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 로힝야 난민 여성들의 집 ‘샨티카나’에 가다
책 소개
박해와 학살 이후에도 삶은 춤춘다
제노사이드 생존자 로힝야 난민 여성들이
자신을 치유하고 서로를 돌보며
한계 너머로 걸어나가는 이야기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는 수식어로만 표면적으로 알려져 있는 ‘로힝야’ 난민 캠프에 위치한 ‘샨티카나’와 그 속의 여성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로힝야 난민 캠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 캠프로, 무려 10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들이 거주하고 있고 그중 52%가량이 여성이다. 실로 거대한 캠프 숲 중 캠프14에 세워진 여성 커뮤니티 센터의 이름이 바로 ‘샨티카나’(평화의 집)이다.
샨티카나에서는 로힝야 여성들이 대학살의 생존자로서 트라우마를 치유해가고 함께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캠프 안의 임시 거주지인 셸터는 가족이 몸을 눕히고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너무 좁고 어둡다. 더욱이 난민 중에서도 여성에게는 보수적인 문화의 압력이 더해진다. 그래서 로힝야 난민 여성들은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다’고 말하며 샨티카나로 온다. 이곳에서는 함께 춤출 수 있고 기쁨도 슬픔도 나눌 수 있기에.
이 책은 샨티카나에서 일상을 직조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힝야 난민 여성)와 함께, 샨티카나가 생겨난 이야기(초기 활동가), 샨티카나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현재 활동가), 샨티카나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연대하는 창작자)가 서로의 뒤를 따르는 이야기이다.
목차
서문: 이 이야기가 우리를 치유했고, 이제 당신을 만날 차례이다
1부. 샨티카나가 만든 이야기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 일지―전솔비
문해교육 관찰 기록: 글자 앞에 앉은 마음―전솔비
예술 워크숍 기록: 사바와 휠―오로민경
샨티카나의 정원: 빛과 그림자가 물결치는 순간들―오로민경
샨티카나의 공간들―전솔비
순환하는 마음―오로민경
2부. 샨티카나를 만든 이야기
샨티카나의 탄생―별빛
샨티카나의 여자들: 샨티카나를 돌보는 사람들의 일상―비바
로힝야, 토착성을 부인당한 사람들: 로힝야의 역사와 난민이 된 과정―이유경
책 속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난민 캠프에서의 생활이지만 여성들은 이곳에서 이전보다 더 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가고 있다. 난민이 되면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쟁과 재난은 긴 시간 동안 변하지 않던 삶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 것이다. 시간을 반으로 접어서 미래에 도달하는 구멍을 통과하듯, 난민 캠프는 로힝야 여성들이 살던 까마득한 과거의 세계를 깨뜨렸지만 대신 새로운 변화의 기회 역시 만들어가는 중이다.
로힝야 여성들은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랐기에 큰 소리를 내는 행위가 금지되는데, 이를 고려하여 샨티카나에서는 박수를 칠 때 박수 몸짓으로 대신한다. 손바닥을 부딪히지 않고 스쳐지나가게 하는 동작이 그것이다. 샨티카나를 떠올릴 때면 새의 날갯짓과 같은 손 모양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를 환대해주던 여성들의 일렁이는 몸짓이 생각난다. 그곳에는 난민 캠프에서 마음의 집을 찾아가는 놀라운 이야기가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_17쪽, 전솔비
나는 어둠의 색이 단지 무섭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필요한 상태임을 공유하고 싶었다. 나아가 그동안 샨티카나의 여성들은 피해자로서 인터뷰나 촬영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반대로 적극적으로 그들이 이 공간과 사람들을 보고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활동을 함께하며, 이를 통해 기록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나누고자 했다.
(…)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누군가의 삶의 터전에 깊숙히 들어오게 되었다면, 최소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기다려낼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카메라’라는 미디어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고 싶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을 때 비로소 한 공간 안의 존재를 서로 만나게 해주는 관계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자와 빛의 교환으로 카메라에 상이 담기는 것처럼,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자리를 찾아갈 때 그 상을 제대로 담고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며 비로소 카메라를 들고 정원을 찍는 아푸의 뒤에서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_102~103쪽, 오로민경
몸감각운동(SEW)을 하고 나서 생리통이 없어졌고 밤에 잠을 잘 잤다고 하는 로힝야 여성들의 말을 나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내가 부유한 국가인 한국에서 온 후원자이니까 나에게 좋은 말만 하는 것일까? 정말 치유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녀들의 소극적이던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히잡을 벗고, 그저 앉아 있기만 했던 여성들이 옆자리에 앉은 여성들과 수다를 떨어서 교육 진행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교육장이 소란스러워 진행이 어려운 것이 펄쩍 뛸 만큼 기뻤다. “지방 방송을 꺼주세요”, “앞에 집중해주세요”를 외치면서 어찌나 기쁘고 신나던지, 마음속으로는 계속 ‘지방 방송’을 해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건 로힝야 여성들이 한국의 트레이너들과 이 교육 공간이 익숙해져서 마음을 놓을 만큼 안전하다고 느낀 것이고, 이미 아는 내용이니까 별로 안 궁금했던 것일 테고, 또 이웃 동료와 어제 오늘 있었던 일상을 나누고 한국인들과 어쩌고저쩌고 말을 나눌 정도로 친해졌다는 것이니까. 그것은 우리가 바라던 여성들 간의 지지와 연결망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_194~195쪽, 별빛
하루는 샨티카나 수용 공동체 여성에게 로힝야 사람들을 도운 이유가 같은 무슬림이어서인지 물었다. 그녀는 다른 종교였어도 도왔을 것이라 대답했다. 이번엔 왜 도왔냐고 물었다. 여성은 그냥 도왔다고 대답했다. 나는 남을 도운 이유, 목적을 물었는데 이들은 계속해서 그냥 도왔다고 대답했다. 다른 활동가가 인도네시아에서 들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부자들은 난민들에게 먹을 것을 내어주었지만 나는 가진 게 없어서 그들을 바다에서 뭍으로 데려오는 수밖에 없었어요.”
샨티카나는 난민뿐 아니라 수용 공동체 여성들도 같이 운영하고 이용한다. 어느 날은 그룹 토론을 하다가 센터의 한 수용 공동체 여성이 로힝야 여성에게 ‘너네는 비누도, 음식도 다 매달 공짜로 배분받지 않느냐’고, 우리는 사야 한다고 따졌다. 그러자 로힝야 여성은 우리가 미얀마 집으로 돌아가면 그때 우리 집으로 와서 비누 맘껏 가져가라고 대답했다. 민감해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놀랍게도 그 얘길 듣고선 다들 웃어버렸다.
_236~238쪽, 비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는, 가자 주민들에게 그러하듯, 로힝야 커뮤니티를 지독하게 봉쇄하고 자유와 존엄을 박탈해온 억압 방식이다. 그 체제하에서 로힝야 사람들은 숨죽여 살았고, 서서히 죽어나갔다. 그 체제하에서 로힝야에겐 ‘삶’이 곧 ‘슬로우 데쓰’다.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 밖을 벗어날 자유가 없으며 한 줌의 ‘외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Form 4’라는 이민성 양식을 작성해 제출해야만 45일 허가를 겨우 받을 수도, 그러나 못 받을 수도 있다. 내가 양곤에서 만난 로힝야 여성 사데카는 ‘Form 4 양식을 얻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종이 양식 하나 얻기 위해 2년을 기다렸고 10만 (kyat, 미얀마 화폐 단위)을 냈다고 했다. 분리장벽으로 둘러쳐진 가자지구가 ‘중동의 아파르트 헤이트’라면, 조잡하지만 날카로운 철조망과 검문소가 눈에 불을 켜고 선 로힝야 게토는 ‘미얀마의 아파르트 헤이트’다.
‘아파르트 헤이트’는 제노사이드의 중요한 인프라이고, 대학살의 예고편이다. 가자지구에서도,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도 이는 적확하게 증명됐다.
_259~260쪽, 이유경
저자 소개
공선주(별빛)
인도적지원 활동가. 2016년 사단법인 아디를 공동 창립하고, 아시아의 분쟁 지역에서 분쟁과 여성, 인도적지원, 기억과 기록이라는 주제로 공동체 구축, 평화연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 로힝야 난민캠프를 방문한 인연으로 2018년 로힝야 여성들을 마음으로 만나는 사업을 시작하고, 현재까지 총괄하고 있다. 우리의 활동은 ‘그 사람의 삶에 함께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서로에게 따뜻한 지지와 응원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세상을 함께 바꾸기 위해 지역 운동으로서 국제개발협력과 인도적지원사업을 그리며 2006년부터 아시아의 여러 현장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오로민경
다원예술 창작자. 누구에게나 떨어지는 한 낮의 빛, 흔들리는 잎의 작은 떨림들을 관찰하며 더 작은 힘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들리지 않을 수도 있는 소리를 듣고자 노력하며 다양한 공간, 사람들을 만나 여러 위치에서 협업하고 있다. 《영인과 나비: 끝의 입자 연구소》, 《폐허에서 온 사랑》, 《캠프 사운드 커뮤니티》 등의 전시, 《연약한 기록들의 춤》 등의 공연을 만들었으며, 영화 [돌들이 말할때 까지] 의 음악 작업을 하였다.
이승지(비바)
인도적지원 활동가. 분쟁과 재난 속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연대하고 실천한다. 2017년도부터 NGO에서 인도적지원 업무를 시작했다. 2021년도부터는 사단법인 아디에서 PM으로서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및 수용공동체 여성 심리사회적 회복역량강화사업’를 맡아 관리하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 르포와 분쟁의 이면을 탐사하는 보도에 천착해 왔다. 언론의 독립성과 저널리즘이 훼손된 환경을 탐사보도 기반 정론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겨레21〉, 〈시사인〉, 〈Neues Deutschland〉에 기고하였고 〈한국일보〉 기획 [세계의 분쟁지역]에 다양한 국제분쟁 현안을 연재했다. 저서 및 역서로는 『로힝야 제노사이드』,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봄의 혁명 : 새로운 미얀마를 향한 담대한 행보』(공저), 『누가 무장단체를 만드는가』가 있다.
전솔비
독립 기획자이자 연구자. 우연과 상상으로 현실을 작동시키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기억해야 할 이야기들을 만날 때 전시 혹은 책을 만든다. 경계와 타자의 문제를 고민하는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동시대 소수자 운동의 현장에서 생산되는 말과 글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다. 『난민, 난민화되는 삶』, 『생명연습』, 『입속의 협업자』를 함께 썼으며 《녹는 땅, 고인 기억》, 《캠프 사운드 커뮤니티》 외 다수의 전시를 만들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17년 8월 25일이 낯설기만 한 우리에게
미얀마는 수많은 소수민족들로 구성된 연합 국가로, 그중 불교를 믿는 가장 큰 집단인 버마족이 정치, 군사 등 모든 영역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소수민족들 중에서도 무슬림을 종교로 하는 로힝야족은 유난히 미얀마 내에서 극심한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으며, 1982년에는 아예 시민권법을 개정하여 로힝야 사람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교육받을 권리와 국경을 이동할 권리, 토지를 소유할 권리, 취업의 권리 등을 빼앗았다. 심지어 산하 제한 정책으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 책의 공저자이자 로힝야족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취재해온 이유경 기자는 이러한 낙인과 고립, 절멸이 오랜 시간 동안 단계적으로 계획되어왔음을 강조하며, 이것이 2017년의 ‘제노사이드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지속적인 박해와 차별의 역사가 존재하지만, ‘로힝야’라는 단어가 그나마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17년 8월 25일,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서이다. 8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 1만 명 이상의 로힝야인들이 학살당했으며 2,000명에 가까운 로힝야 여성들이 강간당했고, 어떤 이들은 가족과 친척 모두 사망하여 통계에 집계되지도 않았다.
미얀마의 국경 근처에 살던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갑자기 들리는 총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살림살이를 지고 황급히 이쪽으로 뛰어오는 로힝야 사람들을 마주했다고 그날을 회상한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놀랍게도 이들을 자신의 마을에 받아들였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가 현재 마을 위에 넓게 걸쳐져 있는 것이 바로 이때 마을 사람들이 로힝야 사람들을 자신의 커뮤니티 안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원래 마을 사람들이 살던 지역은 난민 캠프와 구분하여 수용공동체라고 부른다).
로힝야 여성들에게 춤출 수 있는 ‘집’이 생기다
2017년 8월 25일 대학살은 살아남은 로힝야 사람들에게 끔찍한 기억과 상처를 남겼다. 특히 로힝야 여성들은 미얀마에서 살던 때에도 말과 행동을 제약당하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지내왔지만, 난민 캠프에서 더 폐쇄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가족과 친구를 잃은 경험에 따른 심리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매일 겪고 있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이들은 사회적 고립과 생계 곤란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 또한 ‘운 좋게’ 남편과 함께 살아남은 여성들도 장기화되는 캠프 생활 속에서 젠더 기반 폭력 및 사회적 차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홍수와 태풍에 취약한 셸터와 물과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보수적인 로힝야의 규율은 여성들이 화장실을 가거나 목욕을 하거나 집 밖을 나서는 등의 모든 일상을 옭아맨다. 많은 로힝야 여성들이 지금도 캠프의 좁은 셸터 안에 발이 묶여 있으며 깊은 어둠 속에 겹겹이 갇혀 있다.
이 책을 기획한 사단법인 아디는 팔레스타인, 방글라데시, 베트남, 미얀마 등 분쟁과 인권 침해가 있는 아시아의 현장을 찾아 피해의 조사·연구·기록을 담당하고 당사자 옹호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특히 2016년부터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현장 조사를 하며 그 안에서도 여성 난민들의 회복에 초점을 맞춰 활동해왔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캠프 14 안에 위치한 여성 힐링센터 ‘샨티카나(평화의 집)’는 캠프 안에서 여성들이 겪는 다중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아디가 방글라데시 현지 단체들과 함께 수년간 노력해 구축해놓은 이곳은 캠프 안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 속에 놓인 여성들이 심리회복 프로그램, 문해교육, 생계교육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기르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의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는 캠프 안의 여성들이 또 다른 캠프 안의 여성을 돌볼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작은 사회를 만들어간다. 보수적이고 다소 폐쇄적인 로힝야 문화권 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관계를 넘어 이웃 여성들과 유대관계를 쌓으며 정신적 성장과 회복을 통해 자신의 한계 너머로 걸어나가는 여성들에게 샨티카나는 기꺼이 함께 춤출 수 있는, 또 다른 집과 같다.
현존하는 박해의 역사를 다층적인 형식으로 담아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는 이와 같이 명확하지만, 분야를 한 가지로 정의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 책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구성 때문이다. 1부는 2023년 4월, 샨티카나를 방문했던 전솔비와 오로민경의 시선에서 그곳의 현재를 담는다. 두 사람은 이미지를 만들고 텍스트를 만지는 제작자의 관점에서, 그리고 방문객의 시선에서 캠프를 감각하고 그 기록을 충실히 책에 담고자 했다. 분석과 예술 작업의 대상으로서 난민 캠프와 난민이라는 주제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예술에 대한 고민 속에서 리서치의 여정을 이어온 결과물이다.
그중에서도 처음을 여는 전솔비의 글은 일지 형식으로, 콕스바자르에 머무는 동안 그날그날 있었던 일과 소감을 담백하고 성실하게 적고 있다. 이어지는 전솔비와 오로민경의 글들은 샨티카나의 구체적인 풍경과 프로그램, 즉 문해교육, 예술 워크숍, 정원, 샨티카나의 6개 공간(zone)에 대한 스케치와 체험을 담고 있다.
1부와 2부 사이에는 오로민경의 이미지 작업 〈순환하는 마음〉이 컬러 인쇄로 담겨 있다. 우리의 손이 페이지를 넘길 때 서로를 연결하는 스펙트럼으로서 어두움과 밝음의 순환을 담아보고자 한 시도이다.
2부는 샨티카나가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했던 아디 활동가 공선주(별빛)와 현지에서 로힝야 여성들과 가까이 생활하는 비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로힝야 이슈를 취재해온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이유경의 글을 담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국제단체의 기획과 지원으로 시작되었지만, 그에 속한, 또는 그와 함께하는 저자들의 일지, 에세이, 미술작품이기도 하고, 생존 당사자 여성들의 목소리와 글, 그림을 담아낸 기록이기도 하며, 잊혀가는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의 역사와 부당함을 취재하고 연구해온 베테랑 기자의 르포이기도 하다. 이 다층적이고 사려 깊은 구성이야말로 로힝야 제노사이드의 역사와 현재를 일축하지 않고 드러내는 가장 최선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을 샨티카나로 초대합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
샨티카나에 방문하는 여성들은 총 여섯 개의 공간 체험으로 구성된 힐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보통 한 시간 이내로 진행되는데 센터 방문 및 이용 횟수에 따라 레벨 1에서 레벨 3까지 단계별 힐링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된다. 방문 경험이 적은 1단계의 방문객은 각 존에서 로힝야여성심리지원단(PSS) 여성과 일대일 관계로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하지만 방문 경험이 쌓이고 단계가 올라가면 함께 참여하는 다른 여성들과 파트너로 활동하게 된다.
환대의 공간 Connection Zone
이곳에서 당신은 자신의 몸을 인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한 여성이 다가와 당신의 키와 몸무게를 재준다. 그것은 나의 몸이 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를 인지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이다. 이곳을 반복해 방문하는 여성들은 키와 몸무게의 간단한 변화를 통해, 그간 돌보지 못한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이 달라지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몸 치유 공간 Body Zone
“우리는 손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옥시토신이라는 사랑의 호르몬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깨, 발, 뒤통수와 눈 부분, 귀 뒷부분과 귀 옆을 터치하고 에너지를
전달해보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이 터치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먼저 내 몸과 마음이 평화로운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샨티카나 운영 매뉴얼)
마음 치유 공간 Mind Zone
이곳에 들어서면 당신은 어릴 적 부모님이 동화책을 읽어주던 것처럼 아이가 된 기분으로 그림책 앞에 앉게 된다. 우리 안에는 밝은 마음과 어두운 마음, 이렇게 두 가지 유형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PSS 여성들은 어두운 마음을 밝은 마음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당신은 어두운 마음이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힘을 기르며, 우울감이나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몸과 마음 통합 치유 공간 Soul Zone
이곳에서는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소울 싱크 명상’을 하게 된다.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통합하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제 조용히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호흡의 도움으로 내 영혼의 소리를 들어본다.
함께하는 공간 Integral Zone
그림으로 가득 찬 이곳은 모든 힐링 프로그램의 활동이 끝난 후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다. 몸을 인지하고 마음을 들여다보고 몸을 이완하고 마음에 숨을 불어넣으며 느낀 감정, 생각, 좋은 점, 아쉬운 점들을 여성들이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그림 도구가 준비되어 있다.
대인관계 공간 Interperson Zone
이곳은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근처 셸터의 여성들이 모여 수다를 떨거나 편히 누워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아동보호존과 정원, 부엌이 있어서 여성들은 게임을 하고 간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편하게 침대에 눕거나 모유 수유를 하는 등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쉰다. 종종 바늘과 실, 천을 이용해 파우치나 머리끈, 가방 등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간단한 생계 교육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지은이 : 공선주(별빛), 오로민경, 이승지(비바), 이유경, 전솔비
펴낸곳 : 파시클
출간일 : 2024-06-25
쪽수 : 280쪽
크기 : 145*210mm
ISBN : 9791197235672 (03330)
분야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제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인권문제
국내도서 > 역사 > 아시아사 > 동남아시아사
배송료 3,000원
100,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배송업체 및 기간
한진택배 (my page에서 주문번호 입력 시 조회 가능합니다.)
주문일(무통장 입금은 결제 완료일)로부터 2-5일 소요되며, 주말 및 공휴일은 배송기간에서 제외됩니다.
별책부록의 모든 상품은 소량으로 입고되므로, 2일 이내에 입금 확인이 되지 않으면 다음 주문 고객을 위해 주문이 취소됩니다.
교환 및 환불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Q&A게시판에 문의해주세요.
포장을 뜯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교환 및 환불 가능합니다. (단, 제품의 하자에 의한 교환이 아닌 경우 왕복 배송비 구매자 부담)
문의
온라인 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는 상품에 대한 문의는 Q&A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T (070) 4007-6690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