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문학
소개글
<코딩문학>은 코딩문학제 출품작 중 73편의 작품들에 짧은 평론과 삽화를 덧붙여 엮은 시집입니다.아름다운 책에 담긴 개발자식 농담을 즐겨보세요. <코딩문학>을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 문과와 이과 사이 어디쯤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책 속의 문장
<인생>
잠깐 밖으로 벗어나도
</인생>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 최성원
[Code Review]
시인은 HTML의 형식을 빌려와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1행에선 인생이라는 ‘div’가 열리고(<인생>), 3행에선 닫힌다(</인생>). 이 시적 실험의 결과로 2행과 4행은 '사는 동안과 죽고 나서'라는 전혀 다른 시공간에 놓이게 됐다.
사는 동안 “잠깐 밖으로 벗어나도···”를 우물거리다 죽고 나서야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화자를 마주할 때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회한이다. 나는 왜 정해진 길이 있는 것처럼 굴었던가.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우리 인생의 ‘div’는 여전히 열려있음을.
특별히 독창적인 메시지라고 할 순 없겠지만,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일반적인 시의 형식에서 ‘잠깐 벗어나’면서도 시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말의 증거가 되는 완결성을 성취해 낸 이 실험으로 문학은 새로운 영토를 획득했다. 아마 그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은 이것일 것이다. <코딩문학>
—
너는 사소했지
나는 전부였어
<개발자님 1px만 옮겨주세요>
| 박수연
[Code Review]
간단해 보이지만 상당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 예를 들면 버튼을 1픽셀 옮기는 일 같은.
티도 안 나는 것 같지만 완성도를 결정짓는 한 끗이 있다. 예를 들면 버튼을 1픽셀 옮기는 것 같은.
이 짧은 시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입장에 따라 다른 세계에 산다는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우정이 싹틀 수 있다면, 그 시작은 각자의 세계 사이에 1픽셀의 거리가 있음을 잊지 않는 데서부터일 것이다.
—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변해요. 심지어 사람은 6년 뒤면 세포 하나까지도 같은 점이 없다고 해요. 테세우스의 배 같은 거죠. 그래서 전 알고리즘이 좋아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전무결한 시스템을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거니까요. 민영 씨는 어떠세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
“민영 씨, 제가 너무 제 얘기만 한 것 같아요. 알고리즘의 무결성 얘기는 재미없었을 텐데. 갑자기 화장실 간다고 하셔서 조금 정신이 들었어요. 그 얘기는 제가 괜히 꺼냈어요.”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정말요? 그럼 분명히 이 얘기도 좋아하실 거예요.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에서···.”
/
“민영 씨, 이것 좀 보세요. '코딩문학제'라는 걸 한다네요?”
“개발자들은 문학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요? 그것도 재밌는 포인트겠네요! 저녁은 어떤 걸…."
“아니에요 민영 씨, 코드를 짠다는 것 자체가 글을 쓰는 것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요.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이나 각 글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지어져 있는지 등 글을 쓰는 것과 코드를 짜는 건 비슷한, 어 민영 씨?”
그렇게 내 소개팅은 끝났다.
| 김재승
[Code Review]
부조리극, 혹은 리얼리즘.
—
<버그를 받아들이는 5단계>
부정: 아니 이거 제가 한 거 아닌데요?
분노: 이게 왜 안 되냐고 진짜.
협상: 이거 다음에 수정하면 안될까요?
우울: 아··· 남이 짠 코드를 내가 왜 수정해야 해···.
수용: 어···? 주석에 왜 내 이름이···?
| 김경환
—
<디버깅>
엄마와의 추억을 디버깅해 본다.
F6
좋아하는 반찬이 없어서
반찬 투정한 날
F6
어디 가고 싶다고 하셔도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했던 날
F6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 번도 못 보내드렸던 날
F6
항상 엄마보다 여자친구가
우선이었던 날
F6
용돈 한번 제대로 못 드렸던 날
F6
Exception
왜 Exception이
나기 전엔 몰랐을까
엄마와의 추억도
재시작 버튼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든다.
| 김민호
저자: 강수녕 외 60명(코딩문학제 출품작을 편집하여 엮음)
출판사: 팀스파르타
판형: 109 × 156 mm
페이지 수: 164페이지
발행일: 2023년 7월 31일
ISBN: 9791198358035 (00810)
제본 방식: 양장 제본 / 해드밴드 / 띠지
표지: 아트지 150g / 인쇄 : 단면 1도 / 무광코팅 / 일부 먹박
면지: 매직칼라 클래식블랙 120g
내지: 앙상블 백색 90g / 인쇄 : 양면 1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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