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캐 (La perra)

19,800원
지은이: 필라르 킨타나(Pilar Quintana)
옮긴이: 최이슬기
제본: 소프트커버 양장본
페이지: 120쪽
사이즈: 110 × 182 mm
발행일: 2023년 1월 21일 발행
발행처: 고트 goat (쪽프레스)
ISBN: 979-11-89519-59-9 (03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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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캐 (La perra)

 

 

『암캐』의 원제 la perra는 암컷 개를 의미하며, 여성에 대한 멸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실제 이 소설은 여성이라는 성, 모성,   

채워지지 않는 욕망, 상실, 연대와 배반, 수치와 죄의식, 본능적인 고독과 폭력, 그럼에도 결코 소진되는 법 없이 순환하는 사랑을 한 여자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중년 흑인 다마리스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의 판잣집에서 어부 남편 로헬리오와 살고 있다. 이곳은 콜롬비아의 무역거점이자 지구적으로 중요한 생태지역이지만,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후손과 토착민에 대한 구조적 인종차별로 인해 콜롬비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 속한다. 부부의 애정과 열정은 아이 갖기의 실패로 막을 내린 듯 보인다. 어머니가 되지 못한 채 희망을 잃고 “시든” 다마리스는 외톨이 개를 입양할 기회 앞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동물과의 이 강렬한 관계는 다마리스가 그간 염원해온 모성을 실현할 기회이자 실패할 위기로 구체화된다.

안전하게 길러진 적 없는 다마리스의 실존은 그녀에게 하나의 사건과도 같은 존재 암캐 치를리를 맞닥뜨리며 더욱 쓰라리고 강렬하게 빛을 발하지만, 온순하지 않은 이곳 자연과 날씨처럼 예측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때로는 폭력과 가까운 것으로 그려진다. 목가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콜롬비아의 야생적인 풍광만큼이나 다마리스의 심리적 초상은 변화무쌍하고 위태롭다.

『암캐』의 간결한 문장 속에는 감히 더 요약할 수 없는 감정적인 폭풍이 도사린다. 우회하는 법 없는 문장이 사나운 빗방울처럼 계속되는 사이, 읽는 이의 맥박 역시 속도를 더하게 된다. 한편 이 책에 등장하는 중남미의 다채로운 나무들, 동물, 곤충들, 우리는 식재료로 쓰지 않는 과일, 이 지역의 독주와 민속요리, 이곳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떠올리는 것도 이 책 읽기의 피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차례

 

암캐 7

 

작업자의 말 116

 

 

책 속에서

 

썰물 때의 해변은 광활하게 펼쳐져 모래라기보다는 진흙처럼 보이는 검은 공터가 된다. 밀물이 들면 해변엔 물이 들어차고 파도가 밀림에서 실어온 나무기둥, 가지, 씨앗, 갈잎이 인간이 만든 쓰레기들과 뒤섞인다. 다마리스는 건넛마을에 사는 이모네에 다녀오던 참이었다. 이모네 마을은 군공항을 지나, 육지로 들어가면 나오는 위쪽 동네로, 콘크리트로 지어진 호텔과 레스토랑이 들어선 모던한 지역이었다. 도냐 엘로디아가 새끼 강아지들과 있는 걸 보고 궁금해서 들었던 다마리스는 해변 너머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다마리스는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강아지를 가슴팍에 넣었다. 그녀는 손에 쏙 들어온 우유 냄새가 나는 강아지를 으스러지듯 껴안고 울고 싶은 격렬한 충동을 느꼈다. — 10 p

 

그들은 함께 약초를 따고 탕약을 달였고 밤에는 자식들에게 무슨 이름을 지어줄지를 이야기했다. 끝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사내아이는 로헬리오가, 계집아이는 다마리스가 고르기로 정했다. 아이는 네 명 정도, 각 성별마다 둘씩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또 2년이 지났고 이제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게 문제라고 설명해야만 했다. — 19 p

 

로헬리오가 다음 날 오디오를 사러 부에나벤투라에 갈 거라고 말한 어느 밤, 다마리스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디오는 필요 없어. 나는 아이를 원해.” 다마리스는 울면서 로헬리오에게 이야기했다. 서른여덟 먹은 여자에 대해, 숨죽여 운 나날에 대해, 세상 사람들 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데 자신은 가지지 못하는 것 이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해, 임신한 여자나 갓난아기나 아이를 데리고 있는 부부를 볼 때마다 그녀의 영혼이 얼마나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는지에 대해, 가슴에 품을 자그마한 존재를 갈망하며 살아가다 매달 어김없이 생리가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고문 같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헬리오는 한마디 말도 없이 이야기를 다 듣고 그녀를 껴안았다.  — 21-22 pp

 

다마리스는 강아지들이 너무나 여린데 사람들이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몰랐던 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지만 루스밀라의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그거 그렇게 만져대다가 죽이겠어.” 그리고 어쩌면 그녀 역시 모든 걸 잘못하고 있고 조만간 그녀의 개도 자기 남매들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로 아침을 맞이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한 달이 지날 무렵, 열한 마리의 강아지 중 세 마리만이 남았다. 다마리스의 개, 도냐 엘로디아의 개, 건넛마을에서 수공예품을 팔아 먹고사는 예순 남짓 된 여자 히메나의 개까지. 다마리스는 그저 개가 죽지 않은 것이 놀라웠다. — 27 p

 

식겁한 개는 겅중 뛰어올라 다마리스를 개 특유의 혼란스러운, 아니 어쩌면 잔뜩 겁먹은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한때는 아군이었지만 지금은 반대편에 서서 가장 큰 배신을 저지른 다마리스로부터 슬금슬금 멀어지기 시작했다. 개는 꼬리를 숨기고 뒤를 조심하면서 계속해서 고개를 돌렸고 다마리스는 이제는 정말로 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무엇인가가 깨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대와는 달리, 아팠다. 개는 그녀의 것이었다. — 93 p

 

히메나는 개를 돌보지 않았고, 개는 다시 새끼를 뱄고, 계속해서 도망갔을 것이고 아무리 다마리스가 많이 되돌려놓는다 해도 상관없이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돌아왔을 것이었다. 키오스코에서 결국 새끼를 낳았을 것이고 또다시 다마리스는 강아지들을 책임져야만 했을 것이다. 개는 이미 나쁜 엄마임이 입증되었으니, 개들을 또 버려두었을 것이고, 이번에는 몇 마리나 태어났을지 누가 알 것이며, 그중에 아무도 원하지 않을 암컷은 도대체 몇 마리였을 것인가.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다마리스가 새끼들을 바다에 던지게 될 것이며, 그건 죽이는 것과 매한가지고, 한 마리로 다 해결될 일을, 여러 마리를 죽이게 되는 셈이니까. — 109-110 pp

 

 

 

작업자의 말

 

10년 전쯤 여행지의 바다에서 죽을 뻔한 적이 있다. 순식간이었다. 얕은 물에서 놀다가 파도에 휩쓸렸고, 옆에 있던 사람들이 점점 멀어져 작은 인형처럼 보일 때까지 떠밀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거의 소년에 가까운 청년 하나가 알지도 못하는 나를 구하러 헤엄을 쳐서 와주었다. 하지만 그 역시 맨몸이었고, 이제는 두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양이 되었다. 그 뒤에 다른 사람들이 카누를 타고 우리를 구하러 왔고 나는 무사히 구출되었다. 그날 이후 종종 깊은 바다에 빠지는 꿈을 꾼다. 발밑의 물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귀가 아프도록 먹먹한 바다의 적막 속으로 가라앉게 되리라는 것을 일순간 깨닫는다. 나는 두려움에 압도된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다. 어린 다마리스를 생각하며 저 바다를 떠올렸다. 얼른 그날의 매를 맞으려 삼촌의 곁에서 기다리는, 한 번도 울지 못한 아이. 그 아이의 세계 전부를 채우는 거대한 고독과 절망과 수치심을 생각했다. 혹독하고 척박하고 매정하고 언제나 그 무엇보다 더 큰, 바다와 밀림을 생각했다. 그렇게 홀로 바다와 밀림에 둘러싸인 채 어른이 된 다마리스의 삶에 개가 나타난다. 그리고 “개는 그녀의 것이었다.”라는 한 문장에 담겨 있는, 담길 수 없이 수없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라 뻬라(la perra)는 스페인어에서 개의 여성형 명사로 암컷인 개를 지칭하는 말이다. 스페인어로 개를 뻬라라 부를 때는 다른 의미가 끼어들지 않는다. 그저 수컷은 뻬로, 암컷은 뻬라라 부를 뿐이다.(물론 추상적인 개는 남성형인 뻬로다.) 한국말로는 개가 암컷이라도 매번 성별을 밝혀 ‘암캐’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뻬라’는 대부분 그저 ‘개’로 옮길 수밖에 없었지만, 동시에 여성에게 쓰는 욕이기도 하므로 제목에서는 남겨두어야만 했다. 아마도 이 제목을 듣고 그 생각을 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다. 섹스를 파는 여자, 감히 원하는 여자, 자식을 돌보지 않는 여자, 나돌아다니는 여자.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고 난잡하고, 그리하여 나쁜 여자. 그러니까, 여자. 필라르 킨타나와 그녀의 소설을 만나게 해준 쪽프레스와 김미래 편집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번역하다 보면 같은 부분을 하도 많이 읽어서 감정적으로 무뎌질 때가 흔한데, 이 책을 번역하다 갑자기 눈물이 차올라서 멈추고 쉰 기억이 난다. 마지막 문장을 번역하고 소용돌이치던 마음도. 다마리스와 같은 대명사를 공유하는 개 역시 ‘그녀’라 옮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실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며, 여기 여자와 밀림의 이야기를 내려둔다. — 옮긴이 최이슬기

 

졸음이 밀려올 정도로 성격이 느긋하고, 덩치는 엿가락처럼 늘어져서 몇 행이고 몇십 행이고 뻔뻔하게 지면을 잡아먹는 그런 소설을 좋아한다. 그런 책들은 언제 들추어도 머리를 휘젓지 않고 생활을 방해하지 않아서, 아주 몰입된 적 한 번 없이도 어느샌가 책모서리가 부드럽게 휘어지고 종이 끄트머리는 벌써 몇 겹으로 나뉘어 있다. 책들, 다 읽지 않고도 읽었다고 착각시키는 걱정 없고 조용한 책들로 가득 찬 낡은 나의 장 안쪽에 『암캐』가 들여진다면. 박힌 책들과 박힌 먼지들과 박힌 그 풍경은 타고난 느긋함을 잃고 만다. 아직 인쇄되지 않은, 만져진 적 없는 『암캐』는 구김 하나, 온기 하나 없이, 장과 벽에 기대지 않고, 갈피도 끼이지 않고 그저 서 있다. — 편집자 김미래

 

『암캐』는 남미에서 생활하는 흑인 여성의 일상에 스민 불평등과 인간의 모순된 내면을 아주 솔직하게 서술한다. 지나칠 정도로 개를 보호하려는 마음, 어린 시절 자신과 동일시한 니콜라시토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 갑자기 떠나고 제 맘대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개를 향한 감정,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다가 일순간 자세를 바꾸고는 결국 가장 큰 폭력을 행사하는 의지 등…… 세계를 의심하지 않으려는 다마리스로 하여금, 삶은 그 의심을 자꾸만 부추긴다. 마지막 문장에 다다르기까지 나의 시선은, 마치 암캐를 바라보는 다마리스처럼 다마리스를 두둔하고 연민하면서 미워했다. 이 소설의 많은 장면이 축축하다. 날씨와 공간이 다마리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이. 나무와 덩굴로 우거진 숲은 다가가기 두려운 과거의 절벽으로 향하는 길이며, 두려움을 거두고 진흙을 밟으며 암캐를 찾아 헤매는 곳이다. 그래서 『암캐』의 독자라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 들어 숲 안으로 선뜻 걸어 들어가기를 바라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숲을 표지로 삼았다. 숨 가쁘게 넘어가는 종이만큼 쪽 번호도 신경질적으로 내달린다. — 디자이너 정해리

 

 

 

저역자 소개

 

저자 필라르 킨타나(Pilar Quintana)

1972년 콜롬비아 칼리에서 태어나 보고타 하베리아나 대학에서 공부했다. 콜롬비아의 특수성에서 끌어올린 성과 폭력, 리얼리즘에 관심을 둔다. 다섯 편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을 냈다. 2007년 콜롬비아의 헤이페스티벌에서 라틴아메리카에서 주목할 만한 39세 미만 29인 여성작가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2010년 소설 『진기한 가루 수집가』로 스페인의 라 마르데 레트라스 소설 부문에서 수상했다. 2017년 발표된 뒤 열다섯 개 언어로 번역된 킨타나의 대표작 『암캐』는 광활한 열린 무대에서 독특한 긴장과 불편을 그려낸다. 이 장편소설로 킨타나는 콜롬비아 소설 도서관상과 펜 번역상을, 2021년 장편소설 『심연』으로 알파과라 소설상을 받았다.

 

역자 최이슬기

고려대학교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을 공부했다.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 ‘언니네트워크’의 편집팀장이자 운영진으로 활동했고, ‘직구지역행동네트워크’의 글로컬 페미니즘 학교에서 스페인어와 강독을 가르쳤다. 12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을 수상했고, 옮긴 책으로는 『영원성의 역사』(공역), 『엄마,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고어 자본주의』 등이 있다.

 

 

 

 

 

 

지은이: 필라르 킨타나(Pilar Quintana) 

옮긴이: 최이슬기 

제본: 소프트커버 양장본   

페이지: 120쪽    

사이즈: 110 × 182 mm

발행일: 2023년 1월 21일 발행

발행처: 고트 goat (쪽프레스)

ISBN: 979-11-89519-59-9 (03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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