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의 파수꾼 (나날문고)

18,000원
지은이 : 정수현
편집 : 김영글
디자인 : 어라우드랩
펴낸곳 : 돛과닻
판형 : 128×X188×13mm
면수 : 216쪽
발행 : 2024년 1월 24일
ISBN : 9791196850180 (03810)
분류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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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의 파수꾼

 

 

 

책소개

 

카드사에서 15년째 일해온 현직 심야 상담사가 한국사회 노동 현실에 가장 밀접한 상담 현장의 이야기를 꼼꼼히 써내려갔다. 스물아홉 개의 에피소드가 야간업무와 감정노동이라는 이중의 고난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성찰한다. 그러면서도 일의 기쁨과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 이 기록은, 도처에서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노동의 의미에 반딧불처럼 작고 환한 불을 밝힌다.

 

 

 

목차

 

[들어가며] 나는 오늘 세상을 구했어요

 

1장. 깊은 밤 속으로

학력 위조 / 헛똑똑이 / 고객님, 저 졸려요 / 재능의 기원 /깨끗하고 아늑한 곳

 

2장.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일터

새벽, 용서의 시간 / 값 매길 수 없는 선물 / 투잡 유행 / 누구나 사랑할 자격이 있다 / 먹고 살자고 하는 일

 

3장. 타인이라는 지옥

왜 계집애처럼 말을 해 / 연극이 끝나고 / 비폭력 대화 / 가족 말고 / 숨소리에도 매겨진 점수 / 친절함과 다정함

 

4장. 세상의 어둠을 가로지르며

평생 모은 돈이 사라져버렸어요 / 깊은 밤의 파수꾼 / 술 취한 고객들 / 얼굴 없는 범죄들

 

5장. 노동자, 혹은 좋은 이웃으로 살아남는 법

미용실에서 / 갑의 삶, 을의 삶 / 가늘고 길게 / 살아남은 상담사의 슬픔 / 타인의 삶

 

6장. 밤은 계속된다

달밤에 스쾃 / 너무나 비극적인 / 줄어든 사나이 / 여기 없는 삶

 

 

 

책속에서

 

어린 시절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주인공 홀든의 꿈처럼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머리에 쓴 헤드셋이 쇠코뚜레처럼 느껴지고 높은 파티션으로 둘러싸인 상담 공간이 호밀밭만큼 낭만적인 일터는 아니지만, 곤경에 빠진 고객을 돕는 콜센터 상담이나 금융범죄를 막는 부정사용 모니터링 모두 뛰어노는 아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고 싶어 하던 홀든의 작은 소망과 비슷한 일이다. 스무 살 고객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온전히 막아주지 못했듯 파수꾼 임무는 자꾸만 실패하지만, 나는 어느 오래된 팝송 제목처럼 오늘도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구하려 안간힘을 쓴다.

- 「나는 오늘 세상을 구했어요」

 

오십 넘은 아들이 자꾸 당신 카드를 가지고 나가 유흥업소에 다녀서 골치라는 할머니 고객이 전화로 하소연을 해온다. 원하시면 아드님이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분실신고를 해드리겠다니까 행여 자식이 술값을 못내 경찰서에 잡혀가기라도 하면 안 된다고 거부한다. 아드님이 귀가하면 카드를 돌려받아 어디 감춰두라 하니, 실직하고 돈도 없는데 야박하게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럼 카드를 함부로 쓰지 말라고 잘 타이르라 하니 자식이 엄마 말은 안 듣는데 따박따박 말 잘하는 상담사님이 대신 전화해서 잘 말해주면 안 되겠냐고 간청한다. 죄송하지만 그건 상담사가 해드릴 수 없는 일이라 하니 할머니는 한숨을 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 「재능의 기원」

 

나를 포함한 많은 콜센터 상담사들이, 아니 노동자라면 대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한 임금과 대우 앞에서 만약 누군가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운운하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콧방귀를 뀔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콜이 들어오면 나는 이게 얼마짜리 노동인가를 잠시 잊고 고객에게 집중한다. 상담이 만족스럽게 끝나고 친절하게 상담해 줘서 고맙다는 고객의 인사를 받고 나면 기분이 괜찮다. 사실 욕설의 충격이 강해 기억에 오래 남을 뿐이지 상담사는 욕설보다는 고맙다는 인사를 훨씬 더 많이 듣는다. 어쩌면 세상에서 감사 인사를 가장 많이 듣는 직업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좋은 기분을 마음 한구석에 쌓아두면 진상 고객을 겪을 때 버티는 힘이 된다. 세상에는 이런 진상보다 친절한 상담에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여기면서.

- 「값 매길 수 없는 선물」

 

진정성 없는 친절에 질린 이들이 따스한 온기를 지닌 다정함을 갈구하는 현실이지만, 감정의 역사에서 선후를 따지자면 다정이 친절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하지 않았을까? 굳이 먼 옛날 추운 겨울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 몸을 부비던 동굴 속의 풍경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다정함은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작은 마을공동체든, 울타리 안의 가까운 이들끼리 본능에서 우러나와 서로를 아껴주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작은 공동체가 커지면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이들과 함께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 된다. 익숙한 이들 간의 따스한 정으로 유지되던 공동체를 떠나 낯선 공동체로 들어가 이방인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도 많아진다.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타인들인 거대한 사회에서 다정함만으로 협력과 경쟁의 룰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 「친절함과 다정함」

 

서울신문에서 2020년 기획한 달빛노동 리포트에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안타까운 목록이 나온다. 그 해 상반기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야간 노동자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 목록이다(이마저도 근로복지재단에서 조사하고 승인한 최소 수치일 뿐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아 통계를 정확히 내기도 어렵다고 전한다). 웹상에 올라온 노동자의 부고 하나하나에는 국화꽃 사진이 놓여있다. 공장 생산직 노동자, 택배 노동자, 경비 노동자, 건설 노동자, 택시 기사, 식당 노동자… 내가 어느 아침 퇴근하고 야간 근무자 특수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병원을 꽉 채우고 있던 이들, 밤샘 노동으로 피곤에 찌든 눈빛에 서둘러 오느라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을 한 노동자들 중에 그들이 있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밤들, 나와 다른 공간에서 야간노동을 함께 한 연대의 마음으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 「달밤에 스쾃」

 

형석 씨가 콜센터 마지막 식사를 컵라면으로 때우는 게 마음에 걸려 집에서 만들어 온 펜네 파스타를 좀 나눠주었다. 한 입 먹고는 자기 입맛엔 별로라며 손도 안 댄다. 갑자기 그만두는 이유를 물으니 콜센터는 벌이가 적어 보증빚 갚기도 돈 모으기도 힘들다며, 일단 더 벌이가 될 일을 찾아 2년쯤 바짝 벌어 빚을 갚고 이천만 원쯤 자금을 마련하면 다시 중국으로 가 사업을 시작할 거라고 한다. 목소리를 낮춰 나만 알고 있으라면서 잘 하면 크게 터질 사업 하나를 구상했다고 말해준다.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무슨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해 중국에 파는 계획이었다. 놀라서 언제 IT쪽 개발 기술까지 공부했냐고 묻자, IT쪽은 완전히 문외한이고, 아이디어만 떠올린 거라고 한다. 원래 사업할 때 실무는 사람을 쓰면 된다며 나에게도 아는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대뜸 청한다. 무모하고 과감한 저돌성. 저게 사업자 마인드구나. 대화 내내 파스타 맛 별로라고 한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마음이 약간 상해있는 나와는 얼마나 다른가. 그는 소설가 발자크가 그려낸, 출세와 신분 상승을 욕망하며 세상과 투쟁하는 야심 가득한 주인공 같았다.

- 「줄어든 사나이」

 

 

 

저자 소개

 

정수현

15년째 카드사 야간 상담사로 일한다. 오랫동안 콜센터 상담 업무를 했고 현재 사고예방부서에서 카드 부정사용 모니터링과 사고 상담을 한다. 철학을 전공한 뒤 공공기관 잡지 기자, 영어학습지 오디오 스크립터 겸 연출자로 살다가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뛰쳐나와 수년간 헤맸다. 곤궁한 작가지망생의 밥벌이로 시작한 야간 상담일에서 뜻밖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했다. 종종 고객에게 상처받지만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한 상담사로서 밤새워 타인의 삶을 지킨다. 상담 노동의 일상을 안과 밖에서 치열하게 바라보고 기록하며 비로소 처음 작가가 된다.

 

 

 

출판사 소개

 

2019년 문을 연 돛과닻은 ‘멀리 그리고 깊이’를 모토 삼아, 

장르의 경계를 향해하며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책을 펴냅니다.

 

최근작 : 『제로의 책』(‘제로’라는 키워드로 엮은 공공예술의 현재), 『호수 일지』(어느 미술가의 무용하고도 아름다운 삽질의 기록), 『노아와 슈바르츠와 쿠로와 현』(검정색에 대한 탐구), 『고양이 행성의 기록』(1930년대 중국 디스토피아 SF 소설), 『나는 있어 고양이』(현대미술가 8인이 쓴 고양이 에세이집), 『모나미 153 연대기』(국민볼펜 모나미로 다시 쓴 한국 현대사) 

 

 

 

출판사 서평

 

어둠을 밝히는 야간노동 이야기

깊은 밤의 파수꾼

 

카드사 콜센터를 거쳐 사고예방센터 카드 부정사용 모니터링 부서까지 도합 15년차 심야 상담사로 일해온 저자가 노동 안팎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했다. 상담사의 일상은 악성 민원 고객뿐 아니라 고마움을 진심으로 되갚는 고객, 상담사보다 사기범을 더 믿는 피해자, 저마다의 현실에서 안정과 탈출을 꿈꾸는 동료 등 다채로운 현대인의 군상을 만나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 이웃의 사정에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준 어머니, 군사문화의 잔재로 주입식 친절 교육을 받았던 학창시절 등 개인적인 기억의 술회와 더불어, 저자는 감정노동 종사자로서 자신이 체득해온 친절의 기술을 한발 물러나 바라본다.

상담 노동에 대한 사유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 배경인 사회로 시야를 확장하게 된다. ‘고객만족’이라는 미덕에 저당잡힌 서비스 노동자의 삶은 ‘친절, 정확, 신속’이 국민적 모토가 되어온 한국의 성장 과정과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갑과 을로 쉽게 이분화되는 사회의 토대를 들여다보고 원청도급 구조와 같은 노동 전반의 문제를 함께 짚는다. 또 어떤 에피소드들은 기술 발달에 따른 금융 범죄의 진화와 인간관계의 변모 등 지난 십여 년간 변화해온 한국사회의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상담이란 서로 낯모르는 고객과 상담사가 하는 것이기에, 상담에 대한 성찰은 결국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혐오와 폭력의 언어가 난무하는 환경에서도 대화의 가치와 타인의 의미를 긍정하는 시선을 통해, 이 책은 열악한 근무 조건을 고발하는 노동 르포의 전형에서 한발 나아간다. 도시의 밤을 지키는 수많은 파수꾼 중 하나가 된 저자는 얼굴 없는 노동이 이 사회의 빈틈을 조용히 메꾸고 있음을 증언하며, 각박한 현실에도 인간과 노동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태도를 잃지 않는 법을 들려준다.

 

 

 

시리즈 소개

 

나날문고

나날문고는 돛과닻이 펴내는 국내 산문 시리즈입니다. 

일하고 생활하며 하루하루 깊어지는 직업인의 시간을 담습니다. 

 

 

 

 

 

 

 

지은이 : 정수현

편집 : 김영글

디자인 : 어라우드랩

펴낸곳 : 돛과닻

판형 : 128×X188×13mm

면수 : 216쪽

발행 : 2024년 1월 24일

ISBN : 9791196850180 (03810)

분류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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