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을 입은 여인

14,000원
저자: 크리스티앙 보뱅
옮긴이: 이창실
발행처: 1984BOOKS
페이지: 160p
사이즈: 120mm x 205mm
제본: 무선제본
ISBN: 979-11-90533-26-3 (03860)
발행일: 2023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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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흰옷을 입은 여인』은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19541-2022)이 19세기를 살았던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에게 바치는 애정과 경의요, 한 편의 시적 전기물이다. 세상의 소음과 영예를 병적으로 회피하며 글쓰기 안에 은둔했던 여인, 무수한 상喪을 겪으며 죽음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비밀스러운 영감에 차 있었던 여인, 자신의 집 울타리를 삶의 경계로 삼아, 정원을 가꾸고 가족의 빵을 굽고 심신이 쇠약해 가는 어머니를 돌보고 수많은 편지를 쓰면서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시가 되게 했던 여인, 발표할 생각도 없는 글들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썼고, 그것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인 ‘영원’을 우리에게 가리켜 보인 여인, 에밀리 디킨슨. 일반적인 전기 문학과는 전혀 닮지 않은 이 글에선 보뱅과 디킨슨, 두 사람의 말과 생각이 뒤섞여 전해진다. 독자는 보뱅의 글을 통해 에밀리 디킨슨의 우주 속으로 초대됨과 동시에, 같은 세계를 향해 조율된 두 영혼의 만남에 참여하게 된다. 보뱅은 그녀와 관련된 철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글을 완성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보뱅이라는 시인의 정신세계 속에서 직관적으로 파악된 디킨슨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즉 실제 사건과 그녀의 글에서 수집되고 재현된 에밀리는 또한 보뱅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에밀리이기도 하다. 독립적인 짧은 단락들을 통해 그녀의 삶의 일화 하나하나가 보뱅의 손끝에서 의미를 부여받고 더없이 아름다운 장면들로 재탄생한다.

 

 

 

출판사 서평

 

“그녀의 시들은 죽음에 맞서 그 밀물이 넘을 수 없는 미美의 높다란 장벽을 세운다.”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이

‘에밀리 디킨슨’에게 바치는 애정과 경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시적인 순간을 발견해 언어로 빚어내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국내에서도 『작은 파티 드레스』 『환희의 인간』 『그리움의 정원에서』『가벼운 마음』으로 큰 사랑을 받은 크리스티앙 보뱅의 다섯 번째 작품 『흰옷을 입은 여인』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사람인 동시에 베일에 가리어진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보뱅만의 섬세한 터치로 그려낸다.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채로 자신이 태어난 고장 크뢰조에 머물며 글쓰기에 헌신했던 크리스티앙 보뱅과 세상과 자신 사이에 흰 리넨 장막을 쳐 두고 ‘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야심을 드러내며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할 때’ ‘무엇도 되지 않고 이름 없이 죽겠다는 당당한 꿈’을 꾸었던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쌍둥이처럼 닮은 두 시적 영혼의 만남을 독자들은 엿볼 수 있다.

 

“시는 글쓰기의 한 양식이기 이전에 그녀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며 그녀를 보이지 않는 세계의 일출을 향해 돌려세우는 방법이다.”

 

유복하고 청교도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권위적인 아버지와 우울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에밀리는 어릴 때부터 세상의 소음과 분노를 피해 겸손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삶을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헌신하고 가족을 위해 빵을 굽고 심신이 쇠약한 어머니를 돌보고 정원을 가꾼 다음 자신의 방으로 물러나 읽고 쓰는 일에 헌신한 영혼, 죽어서도 자신의 집을 떠나지 않은, 타인의 눈에 비친 이 은둔적인 존재는 고독에 굴복하지 않고 온전히 그것을 선택한 채로 자신의 방 안에 머물며 영원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 방,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인 에밀리의 영혼이 빛나던 그곳은 그가 본질적인 전투를 치르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온전히 살아 있기 위하여 방 안으로 들어가 자신이 겪는 것들을 극단까지 몰아붙여 의미를 바꾸어 놓는다. 삶에 달라붙은 불순물을 걷어 내고 조약돌 같은 말들을 종이 여과기에 넣고 흔들어 댄다. 우리를 미혹에 빠트리지 않는 빛나는 말. 그 순도 높은 진실을 발견할 때까지.

“에밀리는 자신의 방에서 잉크에 적신 작은 솔로 ‘삶’이라는 말을 세정한다.” 그렇게 쓰인 그녀의 시들은 “죽음에 맞서 그 밀물이 넘을 수 없는 미美의 높다란 장벽을 세운다.”

 

에밀리의 임종의 순간에서 시작하여, 그녀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특징지어지는 삶의 몇몇 단면들을 거쳐 다시 신문 부고에 실린 그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의 전개에서 벗어나 시간의 논리를 모르는 내면의 감정과 기억의 흐름 속에서 보뱅은 에밀리라는 영혼의 구불구불한 길을 헤매며  그녀가 누구인지 하는 하나의 퍼즐을 완성해 간다. 그렇게 보뱅의 펜에 의해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에밀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다른 인식을 갖도록 우리를 이끌어 낸다. 

 

“어떤 이들은 너무도 열렬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해, 가혹하게도 그들 앞에선 우리 역시 스스로의 영혼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전기 문학과는 전혀 닮지 않은 이 글에선 보뱅과 디킨슨, 두 사람의 말과 생각이 뒤섞여 전해진다. 독자는 보뱅의 글을 통해 에밀리 디킨슨의 우주 속으로 초대됨과 동시에, 같은 세계를 향해 조율된 두 영혼의 만남에 참여하게 된다. 보뱅은 그녀와 관련된 철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글을 완성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보뱅이라는 시인의 정신세계 속에서 직관적으로 파악된 디킨슨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즉 실제 사건과 그녀의 글에서 수집되고 재현된 에밀리는 또한 보뱅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에밀리이기도 하다. 독립적인 짧은 단락들을 통해 그녀의 삶의 일화 하나하나가 보뱅의 손끝에서 의미를 부여받고 더없이 아름다운 장면들로 재탄생한다.

이 책은 한 에피소드에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기 전 어김없이 짧거나 긴 여백을 선사한다. 보뱅의 펜을 통해 전해진 에밀리를 이번에는 침묵 속에서 독자가 만나는 공간이다.

 

 

 

책 속의 문장

 

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야심을 드러내며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할 때 그녀는 그 무엇도 되지 않고 이름 없이 죽겠다는 당당한 꿈을 꾼다. 겸손이 그녀의 오만이며, 소멸이 그녀의 승리이다. - 33

 

무無와 사랑은 끔찍한 한 족속이다. 우리의 영혼은 그 둘이 오리무중의 드잡이를 벌이는 장소다.. - 47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을 남몰래 만든다. 시, 태양, 여름, 천국. 그게 전부다. 목록은 완성되었다, 라고 그녀는 기록한다. 하지만 첫 번째 단어로 족하다. 시인은 태양보다 더 순전한 태양을 낳으며, 그들의 여름은 영원히 기울지 않고, 천국은 그들에 의해 그려질 때만 아름다우니까. - 56

 

시는 글쓰기의 한 양식이기 이전에 그녀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며 그녀를 보이지 않는 세계의 일출을 향해 돌려세우는 방법이다. 자신이 구운 생강 빵을 바구니에 담아 줄 끝에 매달아서는 방에서 거리로 내려뜨려 아이들이 먹게 한다든지, 정원의 장미꽃을 극진히 돌본다든지, 어머니의 폭력적인 우울증 앞에서 그렇게나 경쾌한 인내심을 발휘한다는 것. 이 모두가 에밀리에겐 천재성의 명백한 원천인 ‘공감’을 펼쳐 보일 기회가 되어 준다. - 68

 

에밀리는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안다. 우린 한 줌의 사람들밖에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것. 이 한 줌의 사람들 역시, 죽음의 무구한 숨결이 불어오면 민들레 갓털처럼 흩어지리라는 것. 그것 말고도, 글은 부활의 천사임을 안다. - 86

 

어떤 이들은 너무도 열렬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해, 가혹하게도 그들 앞에선 우리 역시 스스로의 영혼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101

 

결핍은 세상의 벽에 뚫린 구멍 ― 공기의 부름 ― 이며, 글쓰기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 104

 

새뮤얼 보울스는, 이 바깥 세계의 남자는 무얼 원하는 걸까? 그는 강렬한 삶을 원하는 현대인이다. 소위 말하는 ‘사건’보다 더 강렬한 건 없다고 그는 믿는다. 시끌벅적하고 속도감 있는 무엇,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것. 하지만 사건이라는 건 대개 ‘무無’의 현현이며, 세상이라는 광활한 묘지 위를 달리는 도깨비불이다. 그렇다면 에밀리 디킨슨은, 이 내면의 여인은 무얼 원하는가? 그녀 또한 더없이 강렬한 삶을 원한다. 그러나 그녀는 느리고 조심스러우며 고요한 삶 쪽에서, 하루하루의 그늘진 사면에서 그걸 찾는다. 데이지꽃들이 이슬에 무거워진 머리를 흔드는 곳, 임종을 맞은 이가 최후의 공기 한 모금을 삼키려 하는 곳에서.

새뮤얼 보울스 만큼이나 에밀리와 상이한 인물도 없을 터, 그녀에겐 행운인 셈이다. 사랑을 통해 삶의 반짝이는 고통을 확대해 나갈 예기치 못한 기회였으니까. - 115

 

때로 누군가가 돌연 나타나, 우리가 자기 자신이라 여기게 된 모종의 역할로부터 우리를 구해 준다. 그런 부활에는 두 가지가 요구된다. 용기와 사랑. 용기는 여하한 나뭇결에도 당황하지 않는 불과 같다. 사랑은 지칠 줄 모르고 유지되는 온정이다. - 121

 

에밀리의 삶은 눈에 띌 만큼 우리의 시야를 벗어난다. 모든 구경거리는 스스로 권태를 몰아낸다고 믿지만 실은 그 권태 속에서 죽어 간다. 싫증이 나지 않는 유일한 광경은 어떤 마음의 풍경이다. 너무도 순결해 한 마리 꿀벌이 총알처럼 가로지르는, 세상 무엇도 침투할 수 없는 마음. - 151

 

 

 

작가 소개

 

크리스티앙 보뱅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동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의 문단, 언론, 독자들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며 사랑 받는 작가. 1951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크뢰조에서 태어나 2022년 11월 24일, 71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평생 그곳에서 글쓰기를 하며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고독한 작가다.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마친 후 1997년 첫 작품인 『주홍글씨tpourpre』를 출간했고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의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가난한 사람들Le Très-Bas』이라는 작품으로 세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상, 되마고상 및 가톨릭문학대상, 조제프 델타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옮긴이 소개

 

이창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응용언어학 과정을 이수한 뒤,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이스마일 카다레와 실비 제르맹의 소설들을 비롯해, 『너무 시끄러운 고독』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세 여인』 및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를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크리스티앙 보뱅  

옮긴이: 이창실

발행처: 1984BOOKS

페이지: 160p 

사이즈: 120mm x 205mm  

제본: 무선제본 

ISBN: 979-11-90533-26-3 (03860)  

발행일: 2023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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