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폭풍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2)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 대하소설 〈프랑스풍 조곡〉을 기획했다. ‘몇 개의 소곡 또는 악장을 조합하여 하나의 곡으로 구성한 복합 형식의 기악곡’이라는 ‘조곡(組曲)’의 정의처럼, 네미롭스키는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모델로 삼아 리듬과 어조가 가기 다른 다섯 이야기로 구성된 1000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을 쓰고자 했다. 작가는 계획한 대로 1부와 2부에 해당하는 『6월의 폭풍』과 『돌체』를 성실히 써냈지만, 작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면서 3부 ‘포로’는 대략적인 줄거리만이, 4부와 5부는 ‘전투’, ‘평화’라는 제목만이 남았다. 2014년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스윗 프랑세즈〉는 두 번째 이야기인 『돌체』를 각색한 작품이다.
레모에서 출간한 『6월의 폭풍』과 『돌체』는 프랑스에서 출간 직후 번역한 원고를 18년 만에 번역자가 전면 재검토하여 새롭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으로 구성한 것이다. ‘조곡’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각각의 작품 속에 개별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처럼 『6월의 폭풍』과 『돌체』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이, 네미롭스키가 펼쳐 놓은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다양한 계층의 프랑스인들의 삶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이렌 네미롭스키
이렌 네미롭스키(Irène Némirovsky)는 1903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불행하고 외로웠다. 금융가였던 아버지는 늘 사업으로 바빴고, 어머니는 어린 이렌을 유모에게 맡기고 자신의 삶을 누렸다. 이 시절 이렌은 절망에 맞서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키웠으며, 이러한 모녀 관계는 이후 그녀의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이렌과 가족들은 유대인 박해를 피해 은둔 생활을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러시아를 떠난다. 이후 파리에 정착한 이렌은 소르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1923년에는 첫 작품 『오해Le malentendu』를 익명으로 발표했으며, 1929년에는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 골더David Golder』를 발표해 문단의 호평을 받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1942년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전쟁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 『프랑스풍 조곡Suite Francaise』을 집필했는데, 이 작품은 후에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딸에게 발견되어 2004년에 출간되었다. 『프랑스풍 조곡』은 출간과 함께 르노도 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는 르노도상 제정 이후 최초로 작가의 사후에 수여된 것이다. 『프랑스풍 조곡』은 또한 영미권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영화로도 재탄생되었다. 이 작품의 성공이 계기가 되어 네미롭스키의 다른 작품들 역시 활발히 재조명되고 있다. 네미롭스키는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엄청난 창작열로 상당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는 『데이비드 골더』, 「무도회」, 『개와 늑대Les Chiens et Les Loups』, 『제자벨 Jézabel』, 『프랑스풍 조곡』 등이 있다.
번역자 소개
이상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릴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과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측천무후』로 제2회 한국 출판 문화 대상 번역상을, 『베스트셀러의 역사』 로 한국 출판 평론 학술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미셜 우엘벡의 『어느 섬의 가능성』, 아멜리 노통브의 『너의 심장을 쳐라』, 『추남, 미녀』 『느빌 백작의 범죄』, 『샴페인 친구』, 『푸른 수염』, 『머큐리』,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델핀 쿨랭의 『웰컴 삼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지옥 만세』, 조르주 심농의 『라프로비당스호의 마부』, 『교차로의 밤』, 『선원의 약속』, 『창가의 그림자』, 『베르주라크의 광인』, 『제1호 수문』, 피에레트 플뢰티오의 『여왕의 변신』, 이렌 네미롭스키의 『무도회』, 『뜨거운 피』 등이 있다.
목차
편집자의 말 7
6월의 폭풍 15
추천사
뉴욕 타임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길고 기 여정을 알고 나면, 누구나 경이로움과 경이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뉴욕 타임스
전쟁이 빚어낸 가장 인간적이며 예리한 소설
미쉘 윌리엄스 (<스윗 프랑세즈> 주연)
이렌 네미롭스키의 삶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한없이 벅차오른다.
드니즈 엡스타인 (이렌 네미롭스키 딸)
제게 가장 큰 기쁨은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의 어머니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이 책의 출간은 나치가 진정으로 어머니를 죽이지 못했다는 방증입니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라 승리입니다.
책 속으로
배가 난파할 때는 모든 계층이 갑판 위에서 만나는 법이다. (26쪽)
어둠 속에서 위험은 점점 커져갔다. 사람들은 고요한 공기 속에서 불안을 들이마셨다. 평소에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침착했던 사람들조차도 그 혼란스럽고 치명적인 공포를 극복할 수 없었다. 모두가 애타는 심정으로 자기 집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내일이면 폐허로 변하고 말 거야. 내일이면 난 빈털터리가 될 거야. 아무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는데, 도대체 왜?’ 하지만 곧 담담함의 파도가 그들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저따위 것들이 무슨 소용이야! 결국은 돌맹이야, 나무일 뿐이야, 생명 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아! 무엇보다 목숨을 구하는 게 중요하지!’ 조국의 불행을 생각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있었다고 해도 그들은 아니었다. 그날 밤 파리를 떠나는 사람 중에는 없었다. 걷잡을 수 없는 공포는 동물적인 본능이 아닌 모든 것, 피부로 느끼는 움직임이 아닌 모든 것을 마비시켜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들쳐 업고 달아나는 일! 그날 밤에는 살아 있는 것, 숨 쉬고 울고 사랑하는 것만이 가치가 있었다! 재산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연인이나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 나머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화염에 휩싸여 사라져도 괜찮았다. (68-69쪽)
엄밀히 말해, 그것은 불안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투지도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슬픔이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짐승, 그물에 갇혀 어부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걸 바라보는 물고기의 눈에 깃든 것과 같은. (93쪽)
기독교의 자비심, 수 세기에 걸친 문명사회의 너그러움이 헛된 장식처럼 벗겨지고 그녀의 메마른 영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적대적인 세상에 오로지 아이들과 그녀뿐이었다. 새끼들을 먹이고 보호해야 했다. 나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105쪽)
그들은 자신이 왜 달아나는지 알지 못했다. 프랑스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어딜 가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다. 지쳐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은 일어설 수 없다고,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겠다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편히 있다가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행기가 다가오면 그들이 제일 먼저 일어섰다. (107쪽)
그 말 한마디의 인간적인 울림이, 그 몸짓이 독일군이 피에 굶주린 괴물이 아닌 여느 젊은이와 다를 바 없는 청년이라는 사실을 증명했고, 그러자 갑자기 마을과 적, 농부와 침략자 사이에 놓인 유리 장벽이 깨졌다. (192쪽)
페리캉 부인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소리치며 속으로 끊임없이 빌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기를! 폭탄이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떨어지기를! 오 주님, 저에겐 세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게 해주소서! (209쪽)
그들에게는 언제나 행복에 대한 열렬한 의지가 있었다. 서로를 몹시 사랑했기 때문에 그날그날 살아가는 법을, 내일을 의도적으로 잊는 법을 터득했다. (317쪽)
“도대체 왜 고통은 늘 우리 몫이죠? 우리 같은 사람, 평범한 사람, 서민들 말이에요. 전쟁이 일어나거나, 프랑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실업률이 올라가거나, 위기나 혁명이 닥치면,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지만 우린 늘 무참하게 짓밟히고 말아요! 왜죠? 우리가 도대체 뭘 어쨌기에? 모든 잘못의 대가를 왜 늘 우리가 치르냐고요. 물론, 사람들은 우릴 두려워하지 않죠! 노동자들은 똘똘 뭉쳐 자신의 권익을 지키고, 부자들은 막강한 돈의 힘을 휘두르니까. 그저 제일 만만한 게 우리죠! 난 그 이유를 묻고 싶어요!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난 이해할 수가 없어요. (...)” (332쪽)
“우리랑 상관없이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들이 있어요. 폭풍우가 몰아칠 때 당신은 아무도 탓하지 않아요. 상반되는 두 종류의 전하가 벼락을 만들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구름이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당신은 그들을 탓할 수 없어요. 그건 우스꽝스러운 일일 거예요. 그들은 당신 말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333쪽)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심각한 사건들이 사람의 영혼을 바꿔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이 낙엽을 쓸어내고 나무의 형태를 드러내듯, 그 영혼의 면면을 더욱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그 사건들은 어둠 속에 묻혀 있던 것을 백일하에 드러내며, 이제 영혼이 가야할 방향으로 이끌었다. (338쪽)
그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이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무것도, 적어도 살아 있어서 시간에 의해 변질되고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아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다. 결혼하지 않은 것도, 자식을 갖지 않은 것도, 모두 잘 한 일이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바보였다. 오로지 자신만이 현명했다. (340-341쪽)
출판사 서평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 대하소설 〈프랑스풍 조곡〉을 기획했다. ‘몇 개의 소곡 또는 악장을 조합하여 하나의 곡으로 구성한 복합 형식의 기악곡’이라는 ‘조곡(組曲)’의 정의처럼, 네미롭스키는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모델로 삼아 리듬과 어조가 각기 다른 다섯 이야기로 구성된 1000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을 쓰고자 했다. 작가는 계획한 대로 1부와 2부에 해당하는 『6월의 폭풍』과 『돌체』를 성실히 써냈지만, 작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면서 3부 ‘포로’는 대략적인 줄거리만이, 4부와 5부는 ‘전투’, ‘평화’라는 제목만이 남았다. 2014년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스윗 프랑세즈〉는 두 번째 이야기인 『돌체』를 각색한 작품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적처럼 소생한 고전
1942년 아우슈비츠에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렌 네미롭스키는 다섯 권으로 기획한 〈프랑스풍 조곡〉을 끝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작가는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에 원고가 든 가방을 출판사에 맡겼고, 출판사에서는 작가의 두 딸에게 가방을 전달했다. 어린 두 딸은 전쟁 동안 힘겹게 숨어 지내면서도 엄마의 가방을 끝까지 지켰다. 가방 속 노트에는 엄마의 일기가 적혀있을 것이라 믿었던 딸들은 그 가방을 열기가 두려웠다. 마침내 가방이 열리고 엄마의 일기일 것이라 생각했던 노트는 〈프랑스풍 조곡〉이라는 대작의 원고였고, 엄마가 퇴고하지 않은 책을 출간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두 딸은 출간을 망설였다. 하지만 출판사의 제안으로 2004년 기적적으로 출간되었다. 원고 집필 이후 62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프랑스풍 조곡〉은 최초로 작가 사후에 르노도상을 수상했다.〈프랑스풍 조곡〉은 영어권에서 번역서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230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고전으로 자리했다.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이렌 네미롭스키 대표작
레모에서 출간한 『6월의 폭풍』과 『돌체』는 프랑스판 출간 직후 번역한 원고를 18년 만에 번역자가 전면 재검토하여 새롭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으로 구성한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면 언어 또한 변하기 마련이기에, 오늘의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도록 원고를 세심하게 교정하고 편집하였다.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의 첫 권 『무도회』에서 날카롭게 드러난 삶의 아이러니가, 전쟁이라는 참사 속 다양한 사회 계층의 인간 군상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작가에게 다가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사이렌이 울리던 새벽, 무슨 생각을 했나요?
이제 독일 점령 치하의 1940년 프랑스로 떠나보자. 독일군이 몰려와 다양한 계층의 파리지앵들이 남쪽으로 피란을 떠난다. 독일군이 주둔하게 된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는 운명적인 사랑이 싹튼다. 어쩌면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으며 작가가 쓴 이야기와 쓰지 못한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과 전쟁 앞에 선, 너무나 하찮아 보이는 사랑에 대하여. 10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쓰고자 했던 이렌 네미롭스키의 원대한 계획은 결국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며 미완으로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미완의 소설을 읽는 것으로 작가의 꿈을 완성한다.
이제 사이렌이 울리던 그날 새벽, 당신이 생각했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다.
저자 : 이렌 네미롭스키
번역 : 이상해
쪽수 : 380쪽
크기 : 130 * 188 * 30 mm
국내도서 > 소설 > 프랑스소설 > 역사소설
ISBN : 9791191861259
출간일 : 2023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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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폭풍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