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범종 : 천년을 이어온 깨우침의 소리

40,000원
지은이: 최응천
출판사: 미진사
사이즈: 150*225 mm
쪽수: 584쪽
출간일: 2022년 2월 25일
ISBN: 9788940806593 (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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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범종 : 천년을 이어온 깨우침의 소리

 

 

통일 신라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범종(梵鐘) 일천 년사를 정리하고, 범종의 형태와 문양의 아름다움, 청정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종소리까지 함께 소개한다. 범종은 절에서 시간을 알릴 때, 혹은 대중을 모이게 하거나 의식을 행할 때 쓰이는 종을 일컫는다. 종을 치는 궁극적인 목적은 그 소리를 통해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까지 구제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에 있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사상을 반영하는 범종은 일찍부터 사찰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의식 법구의 하나로 자리했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 불교공예사의 걸작들을 탄생시켜왔다. 이 책에서는 한반도 그리고 일본, 미국, 프랑스 등 국내외 소재 한국 범종 작품들을 풍부한 이미지와 함께 소개한다. 특히 타종을 멈추었거나 소실된 범종 등 총 41점의 희귀한 종소리 QR코드를 비롯해 저자가 일생의 연구를 통해 정리한 범종 363점의 상세목록과 명문을 수록하여 한국 범종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안내한다. 이렇게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일반 독자가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서술한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한국미술, 불교미술과 금속공예에 관심 있는 독자와 연구자, 산사에서 들려온 은은한 종소리에 마음이 움직였던 모든 이들과 함께 읽고픈 책이다.

 

 

 

출판사 서평

 

한국 불교공예사의 걸작, 범종(梵鐘)

그 일천 년 역사를 정리한 단 한 권의 역작

 

문득 종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한 해가 지고 새해가 오는 한밤에 무심코 켜둔 텔레비전에서, 간절한 마음을 품고 찾아간 사찰이나 소소한 등산길에서 어느샌가 귓가에 울려오는 종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고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또 여행길이나 박물관에서, 그저 도심을 걷다가 종과 종각을 마주하는 일도 있다. 이렇게 종은 우리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자리하지만,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듯하다. 특히 문화사의 맥락에서 종은 조성 당시의 과학, 문화, 사상과 예술을 포함하여 금속공예의 총체적 완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런 만큼 한국 종을 보존하고, 연구하며, 그 기술을 밝혀 전수해가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한국의 종은 대부분 종교적 목적에 따라 조성된 범종(梵鐘)이다. 범종은 절에서 시간을 알릴 때, 혹은 대중을 모이게 하거나 의식을 행할 때 쓰이는 종을 일컫는다. 불교에서 종을 치는 궁극적인 목적은 그 소리를 통해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까지 구제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에 있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사상을 반영하는 범종은 일찍부터 사찰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의식 법구의 하나로 자리했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불교공예사의 걸작들을 탄생시켜 왔다. 이 책 『한국의 범종: 천년을 이어온 깨우침의 소리』에서는 통일 신라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범종 일천 년 역사를 정리하면서 범종의 형태와 문양의 아름다움은 물론, 청정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종소리도 함께 소개한다.

 

기록과 자료들을 참고할 때, 한국 범종은 불교가 전래된 삼국 시대 6세기 후반에 이미 사찰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추정된다. 8세기부터는 중국이나 일본 종과 다른 매우 독특한 형태와 의장(意匠)을 갖추게 되며, 여운이 긴 웅장한 울림소리를 지녀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종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이렇게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남겨진 유물의 수가 한정적인 데다 북한과 일본 등지에 개인 소장의 형태로도 산재하고 있어 그간 한국 범종의 정확한 숫자나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금속공예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종을 연구해온 저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일본, 미국, 프랑스 등 국내외 소재 한국 종의 현황을 꾸준히 파악하고 이를 정리하여 한국 범종의 과거와 현재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이 책에 수록된 총 363점에 이르는 한국 범종의 상세목록 그리고 종명(鐘銘)은 연구자를 비롯해 한국 범종을 자세히 알아가려는 이들에게 듬직한 디딤돌이 되어준다.

 

범종의 아름다운 형태와 섬세한 문양을 보여주는 희귀한 상세 이미지,

그리고 마음을 두드리는 종소리마저 담아낸 최초의 아카이브

 

이렇듯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면서도, 그 내용을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서술하여 일반 독자도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특히 소재지 정보, 보관과 전시 상황 등을 함께 알려주어 현장에 찾아간 독자가 책 내용을 바탕 삼아 스스로 살필 수 있게 가이드해간다. 종을 만든 승장(僧匠, 승려 신분의 장인)과 사장(私匠, 개인적 직업 장인) 등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옛 장인들의 작업과 계보를 알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 책은 크게 제1부와 제2부, 그리고 부록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한국 범종의 특성과 시대별 변천을 정리하고 구조와 각 부분의 명칭, 주조법 등을 설명한다. 제2부에서는 개별 범종 작품 각각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풍부한 이미지와 함께 살펴본다. 그리고 부록에선 각 종의 명문을 비 롯해 363점에 이르는 국내외 한국 범종의 상세목록을 소개한다.

 

특히 제2부는 아카이브 형식을 따랐으며, 총 59장에 걸쳐 한국 범종 역사에서 특별한 지점을 차지하는 작품들을 선별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즉, 명문을 풀이하여 조성 내력을 설명하고, 용두와 음통, 종신의 문양 등 전통을 이어받은 부분과 새로운 시도를 알려주면서 종소리를 포함해 각 작품의 특징을 하나씩 짚어준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저자가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하고 있던 희귀한 상세 이미지를 풍부하게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여운’이라는 이름 아래 저자가 해당 종을 조사하던 당시의 상황이나 숨은 이야기 등을 전하면서 흥미를 더하기도 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성덕대왕신종, 보신각 종과 같이 이제는 타종을 멈춘 종이라든가 낙산사 종처럼 소실된 종 등 총 41점에 이르는 한국 범종의 종소리 QR코드를 수록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종합예술작품인 한국 범종을 총체적으로 감상하고, 한국 범종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알 수 있게 안내한다.

 

이 책은 한국 범종에 관한 지난 연구를 돌아보면서 저자가 몇십 년간 진행해온 현장 조사의 성과를 정리하고, 종명과 목록을 비롯해 한국 범종 연구에 꼭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한국미술, 불교미술과 금속공예에 관심 있는 독자와 연구자, 산사에서 들려온 은은한 종소리에 마음이 움직였던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속으로

 

우리나라의 범종은 통일 신라 범종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8세기의 이른 시기부터 중국이나 일본 종과 다른 매우 독특한 형태와 의장(意匠)을 지니게 된다. 특히 여운이 긴 울림소리[共鳴]가 웅장하여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종 가운데서도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범종의 웅장한 소리와 긴 여운은 종의 형태에 기인한 것이다. 우선 종신의 외형은 마치 독(甕)을 거꾸로 엎어 놓은 것같이 위가 좁고 배 부분[鐘腹]이 불룩하다가 다시 종구 쪽으로 가면서 점차 오므라든 모습이다. 종을 치면 종 안에서 공명(共鳴)을 통한 맥놀이 현상이 일어나 소리가 울리게 되는데, 이 공명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종 아랫부분을 오므라들게 설계하여 소리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범종은 종각(鐘閣) 등에 높게 올려놓지 않고 지상에 서 낮게 띄워 놓는 것이 일반적이며, 전통적으로 종구 아래쪽에 지면을 움푹 파거나 큰 독을 묻은 경우(움통)를 볼 수 있다. 이 역시 종구 쪽에서 빠져 나온 공명이 움통 안에서 메아리 현상을 이루고 다시 종신 안으로 반사되어 그 여운이 길어지는 효과를 얻게 한다.

--- 제1부. “한국 범종의 구조와 특징”

 

범종의 제작 과정은 우선 녹인 금속을 형틀에 주입하여 만드는 주조법으로 이루어진다. 고대의 주종(鑄鐘) 기술은 전해지지 않지만, 우리나라 종의 아름다운 문양과 소리로 미루어 보아 어떤 금속기 못지않은 훌륭한 제작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종의 제작과 관련된 기록으로는 비록 중국의 것이지만 『천공개물(天工開物)』(1637년)이라는 책에서 송나라 범종의 제작 기술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의 중편(中篇) 제8 야주(冶鑄)조에 당시 범 종의 주조에 관한 그림과 설명이 구체적으로 도해되어 있는데, “종을 주조할 때 상등은 청동으로 만들고 하등은 주철로 사용한다(凡鑄鍾高者銅質, 下者鐵質)”고 기록되어 청동 종을 상급으로 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아쉽게도 비교적 늦은 시기의 기록 외에 범종의 주조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 나 내용은 전해지는 것이 없다.

--- 제1부. “한국 범종의 주조”

 

고려 시대 범종은 수량 면에서 전대에 비해 크게 늘어났으나, 전반적으로 통일 신라 범종에 비해 주조 기술이 거칠어지고 문양이 도식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결국 대량 생산에 따른 기술적 역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겠다. 고려 시대 범종은 크게 입상연판문대의 유무를 중심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이는 다시 초, 중, 후, 말기의 4기로 세분화하여 구분할 수 있다. 각 시기별로 특징적인 양식적 변화와 기간을 편년이 확실한 범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선 초기는 고려 범종이 성립되어 전개를 이루어 나간 통일 신라 범종과의 과도기적 시기로서 대체로 10세기 중엽부터 11세기 전반에 해당한다. 중기는 고려 범종으로의 완전한 정착을 이룬 1058년의 청녕4년명 종(淸寧四年銘鐘)이 만들어진 11세기 중엽부터 12세기 말경이다. 입상연판문대로 특징지어지는 고려 후기의 범종은 13세기 초부터 14세기 초 입상연판문대가 정착되고 소종이 유행한 시기에 해당하며, 마지막으로 14세기 전반부터 말까지 고려 말기의 범종은 외래 양식의 유입과 절충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제1부. “한국 범종의 시대별 변천”

 

일본에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60여 점에 달하는 우리나라 범종이 남아 있었지만 폭격에 의한 소실과 화재 등으로 인하여 10점이 사라졌고 현재 소재가 파악된 우리나라 범종의 수량은 총 48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중략) 일본 소재의 한국 범종은 규슈 다음으로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지역이 많으며 도쿄(東京) 쪽인 간토 지역으로 가면서 점차 그 수효가 줄어드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통일 신라와 고려 초기 범종의 경우 오이타현(大分縣), 시마네현(島根縣), 돗토리현(島取縣), 후쿠이현(福井縣) 등 주로 북부 해안 일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기타의 범종도 대부분 해안에서 가까운 지역에 소장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동시에 크기에 있어서도 스미요시진자의 종을 제외하고 높이 70~80센티미터 내외의 중형 범종이 많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종을 가져갈 때 이동이 간편한 중형 이하의 범종을 대상으로 삼아 해상 운반이 용이한 해안가 일대의 사찰, 신사(神社) 등에 옮겨 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 제1부. “일본에 있는 한국 범종”

 

한국의 범종은 그 소리가 웅장하면서 긴 여운을 특징으로 한다. 마치 맥박이 뛰는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이러한 범종의 긴 공명을 우리는 맥놀이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은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가장 긴 여음(餘音)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맑고 웅장한 소리를 지니고 있어 누구라도 이 종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속의 번뇌와 망상을 잊게 해 주는 그야말로 오묘한 천상의 소리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성덕대왕신종이 지니는 공명대가 사람이 듣기 가장 편한 음역대(주파수)에서 소리를 내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소리와 형태의 아름다움에서 단연 우리나라 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은 꽤 오랫동안이나 그 어엿한 본명을 놔두고 에밀레 종이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다. 그런데 이 종에는 종의 몸체에 “성덕대왕신종지명(聖德大王神鍾之銘)”이란 명문이 양각되어 있으며 원래는 경주 북천(北川) 쪽에 위치했던 봉덕사(奉德寺)란 절에 걸려 있던 종임을 알 수 있다. 상원사 종보다 약 반세기 뒤인 771년에 만들어진 성덕대왕신종은 한국 범종 가운데 가장 큰 크기인 동시에 현재까지 유일하게 손상 없이 그 형태를 유지해 온, 아직까지 타종이 가능한 통일 신라 범종이기도 하다.

--- 제2부. “성덕대왕신종”

 

어린아이를 넣어 종을 완성함으로써 종소리가 어미를 부르는 것 같다는 다소 애절하기까지 한 설화의 내면은 성덕대왕신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실패와 어려움이 따랐는가를 은유적으로 대변해 준다. 그러나 실제로 범종을 치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 지옥에 빠져 고통받는 중생까지 제도하는 자비심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범종을 완성하고자 살아 있는 어린아이를 공양하였다는 내용 자체가 조성 목적에 전혀 맞지 않아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성덕대왕신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상원사 종과 유사한 구리와 주석의 합금이었으며 미량의 납과 아연 그리고 아주 극소수의 황, 철, 니켈 등 이 함유되어 있었다. 결국 세간에 떠도는 바와 같은 인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인체의 성분이 70퍼센트 이상 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조 당시에 사람을 공양하여 쇳물에 넣으면 처음부터 종이 깨져 완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과학적으로도 에밀레 종의 유아희생(乳兒犧牲) 설화는 전혀 근거가 없는 전설에 불과할 뿐이다.

--- 제2부. “성덕대왕신종”

 

9세기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통일 신라 범종이 바로 804년에 만들어진 선림원지 출토 정원20년명 종(禪林院址 出土 貞元二十年銘鐘)이다. 범종에 기록된 명문은 당시의 관직명과 이두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금석문 자료인 동시에, 9세기 초의 편년 자료로서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원래 종의 용뉴에 달았던 당시의 철제 고리가 함께 발견되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더해 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범종은 1948년 강원도 양양군(襄陽郡) 서면(西面) 미천리(米川里) 소재의 선림원지에서 발견된 이후 불과 3년 만에 한국전쟁으로 인해 소실되고 말았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처음 이 종을 발견한 장소가 설악산의 폐사지(廢寺址)였기 때문에 종의 안전한 보호를 위하여 오대산의 대찰 월정사(月精寺) 종각에 이 범종을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이 퇴각하던 1951년 1·4 후퇴 무렵(1월 3일 또는 4일 전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월정사에도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월정사가 북한군의 은신처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절을 불태웠고 이때 선림원지 출토 정원 20년명 종도 불에 녹아 버리고 말았다. 전쟁의 폭격도 아닌 국군에 의해 자행된 이러한 만행은 두고두고 문화재 파괴의 뼈아픈 교훈으로 전해지고 있다.

--- 제2부. “선림원지 출토 정원20년명 종”

 

통일 신라 후기 범종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2구 1조의 주악상이 이제 단독의 독립 주악상으로 바뀌어 횡적과 요고를 각기 나누어 연주한다는 점이다. 그 시기는 분명치 않지만 선림원지 출토 정원 20년명 종과 실상사 파종이 만들어졌던 9세기 전반에서 그다지 오래 지나지 않은 833년에 연지사명 조구진자 종이 만들어졌기에 비교적 짧은 기간 사이에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통일 신라 종의 최전성기 작품인 상원사 종이 만들어진 지 거의 100년이 지난 시점에 제작된 연지사명 조구진자 종을 기점으로 중요한 양식적 변화를 맞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형을 보게 되면 전형적인 통일 신라 범종의 양식을 갖추고 있으나 세부 의장이나 문양 면에서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제2부. “연지사명 조구진자 종”

 

범종을 치는 장면이 묘사된 것으로 유명한 고대의 작품이 일본 나라(奈良)의 주구지(中宮寺)에 소장된 ‘천수국만다라수장’ 수본이다. 그러나 고려 시대 절에서 사용된 범종의 타종 장면을 묘사한 마애 조각이 우리 근처에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바로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石水 洞) 산 32번지 바위 면에 새겨진 마애 범종이 그것이다. 이 마애상은 가로 535센티미터, 세로 505센티미터 정도의 커다란 암면을 고르게 다듬은 뒤 음각과 양각을 이용하여 부조 형태로 조각하였는데, 벽면 중앙에는 커다란 범종을 중심으로 이 범종을 매달기 위해 세워져 있는 2개의 기둥과 이를 가로지르는 종가(鐘架)로 구성되었다. 아래쪽에는 이 2개의 기둥을 받치고 있는 긴 바닥 면이 묘사되어 있고 그 위에 인물상이 서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중앙에 걸려 있는 범종의 양쪽에 길게 솟은 두 기둥 중에서 왼쪽 기둥 중단 아래에 승려 입상이 두 손으로 당목(撞木)을 잡고 종을 치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벽면에 조각한 마애종이란 중요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범종을 타종하는 승려 입상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두어야 한다.

--- 제2부. “석수동 마애타종상”

 

북한의 평양시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소장된 대자사명 종은 해방 이후 어느 시기쯤 북한 현지에서 출토되어 알려지게 된 고려 시대 범종이다. 어느 한 곳 손상된 부분이 없이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지만 발견 이후 녹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에 코팅을 한 듯 전면이 유리질처럼 반짝거리게 처리하여 원래 의 색감을 잃고 있다. 그러나 이 종의 중요성은 12세기에 제작된 범종으로서는 현 높이가 83센티미터에 이르는 비교적 대형에 속하는 작품인 동시에 제작자와 절 이름, 중량까지 자세히 기록된 편년 작품이란 점에 있다. 특히 그동안 고려 후기 범종의 편년을 가늠하는 양식적 특징 가운데 하나인 상대 위에 솟아오르게 표현된 입상연판문대라는 별도의 장식이 처음으로 등장한 첫 번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중략) 더 정확히 구분하자면 12세기 말에 제작된 도쿄국립박물관 소장의 덕흥사명 종(1196년)에까지 아직 입상연판문대가 나타나지 않고 천판 위로 연판문대가 돌아가고 있으나 규슈국립박물관 소장의 천정사명 종(天井寺銘鐘, 1201년)에서 입상연판문대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그 시작을 12세기 말로 편년하여 왔다. 그러던 중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북녘의 문화유산》 특별전에 출품된 평양시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소장의 이 대자사명 종에 이미 입상연판문대가 완전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음이 확인되어 고려 후기 범종의 중요한 편년 기준인 입상연판문대가 이미 1192년에는 정착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 제2부. “대자사명 종”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을 풍미했던 대표적인 승려 장인 사인비구(思印比丘)는 그가 제작한 범종의 특징을 통해 그 계열을 삼막사 종(三幕寺鐘, 1625년)을 제작했던 죽창(竹淐), 정우(淨祐), 신원(信元), 원응비구(元應比丘)에서 찾을 수 있다. (중략) 사인비구가 제작한 범종의 전체적인 외형은 천판이 반원형으로 불룩하게 솟아 있고 종구 쪽으로 가면서 넓게 퍼져 종신이 마치 포탄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모습이다. 용뉴는 목을 구부린 험상궂은 용두와 목 뒤로 꼬리가 휘감긴 음통이 부착되고, 상대 아래에 바로 붙여 연곽을 배치하며 종구 쪽에 하대를 두어 장식하는 등의 외형적 특징을 통해 전형적인 한국 전통형 범종을 따른 것을 볼 수 있다.

--- 제2부. “사인비구의 범종”

 

17세기 중엽부터 말까지 승장 사인비구와 쌍벽을 이루며 사장계(私匠系)를 이끌어 나갔던 김애립(金愛立)은 전라남도의 순천과 고흥, 경상남도의 진주, 고성 등과 같이 남해안에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범종과 금고(金鼓), 발우(鉢盂)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히 제작 활동을 하였던 직업 장인이다. 불룩하게 솟아오른 천판과 용뉴를 중심으로 연판문을 둥글게 돌아가며 장식하는 의장 표현은 김용암 종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으로서 김애립 범종에 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는 대흥사명 흥국사 종(大興寺銘 興國寺鐘, 1665년), 운흥사 종(雲興寺鐘, 1690년), 능가사 종(楞伽寺鐘, 1698년)과 같은 범종을 만들었고 흥국사(興國寺) 발우(1677년), 청곡사(靑谷寺) 금고(1681년)와 청곡사 대발우(1684년)를 비롯하여 사장이면서도 유일하게 국가에서 감독한 불랑기포(佛狼機砲, 1677년)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도 매우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았던 장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 제2부. “김애립의 범종”

 

 

 

이 책의 독자

 

한국미술, 불교공예와 금속공예, 범종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와 관련 분야 연구자

 

 

 

지은이 소개

 

최응천

1959년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대학에서 ‘한국 범음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하여 학예연구사, 학예연구관을 거쳐 국립춘천박물관 초대 관장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팀장, 아시아부장, 미술부장으로 국 립박물관에서 25년간을 근무하였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동산, 무형분과)과 일본 다이쇼대학 객원 교수(2015)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동국대학교 박물관장과 한국미술사교육학회 회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 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속공예: 한국미의 재발견』(2004)과 『찬란하고 섬세한 아름다움: 금속공예』(공저, 2007), 『한눈에 보는 입사』(2016)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한국 범종의 특성과 변천」(1999), 「일본에 있는 한국 범종의 종합적 고찰」(2007), 「조선전기 왕실 발원 범종과 흥천사 종의 중요성」(2017), 「조선후기 범종의 부흥을 이끈 두 거장」(2018) 같은 범종 관련 논문과 「고려시대 금고의 특성과 명문 고찰」(2017), 「쇼소인[正倉院] 금 속공예의 연구현황과 과제」(2018), 「《三國遺事》에 보이는 미술사 자료의 분석과 검토」(2021) 등 금속공예 관련 논문이 다수 있다. 「18세기 범종의 양상 과 주종장 김성원의 작품」으로 제14회 동원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차례

 

책머리에ㅤ

 

제1부. 한국 범종, 그 특성과 변천

1. 범종의 기원과 전래

2. 한국·중국·일본 고대 범종의 양상과 전형 양식으로의 전개

— 한국 범종의 세부 명칭

3. 한국 범종의 구조와 특징

4. 한국 범종의 주조

5. 한국 범종의 시대별 변천

(1)ㅤ통일 신라의 범종

(2)ㅤ고려 시대의 범종

(3)ㅤ조선 시대의 범종

— 일본에 있는 한국 범종

 

제2부. 한국의 범종 아카이브

1. 상원사 종: 한국 범종의 전형 양식으로의 완성

2. 성덕대왕신종: 중생을 깨우치는 부처의 원만한 소리

3. 운주지 종: 천상의 소리를 연주하는 아름다운 자태의 주악천인상

4. 선림원지 출토 정원20년명 종: 3년 만에 녹아버린 비운의 범종

5. 연지사명 조구진자 종: 일본의 국보가 된 바닷가 신사의 범종

6. 청주 운천동 출토 종: 고려의 불상을 품은 통일 신라 범종

7. 고묘지 종: 팔리고 떠돌고 아픈 과거를 간직한 신라 범종

8. 천복4년명 우사진구 종: 통일 신라의 쇠퇴를 보여 주는 마지막 기년 범종

9. 준풍4년명 쇼렌지 종: 고려 범종으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비행비천상

10. 스미요시진자 종: 국보에서 중요문화재로 전락한 고려 초기의 대형 범종

11. 천흥사명 종: 국내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랜 고려 범종

12. 태평12년명 온조지 종: 청송군에 있던 큰 종, 온조지 보물관에 자리 잡다

13. 청녕4년명 종: 땅속에서 찾아낸 완벽한 고려 최고의 범종

14. 계지사명 조텐지 종: 반가좌의 보살상을 장식한 고려 11세기 범종의 백미

15. 용주사 종: 제 나이를 잃어버린 국보 범종

16 장생사명 종: 간절한 염원을 담은 금종

17. 엔세이지 종: 전 낙수정 출토 종과 쌍둥이처럼 닮은 범종

18. 전 낙수정 출토 종: 국내로 반환된 유일한 일본 소재 한국 범종

19. 관세음사명 종: 연뢰를 4개만 표현한 독특한 의장의 고려 소종

20. 삼선암 종: 전형에서 벗어난 고려 시대의 이색 범종

21. 석수동 마애타종상: 영원히 울리는 한국 유일의 바위 종

22. 대자사명 종: 고려 후기 입상연판문대가 장식된 첫 번째 기년명 범종

23. 덕흥사명 종: 고려 전기와 후기의 가교적 역할을 한 12세기 마지막 편년 작품

24. 천정사명 종: 비천과 초승달을 품은 13세기의 첫 번째 기년 작품

25. 오어사 종: 연못에서 발견된 최초의 ‘육자광명진언’을 새긴 범종

26. 청림사명 내소사 종: 고려 최고의 주종장 한중서가 만든 고려 후기 범종의 걸작

27. 탑산사명 대흥사 종: 1592년 총포로 녹여질 뻔했던 섬세한 장식의 고려 범종

28. 시카우미진자 종: 종신 전체를 다채롭게 장식한 고려 최고의 소종

29. 만다라지 종: 작지만 영락과 구름으로 채워진 고려 소종의 백미

30. 병술년명 종: 미국 박물관에 자리 잡은 고려 후기의 범자문 소종

31. 지대4년 약사암명 종: 프랑스까지 건너간 고려 14세기의 귀중한 편년 작품

32. 연복사 종: 중국 원나라 장인의 손을 빌어 만든 혼합 양식의 범종

33. 장흥사명 종, 정통14년명 종: 고려 말 조선 초 한국 전통 양식을 계승한 민간 발원의 범종

34. 흥천사 종: 조선 왕실 범종의 서막을 연 범종

35. 보신각 종: 새해의 시작을 알리던 범종

36. 낙산사 종: 화재로 함께 사라진 화원 이장손의 보살상

37. 봉선사 종: 낙산사 종과 봉선사 종의 엇갈린 운명

38. 수종사명 종: 조선 왕실 여인들의 염원을 담은 범종

39. 홍치4년명 해인사 종: 조선 왕실이 발원한 마지막 범종

40. 용천사명 안정사 종: 1천여 금을 주고 구입한 담양의 용천사 범종

41. 석남사명 종: 지옥의 중생을 구원할 지장보살을 담은 범종

42. 만력9년명 태안사 종: 고려 전통형 범종의 맥을 이은 가교적 작품

43. 수암사명 광흥사 종: 사장과 승장이 합작한 독특한 용뉴의 범종

44. 갑사 종: 전통형과 중국 양식이 혼합된 새로운 양식의 범종

45. 봉선사명 현등사 종: 17세기 승려 장인의 시작을 알린 천보 스님의 범종 1

46. 견암사명 고견사 종: 17세기 승려 장인의 시작을 알린 천보 스님의 범종 2

47. 보광사 종: 17세기 승려 장인의 시작을 알린 천보 스님의 범종 3

48. 중사자암명 법주사 종: 입상연판문대에 불좌상을 품은 17세기의 범종

49. 쌍계사 종: 조선 후기 전통형 범종의 새 장을 열다

50. 용흥사 종: 17세기 사장계를 이끈 선두주자 김용암 1

51. 대원사 부도암명 선암사 종: 17세기 사장계를 이끈 선두주자 김용암 2

52. 만연사 종: 17세기 사장계를 이끈 선두주자 김용암 3

53. 사인비구의 범종: 17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승려 장인

54. 김애립의 범종: 국가의 대포까지 만들었던 사장계의 큰 별

55. 김상립과 김성원의 범종: 부자지간으로 계승된 직업 주종장

56. 윤씨 일파의 범종: 18세기 전라도 일대에서 활동한 사장들

57. 이만돌의 범종: 충북 지역에서 활동한 이씨파 계열의 수장

58. 이씨파의 범종: 조선 후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직업 장인들

59. 임화순과 김치운의 범종: 근현대 범종으로의 이행과 과제

 

참고문헌ㅤ

한국종명ㅤ

한국범종목록ㅤ

도판목록ㅤ

색인ㅤ

 

 

 

 

 

 

지은이: 최응천 

출판사: 미진사

사이즈: 150*225 mm 

쪽수: 584쪽 

출간일: 2022년 2월 25일 

ISBN: 9788940806593 (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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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범종 : 천년을 이어온 깨우침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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