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

22,000원
지은이: 폴 벤느
옮긴이: 이상길
펴낸곳: 리시올
분야: 인문학, 사회과학
페이지: 372쪽
크기: 138*210mm
ISBN: 9791190292191 (93160)
원서명: Foucault Sa Pensee, Sa Perso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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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

 

 

 

책 소개

 

폴 벤느는 1950년대 파리 고등 사범 학교에서 처음 푸코를 만나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까운 친구이자 지적 동지로 지냈다. 푸코주의를 역사학에 접목하는 한편 푸코 후기 작업이 고대사를 탐사하는 데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했던 벤느는 2008년 자신의 결정적 푸코론인 『푸코: 그의 인격, 그의 사유』를 펴내 오랜 벗에게 마지막 헌사를 바쳤다.

 

이 책에서 벤느는 푸코에 대한 오랜 오해를 교정하고 그의 유산이 가진 의미와 잠재력을 전하는 데 진력한다. 그에 따르면 푸코는 무엇보다도 회의주의 철학자였다. 이 책은 푸코 작업의 전반을 아우르며 푸코 사상에 대한 가장 일관되고 에두르지 않는 설명을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교차하는 벤느의 기억 속 인간 푸코의 면모는 회의주의적 고고학자이자 전투적 행동주의자였던 푸코의 초상을 선연히 그려 낸다.이 책은 『푸코, 사유와 인간』(이상길 옮김, 산책자, 2009)의 전면 개정판이다. 번역을 새롭게 가다듬고 주석의 보완 외에도 초판 부록이었던 푸코 연보와 저작 목록을 최신화했다. 더불어 2021년 ‘푸코 스캔들’의 전말과 함의를 담은 옮긴이 에세이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를 ‘개정판 후기’로 수록해 출간의 의의를 더했다.

 

 

 

저자 소개

 

폴 벤느 (Paul Veyne, 1930~2022)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났다. 기성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서 역사적 사실을 바라볼 줄 아는 역사학자,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다방면과 접속할 수 있는 지식인, 독창적인 문필가였다. 권위 있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로마사 교수를 지냈지만 늘 주변인과 비정상인 곁에 머물고자 했다. 고등 사범 학교 시절 사제 관계로 처음 인연을 맺은 미셸 푸코와 그가 타계할 때까지 친구이자 지적 동지 관계를 이어 갔다. 푸코가 세상을 떠난 후 2008년에는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을 펴내 오랜 동료의 작업을 인식론적으로 결산하고 우정의 기억을 돌아봄으로써 벗에게 마지막 헌사를 바쳤다. 이후로도 평생에 걸쳐 쌓은 지식을 세상에 돌려주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로제 카유와상(2009), 프랑스 국립 도서관상(2017), 프랑스 상원 메달(2021) 등을 수여받으며 성과와 영향력을 두루 인정받았다. 모든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올바르게 사유하며 죽기를 희망했던 그는 2022년 9월 29일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대표 저작으로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1971), 『빵과 서커스』(1976), 『그리스인들은 신화를 믿었는가?』(1983), 『르네 샤르와 그의 시 세계』(1990), 『로마 사회』(1991), 『그리스-로마 제국』(2005), 『우리 세계가 기독교화되었을 때: 312~394』(2007), 『내 상상의 미술관: 이탈리아 회화의 걸작들』(2010), 『그리고 영원 속에서 나는 지루해하지 않을 것이다』(2014), 『팔미라: 대체 불가능한 문화유산』(2015) 등이 있다.

 

 

 

역자 소개

 

이상길

 

연세 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프랑스 파리 5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틀라스의 발: 포스트식민 상황에서 부르디외 읽기』(2018), 『상징 권력과 문화: 부르디외의 이론과 비평』(2020), 『책장을 번지다, 예술을 읽다』(공저, 2021), 『라디오, 연극, 키네마: 식민지 지식인 최승일의 삶과 생각』(2022) 등을 지었고, 『근대의 사회적 상상』(2010), 『헤테로토피아』(2014),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2015), 『비장소』(공역, 2017), 『사회학자와 역사학자』(공역, 2019), 『랭스로 되돌아가다』(2021), 『권력과 장소』(근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들어가며

 

1장_세계사 안의 모든 것은 특이하다-‘담론’

2장_역사적 아프리오리만이 있을 따름이다

3장_푸코의 회의주의

4장_고고학

5장_보편주의, 보편소, 사후 형성-기독교의 초창기

6장_하이데거가 뭐라고 했든, 인간은 지성적인 동물이다

7장_자연 과학과 인간 과학-푸코의 프로그램

8장_진실의 사회학적 역사-지식, 권력, 장치

9장_푸코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가? 노동 계급을 좌절시키는가?

10장_푸코와 정치

11장_사무라이의 초상감사의 말

 

초판 옮긴이의 말 / 벤느가 상상한 미셸 푸코-열한 개의 노트

개정판 옮긴이 후기 /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철학자의 섹슈얼리티, 섹슈얼리티의 철학

 

후주

미셸 푸코 연보

미셸 푸코 저작 목록

찾아보기

 

 

 

책 속으로

 

59쪽

푸코에게 과거는 진리들의 묘지였다. 그렇다고 그가 이로부터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씁쓸한 결론을 내렸던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생성의 긍정성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갔다. 무슨 권리로 이 생성을 평가할 것인가?

 

129쪽

우리는 우리가 무엇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이 아니게 되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동성애 혐오와 같은 어떤 편견들은 사라지는 중이다. 우리는 이러한 심성(이 비물질적인 것의 물질성)의 자의성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우리에게 또 다른 편견들은 없을까?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가 죽고 난 뒤 우리 자손들은 그것을 알리라.

 

158쪽

회의주의자가 된다는 것, 그것은 머릿속에서 분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도 잘 살아갈 수 있다. 위태롭다면 이는 종이 위에서일 뿐이다. 우리는 아무런 환상도 없이 더 결단력 있게 행동할 수 있다. 우리의 주인공 푸코도 그런 경우였다. 미래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뭐 중요하겠는가? 우리의 시간성은 우리의 현행성으로 이루어진다.

 

202쪽

유토피아주의자도, 허무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혁명가도 아니었던 이 정의의 사도, 언제나 전쟁터에 있었던 이 개혁가의 삶과 죽음은 이러했다. 내가 감히 그의 양식에 관해 말할 것인가? 그의 이해력의 철학은 역사 속 이성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

 

278쪽

우리가 푸코의 공적인 발언과 텍스트 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성폭력이나 아동 성애에 대한무조건적 옹호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당대 프랑스 현실의 동성애 차별, 아동 억압, 섹슈얼리티 법제화 등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자 그 비판의 기반을 이론적으로 정합성 있게 재구성해보려 한, 반드시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사유의 시도에 가깝다.

 

 

 

출판사 서평

 

프랑스 역사학계의 거장 폴 벤느가 그린

현대 지성의 혁신자 미셸 푸코의 지적 초상

그리고 탄진실 시대의 푸코 읽기

 

푸코의 오랜 친구이자 동지였던 벤느가

단호한 태도로 추출한 미셸 푸코 사유의 정수

 

회의주의적 고고학자이자 전투적 행동주의자였던

푸코와의 대면으로 우리를 이끈다

 

*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이상길 옮김, 리시올, 2023)은 『푸코, 사유와 인간』(이상길 옮김, 산책자, 2009)의 개정판입니다.

* 옮긴이가 기존 번역을 전면적으로 가다듬고 주석을 보강했습니다. 또한 초판 부록이었던 「미셸 푸코 연보」와 「저작 목록」을 최신화했습니다.

* 2021년 ‘푸코 스캔들’의 전말과 그 함의를 다룬 「개정판 옮긴이 후기」를 더했습니다.

 

이 책은 주저 없는 부인과 함께 시작한다. “아니다, 푸코는 구조주의 사상가가 아니었다.” 1960년대에 구조주의는 프랑스 지성계를 휩쓸었고, 열광의 반면에서 인간 주체의 의지를 구조에 종속시키는 결정론적 사고라는 비판 또한 받았다. 그런 가운데 “인간은 바닷가 모래 위에 그려진 얼굴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유명한 『말과 사물』(1966)이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며 푸코를 이 사조의 선두로 각인시켰다. 푸코를 구조주의자로 규정하는 이해는 오늘날까지도 재생산되고 있는데, 벤느는 이 오랜 오인에 종지부를 찍고자 단언한다. “그는 회의주의 사상가였다”고. 벤느에 따르면 초험적 토대에 기초하는 보편 진리를 거부하고 사유로 삶을 정당화하지 말 것을 주장한 것이 푸코의 회의주의다. 이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푸코는 각 시대의 특이성을 이루는 진실을 끝까지 추구했고, 인간 주체의 자유를 믿으며 스스로 실천 속에서 이를 입증했다.

 

고대 그리스-로마사의 대가로 알려진 폴 벤느는 푸코와 동시대를 살며 깊이 교류한, 누구보다 푸코를 이해하고자 노력한 지적 동지 중 한 명이다. 벤느는 1950년대 고등 사범 학교 학생 시절 푸코를 처음 만나 우정을 쌓았다. 그는 젊은 푸코가 마르크스주의와 접속했다 이탈하는 과정, 니체를 읽으며 자신의 회의주의 철학을 발전시킨 과정, 동성애자로서 의식 변화를 거친 과정 등을 지척에서 지켜본 벗이었다. 각자의 이력을 밟다가 1975년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재회한 후로는 서로의 지적 기획에서 대체할 수 없는 조력자가 되었다. 벤느는 1978년 발표한 「역사학을 혁신한 푸코」에 이어 대표작 중 하나가 된 『그리스인들은 신화를 믿었는가?』 등의 저술을 통해 자신이 이해한 푸코주의를 역사학 실천에 접목했다. 또한 후기의 푸코가 서양 고대사를 탐사하는 데 능력을 보탰고, 이에 푸코는 “이 책 한 장 한 장에 끼친 그의 영향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벤느의 기여를 치하하기도 했다(『성의 역사 2』, 「서문」).

 

푸코의 이른 타계로부터 긴 시간이 흐른 2008년, 그간에도 자신의 작업 속에서 꾸준히 푸코 사상과의 대화를 이어 왔던 이 역사학자는 푸코의 작업이 가진 의미를 선명히 하고 해묵은 오해를 교정하는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을 펴내며 벗에게 마지막 헌사를 바쳤다. 이 책에서 벤느는 푸코라는 인물의 글과 삶이 이루는 입체성을 온전히 그려 내기 위해 해설서와 회고적 전기의 성격이 교차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독자는 이 희유한 책을 통해 푸코 사상에 대한 가장 일관되고 에두르지 않는 설명을, 더불어 우상의 옷을 벗은 인간 푸코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국어판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은 2009년 출판되었던 『푸코, 사유와 인간』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의 주요한 추가 요소로는 다음 사항들이 있다. 첫째, 초판의 번역을 맡았던 이상길 교수가 전면적으로 번역을 가다듬고 세부 사항을 보충하거나 이해를 돕는 주석을 다수 더했다. 둘째, 초판의 부록이었던 푸코 연보와 저작 목록을 최신화했다. 셋째, 2021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푸코 스캔들’의 전말을 상세히 밝히고 그 허위를 드러내는 한편, 이로부터 새로운 시대의 푸코 수용을 위한 함의 또한 궁구하는 밀도 높은 에세이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를 ‘개정판 옮긴이 후기’로 추가했다. 이런 개정 사항들과 더불어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은 벤느의 인도로 우리의 현행성 속에서 푸코를 읽는 신선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기 시대의 어항을 역사화하고

새로운 생성을 향해 개방하고자 했던

회의주의자 푸코와 그의 개념 도구들

 

“우리가 안다고 믿는 모든 것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제한된다. 우리는 그 한계를 보지 않으며,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 새롭게 발생한 사건들이 압력을 행사할 때, 또는 누군가가 창안한 새로운 담론이 성공을 거둘 때 우리는 이 한시적인 어항으로부터 빠져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어항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45)

 

벤느는 푸코의 회의주의와 그 철학에 뿌리내린 개념 도구들을 어항의 비유를 통해 풀어낸다. 여기서 어항이란 각 시대가 구성원들에게 부과하는 인식의 한계(‘역사적 아프리오리’), 푸코의 유명한 개념인 ‘담론’으로 만들어진 경계를 뜻한다. 우리 모두는 이 어항 속 금붕어나 마찬가지기에, 어항 바깥의 실재를 있는 그대로 포착할 수 없고 형식적 틀인 ‘담론’을 거쳐서만 인식할 수 있다. 푸코는 이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서 보편적 진리를 주장하는 모든 일반론과 형이상학을 거부하고자 했고, 실증적이고 엄밀한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해 한 시대의 사실을 당대 사람들이 바라보듯 관찰하는 고고학적 방법론을 확립해 나갔다. 푸코는 “날것의 역사적 구성물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촘촘한 묘사”를 거쳐 ‘담론’개념을 도출했고 그 목적은 각 시대가 품은 “궁극적 차이”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차이의 규명에 의해 인간 역사가 단순한 진보의 과정이 아니라 각 시대의 어항이 통째로 바뀌는 변화의 연속이었음이 드러나고, 우리는 섹슈얼리티나 광기 같은 현상들에 대한 관념이 시대에 따라 얼마나 상이했는지를 비로소 식별할 수 있게 된다.

 

“발견을 위해서는 실천의 세부 사실, 행해진 것과 말해진 것으로부터 출발해 그것들의 담론을 명료화하기 위한 지적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낫다. 그것이 잘 알려진 일반론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더 생산적이다.” (20)

 

푸코에게 기성 관념과 질서를 해치는 상대주의자 혹은 허무주의자라는 비난이 가해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벤느가 분명히 하듯 푸코는 경험적이고 역사적인 사실들을 존중했으며(“이 문제는 드레퓌스의 무죄나 가스실의 실재를 의심하는 것 따위와는 아무런,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만 우리 현실을 새로운 생성을 향해 개방하고자 했다. 즉 “우리 한계에 대한 역사학적 주해”를 통해 “한계의 극복을 가능하게 만들기”를 시도한 것이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지침 없이(이런 진리 게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담론이다), 무엇을 행할지의 판단을 각자의 자유에 맡기면서 (혹은 돌려주면서) 말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권력의 현재 담론을 기술하려 한다. 마치 여러분 앞에 전략 지도를 펼쳐 놓듯이 말이다. 만일 여러분이 투쟁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어떤 전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지도에서 저항 지점들이 어디인지, 가능한 통로들은 또 어디인지 보게 될 것이다.” (166)

 

담론의 규명은 우리를 지금과 같은 주체로 형성하는 실천과 제도 들의 분산화된 기능(이것을 푸코는 ‘장치’라는 용어로 개념화했다)을 낱낱이 드러낸다. 푸코는 벤느에게 자기 작업의 목표란 “일련의 실천과 진리 체제의 결합이 어떻게 지식-권력의 장치를 형성하는지 보여 주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 결과 “우리는 우리가 무엇인지까지는 아니어도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이 아니게 되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된다. 『광기의 역사』에서 『성의 역사』에 이르는 작업들은 이처럼 우리에게 역사화하는 시선을 습득하게 해 주었고, 자유의 실천 속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실존적 활동인 ‘미학화’의 길을 제시했다.

 

정치적 실천에 진리의 가치를 부여하는 데

사유를 이용하지 말 것

 

“푸코는 〔…〕 시리우스의 관점에서 내려다보면서 세계를 잠재적인 전쟁터로 여겼고, 고대든 근대든 이 세계는 그 어떤 정당성도 갖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1)푸코가 정치의 가능성을 부정한 허무주의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제 분명하다. 그는 다만 정치적 실천을 형이상학으로 정당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일상 속 우리의 판단과 실천은 의식하지 않은 채 ‘진실 의지’에 굴복한다. 그것은 휴머니즘일 수도 있고 “옳든 그르든 내 나라”라 스스로에게 말하게 하는 애국주의일 수도 있다. 푸코는 이런 관념들이 현대에 노예제가 그런 것처럼 어느 순간 시대착오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공공연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면 저항을 위해 어떤 관념에 기댈 필요도 없다. 무언가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으로 경험된다면, 토대가 주는 확신 없이 단호하게 행동에 나서라. 푸코는 그렇게 튀니지 반정부 학생 운동과 연대했고, 감옥 정보 그룹GIP 활동을 벌이며 프랑스 교도 행정의 문제를 드러냈다.

 

“나는 보편적 투사처럼 앞에 나서지 않는다. 〔…〕 내가 이런 점에서 또는 저런 점에서 투쟁하는 이유는 사실 이 투쟁이 내 주체성 속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167)

 

현실의 문제에 개입해 특정한 편을 들고 권력에 저항하는 그의 정치학은 자기에 대한 자기의 관계, 즉 미학화의 실천에서 비롯한 것이다. 푸코의 관심이 주체의 ‘자기 배려’기술로 향하자 많은 사람이 그가 마침내 시대를 위한 도덕을 제공하려 한다고 반겼지만, 이 또한 푸코를 향한 오해 가운데 하나였다. 벤느는 이 관심이 “1960~1970년대 푸코가 연구한 주제와 문제의식의 연관 속에서 고찰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학화의 실천이 담론, 장치에 의한 주체화 과정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과정 속의 복종과 저항이 각 주체의 자유 의지와 연동되는 만큼 이 또한 일반화될 수 없는 자아의 기술임을 역설한다. 아마도 여기에 벤느가 이 책을 푸코 저술에 대한 해설로만 채우기보다는 자신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푸코의 모습들(그의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일화들 또한 가감 없이 포함하는)이 교차하도록 구성한 이유가 담겨 있을 것이다.

 

푸코의 혁신에 동참했던 동지의 가장 명쾌한 푸코론

『푸코, 사유와 인간』에서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으로

 

사후 약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푸코 연구의 열기는 여전하다.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 완간 이후로도 사후 출간이 이어지고 있고, 푸코 연구서만이 아니라 그의 통찰과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연구도 활발히 생산되고 있어서 푸코 르네상스가 현재진행형임을 실감시켜 주고 있다. 그런 만큼 푸코의 업적에 담긴 의미를 독자에게 명쾌히 전달하려는 지적 배려로 일관된 이 책의 유용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벤느만큼 푸코의 착상과 동기를 잘 이해하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며, 있더라도 그 또한 푸코의 유산을 계승하고 전수하려는 벤느의 동지일 것이다(다니엘 드페르나 프랑수아 에왈드, 프레드리크 그로, 디디에 에리봉 같은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벤느는 푸코 생전에 출판된 저작들에 정통할 뿐 아니라 여러 지면에 흩어져 있던 푸코의 단편적인 글과 인터뷰 등을 정리해 묶은 『말과 글』(총 4권, 갈리마르, 1994)을 자유자재로 인용할 줄 안다. 푸코의 고대사 탐구를 도왔던 풍부한 역사 지식과 수려한 문장 또한 이 책을 숱한 푸코 관련서 가운데서도 독창적인 위상으로 밀어 올리는 데 일조한다. 2022년 92세를 일기로 벤느는 타계했지만 이 책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은 그의 다른 빛나는 저술들과 함께 계속해서 새로운 독자들에게 말을 건넬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2008년 프랑스어판의 출간 직후인 2009년에 이 책이 『푸코, 사유와 인간』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 개정판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으로 새 수명을 얻게 되었다. 초판 옮긴이가 번역을 전면적으로 개수했고 그간 이루어진 푸코 연구의 진전을 반영해 주석을 큰 폭으로 보강했다. 또한 초판 부록이었던 푸코 연보와 저작 목록을 최신화했으며, 이 책에 인용된 푸코 문헌 가운데 단행본 외에도 편저서, 잡지류 등에 수록되어 일반 독자가 일일이 찾아보기 어려웠던 한국어 번역의 서지 정보를 최대한 조사해 원서의 출전과 함께 기재했다. 이런 보강 작업을 거쳐 출간되는 개정판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이 국내 푸코 독자에게 새로운 유용성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

탈진실 시대의 푸코 읽기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의 옮긴이 이상길 교수는 개정판 후기를 겸해 2021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푸코 스캔들’의 전말과 그 함의를 다룬 밀도 높은 에세이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를 수록했다. 이 스캔들은 프랑스계 미국인 에세이스트 기 소르망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그 내용은 푸코가 1960년대 튀니지 체류 시절 다수의 현지 소년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 착취를 했으나 “철학자 왕”의 권위에 눌려 (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당시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폭로는 전 세계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특히 보수 성향 매체들은 진보 지식인의 보루인 미셸 푸코의 도덕적 타락을 앞다투어 성토했으며 SNS는 이 논란을 일파만파 확산시켰다.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 애초에 이 스캔들이 2020년 소르망이 편집인으로 있는 월간지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그가 2021년 저서 『나의 개소리 사전』을 출간하며 한층 살을 붙여 ‘노이즈 마케팅’수단으로 제기한 것임을 보여 준다. 충격적인 내용에 검증 보도 또한 연이었고, 이 과정에서 곤란을 느낀 소르망은 기억이 부정확할 수 있다며 문제 제기를 얼버무렸다. 2021년 5월 파리의 미셸 푸코 센터는 기 소르망의 무고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고 소란은 잦아들기 시작했다.

 

‘푸코 스캔들’은 이렇게 한바탕의 해프닝으로 매듭지어진 것일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탈진실 시대’로 일컬어지는 현대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이 폭로에 호응했던 상당수에게 푸코가 아동 성 착취범이라는 고발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신속하게 이 스캔들을 전파했던 언론 가운데 후속 보도를 통해 사실을 정정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고, 심지어는 그 진원지에서 ‘가짜 뉴스’라 판명되었음에도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비판 기사를 한층 확장해 발행한 사례도 있다.

 

한편 이 스캔들을 지난 세기 후반 ‘프랑스 이론’의 세계적 유행에 반발하며 부상한 ‘사상 전쟁’의 한 단면으로 이해하는 접근도 가능하다. 특히 미국의 보수주의적 학계가 권력과 자유에 관한 급진적 이론화를 추구했던 푸코를 표적 삼아 그 사생활에 대한 루머에 기반해 비판을 시도한 사례는 소르망 이전에도 존재했다.

 

스캔들을 넘어

통치성과 자유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기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는 스캔들의 전말을 밝히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날 푸코를 읽는 우리의 조건을 환기한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을 더 내디뎌, 이번 스캔들이 의도치 않게 시사한 푸코 철학의 한계 지점 또한 고찰해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을 건넨다.소르망은 푸코에 대한 고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1977년 프랑스의 형법 개정 정국에서 푸코가 아동의 ‘동의 없는’소아 성애의 합법화를 지지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물론 이 주장도 허위다. 실제로 푸코가 지지 서명을 한 것은 관련 법제에서 아동의 ‘동의 여부를 중심에 놓는’문건이었기 때문이다. 푸코가 현실 속 섹슈얼리티 법제 사안에 개입한 사례는 여럿 있는데, 그 개입 속에서 그는 소수자 집단에 대한 법적 차별의 폐지, 섹슈얼리티에 대한 국가 권력 개입의 최소화, 성적 관계의 정당화에 있어 ‘동의’의 우선시를 주장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성적인 관계의 동의 연령을 하향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에세이는 푸코가 정작 자신의 논리를 현실에 적용하면서 권력-자유, 강제-동의, 복종-저항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개인의 자율성만을 특권화하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으로 환원시킨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질문을 ‘성의 역사’기획과 ‘통치성 연구’를 포함하는 1970년대 푸코 연구 관심의 진화와 연계시키면서, 푸코가 어떤 당대적 문제의식에서 일견 그간 자신이 주창해 온 복합적 권력-자유론을 스스로 단순화시키는 듯한 실천으로 나아갔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그가 당시 ‘비정상적’ 섹슈얼리티를 가진 ‘위험한 개인’을 사회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여기는 안전 통치 체제의 성립에 강한 경계심을 품고 있었음을 특기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주의 깊은 논리적 추적의 과정에서 『푸코: 그의 인격, 그의 사유』를 통해 활성화된 푸코의 개념과 발상 들은 시험대에 오르는가 하면 추적에 힘을 불어넣기도 한다. 과거 푸코의 개입에서 경솔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좌파조차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에 포섭되어 ‘위험한 개인’의 격리와 처벌에 골몰하는 오늘날의 담론 지형은 그가 우려한 안전 사회의 공고화를 보여 주기도 한다. 이렇게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는 하나의 소동극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 우리가 어떻게 푸코를 활용해야 하느냐는 새로운 고민까지 안겨 주며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에 또 하나의 층위를 더한다.

 

 

 

 

 

 

 

지은이: 폴 벤느

옮긴이: 이상길

펴낸곳: 리시올

분야: 인문학, 사회과학

페이지: 372쪽

크기: 138*210mm

ISBN: 9791190292191 (93160)

원서명: Foucault Sa Pensee, Sa Perso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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