이다.” 지은이는 독자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고 즉효성을 발휘하는 문학을 ‘기능성 문학’이라 부르며, 문학의 언어를 형성하고 규정하는 역사와 사회를 발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문학의 감정화는 역사의 감정화와도 조응한다. 지은이는 그 사례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근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를 분석하며 이 소설이 현재 일본을 뒤덮고 있는 역사 수정주의에 편승하는 알레고리 소설이라고 비판한다. 괴테의 『빌헬름 마이 스터의 편력 시대』에서 교양 소설(Bildungsroman)의 구조를 차용했지만, 이때의 교양/형성 (Bildung)이 실은 ‘국민의 형성’에 불과하며 나아가 가해의 역사를 부인하고자 하는 현재 일본 의 욕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메신저가 주도하는 새로운 언문일치 운동 

감정화하는 문학 저편에서 도래하는 AI 문학 

 

소설의 문체는 묘사를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최근 문학은 묘사를 점점 생략하고 있다.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읽기 편한 이야기가 점점 더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를 ‘쓰기’라는 행위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를 요구”받은 결과로 이해한다. 모바일 메신저의 단문 대화, 트위터처럼 글자 제한이 있는 SNS에 익숙한 현대의 독자들이 읽기 번거롭고 실용성도 떨어지는 묘사문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지은이가 이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어쩌면 근대 문학 초기의 언문일치 운동을 SNS와 AI 등이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근대 초기에 문학이 주도했던 언문일치를 지금은 인터넷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언문일치 운동이 지녔던 한계, 즉 ‘외부의현실에서 단절된 문체(더구나 남성 작가가 관리하는 여성 1인칭 문체)로 내면만을 말한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언어가 겪고 있는 운명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신자유주의화는 문학의 형식과 내용까지 단숨에 변형시켜 버렸다. 그리고 감정화에 무기력하게 굴복한 문학은 기능성 문학으로 탈바꿈하는 식으로 이 변화에 순응 하고 있다. 

 

지은이는 문체의 소멸과 기능성 문학의 범람이 낳을 가능성과 위험을 한층 증폭시킬 매개로 AI에 주목한다. 이 책이 출간된 2016년에 이미 AI는 기존 작가의 문체를 모방해 이야기를 지 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또 지은이는 조만간 AI가 장르별 문학의 본질(신화학자 조지프 캠 벨의 용어로는 ‘원질’)을 파악하게 되리라 예측한다. 이 예감이 적중하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빅데이터로 학습한 AI는 비슷비슷한 구조와 문체를 지닌 기능성 문학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비평가와 편집자가 담당하던 ‘평가’를 AI가 대행하지 못하리라는 법도없다. 그리고 소설 쓰는 AI와 평가하는 AI가 서로를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그 소설과 평가도 빠른 속도로 향상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인 우리에게는 플랫폼에 자아를 표출 함으로써 AI의 창작과 비평에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문학 자체에 관한 한 지은이는 자신이 예감한 미래를 전적인 디스토피아로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일본이 전쟁을 거치며 제대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입장이고, 인터넷 등이 마련한 ‘근대와 민주주의의 재실행’ 가능성을 신자유주의, 플랫폼, 감정화가 가로 막고 있기에(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가 1장에서 소개한 ‘덴노의 마음 표명’ 사건이다) 그는 이 변화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문학 곧 언어며, 그렇기 때문에 그는 비평의 불가능성을 감지하면서도 비평으로 맞서는 방법을 택했다. 감정화에 휩쓸리지 않는 비평의 가능성, 감정화한 오늘날 세상의 현실을 직시하는 비평의가능성, 만약 이 책이 약간의 유효성을 지닐 수 있다면 이는 ‘사유의힘’ 을 활용해 저 가능성들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은이: 오쓰카 에이지(大塚英志)

옮긴이: 선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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