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욕망

13,000원
지은이 : 크리스티앙 보뱅
옮긴이 : 김도연
분야 : 프랑스 문학, 소설
페이지수 : 144pages
크기 : 125*205mm
제본 : 무선제본
ISBN : 9791190533423 (03860)
발행일: 2024년 4월 25일
발행처: 1984Books (일구팔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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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욕망 

 

갈리마르 QUARTO 총서 <동시대의 목소리> 시리즈 처음을 장식한 크리스티앙 보뱅의 미출간된 텍스트

“당신이 보잘것없는 나무 탁자에 기대고 생생한 꿈에 기대어 글을 쓸 때, 내가 당신 손끝에 있을게요. 내가 당신이 될게요.”

 

 

 

책 소개

 

『작은 파티 드레스』 『환희의 인간』 『가벼운 마음』 등 국내에 출간된 소설과 에세이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의 소설 『마지막 욕망』이 출간되었다. 2022년부터 새롭게 기획된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 총서 QUARTO <동시대의 목소리> 시리즈의 처음을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욕망』은 사랑과 욕망의 불분명한 경계에서 '피 흘리는 단어와 이미지'들로 쓰여진 한 권의 시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자살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떠나고 남겨진 방에서, 그가 준 철필로 손목을 긋는 장면. 이후로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과 함께, 울려 퍼지는 침묵을 수몰시키는 듯한 내면의 고백을 쏟아내고,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과 그와 함께 보냈던 날들의 편린들을 아름다운 은유로 가득한 시적 문장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1980년에 완성되어 오랜 시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작가의 죽음이 가까워져서야 눈앞에 다시 나타난 텍스트. 『마지막 욕망』에서 우리들은 투명하게 빛나는 보뱅의 이전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잿빛 문장들을, 그러나 '어둡고 가혹한 납빛의 지대' 안에서 발화되기를 기다리며 오래 숨어 있던 '가벼움과 환희의 씨앗'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사랑'과 '욕망'의 경계에서 

피를 흘리는 단어와 이미지들

 

"글쓰기라는 말에 어울리는 글은 이 이야기를 거치고 나서야 나올 수 있었다."

 

“보뱅과 연결되기 위해, 아주 치밀하고 생생하게 그의 문장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내가 택한 것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보뱅이 아직 살아 있었을 때, 그의 삶이 넘치는 생명으로 가득했을 때, 그가 문장 속에 숨겨두었었던 비밀들을 힘껏 벌려 읽는 것이다.” - 김연덕 시인 추천

 

 

『마지막 욕망』은 화자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 받은 철필로 손목을 긋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당신'과 함께 머물렀던 방. 창밖으로 마로니에 나무가 보이고 태양의 첫말과 비의 첫 슬픔이 전해지던 그곳, ‘고통 없이 천천히 썩어가는 인생으로 들어가지 않고 피할 수 있게 해줄 감춰진 문이나 비밀 계단이 어딘가에 있다는 증거’가 되어준 공간에서. '당신'은 떠났고 '나'는 홀로 남겨졌다. 이곳에 남은 것은 당신이 준 ‘철필과 그것으로 베는 죽음’만 있을 뿐. 이후로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의 시간 동안 '나'는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과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홀로 남겨진 방의 온전한 적막 속에서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죽음의 시간과 적막의 공간 속에서 때로는 고백처럼 때로는 독백처럼 들려오는 이야기에는 오히려 개개의 생명력으로 가득한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사랑을 나눌 때, '당신'은 '블랙베리처럼 내 입술을 짓눌'렀으며, 그들은 뺨과 심장과 입에서 오렌지, 체리, 산딸기 내음을 맞는다. 화자는 '목구멍에서 피어난 눈부시게 창백한 장미'와 함께, '당신 손가락의 잎사귀와 당신 팔과 다리의 나뭇가지' 속에서 '연한 잎맥'으로 자라난다. 꽃과 과일은 화자와 당신 사이를 순환하며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느리게 반복해 나간다. 계절과 기후에 의해 그것들이 죽을 때도 있지만, 결국 그 일시적인 죽음마저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끝없이 계속되는 현재', '타원형의 영혼'을 화자는 이해하게 된다. ‘죽음을 통해서만 죽음을 넘어설 수 있다’. 당신에게 닿기 위한 죽음. 다시 살아나기 위한 죽음. 이제 '나'에게 남은 욕망은 하나뿐이다. 

 

“당신의 색을 걸칠게요. 당신 입안에서 녹을게요. 곧 알게 되겠죠. 구름과 바다, 죽음과 오렌지가 어떤 모습일지, 당신 눈 속에 있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 내가 도와줄게요. 당신이 하늘의 유리창에 단어들을 던지도록, 길을 잃은 단어들을 던져 별똥별을 일으키도록. 당신이 보잘것없는 나무 탁자에 기대고 생생한 꿈에 기대어 글을 쓸 때, 내가 당신 손끝에 있을게요. 내가 당신이 될게요." _본문 중에서

 

보뱅은 서문을 통해서 이 소설이 당시의 절대적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너무 가득 차서 무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필요했다고, 글쓰기라는 말에 어울리는 글은 이 이야기를 거치고 나서야 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1980년에 완성되어 오랜 시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작가의 죽음이 가까워져서야 눈앞에 다시 나타난 텍스트. 『마지막 욕망』에서 우리들은 투명하게 빛나는 보뱅의 이전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잿빛 문장들을, 그러나 '어둡고 가혹한 납빛의 지대' 안에서 발화되기를 기다리며 오래 숨어 있던 '가벼움과 환희의 씨앗'을 엿볼 수 있다.

 

 

갈리마르에서 총서를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

크리스티앙 보뱅이 선택한, 총서의 문을 여는 작품  『마지막 욕망』

 

본질적으로 고전과 근대 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갈리마르의 quarto 총서는 2022년 <동시대의 목소리>라는 시리즈를 기획해, 한 해에 네 명의 작가를 선정, 작가가 직접 선택한 작품을 한 권에 담아 출판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이미 유명하거나 출판되지 않은 주목할 만한 작품을 중심으로 현대 작품에 자부심을 부여하고, 오늘날 문학적 경향의 광범위한 분야를 탐구하며, 우리 시대에 열려 있는 실제 창을 탐색하고 세계의 울림을 포착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총서의 보완적이고 필수적인 확장인 <동시대의 목소리> 시리즈는 작가를 위한 새로운 표현 공간이자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로 자리 잡은 작품들이 제시된다. 총서를 위해 작가가 다시 쓴 서문과 선택한 작품들은 작가에게 자신의 작업으로 돌아가 '기억의 장소'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도, 한 작가와 독자 사이에 중간 매개체 없이 이루어지는 대화라 할 수 있다.

 

갈리마르는 이 새로운 기획의 시작으로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크리스티앙 보뱅'을 선택했다. 문학적 자부심 강한 프랑스에서, 프랑스의 대표 출판사라 할 수 있는 갈리마르에서 '크리스티앙 보뱅'을 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가로 선정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1951년에 태어난 크리스티앙 보뱅은 거의 반세기 동안,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태를 재창조하는, 분류할 수 없는 시적 작품을 만들어 왔다. 때로는 화가의 수첩처럼 현장에서 짧은 메모로, 때로는 밀도 높은 시적 비전으로 이루어진 집중적 글쓰기를 선호하며, 인간의 정신을 깊숙이 파고드는 그는 사랑, 우울, 부재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어 왔고,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그의 빛나는 글은 환멸을 막는 보루일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잠식하고 있는 이념의 거부할 수 없는 확산을 막는 보루이기도 하다.

 

이 총서에는 국내에서도 출간되어 큰 사랑을 받은 『작은 파티 드레스』 『그리움의 정원에서』 『지극히 낮으신』 등의 작품들이 보뱅의 선택에 의해 포함되었다.

1980년, 보뱅은 출판사에 보내기를 망설이고 있던 서사를 완성한 후 작가가 당시 사서로 일하던 도서관의 친구 동료에게 복사본을 건넨다. 그녀는 이 원고를 잃어버렸다가 몇해 전 이사를 하면서 텍스트를 다시 발견해 작가에게 보내고, 죽음에 가까이 이른 시기에 보뱅은 이를 다시 읽고서 총서를 구성하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발표하게 된다. QUARTO 총서 <동시대의 목소리> 시리즈의 처음을 장식하는 작품, 미발표작 『마지막 욕망』이 그것이다.

 

 

 

책 속의 문장들

 

연못의 얼어붙은 심장 위,

얼음의 억센 손에 붙들린 갈대 위를 걸었다.

 

내 몸에 어느새 스며든 초록빛 싱그러움으로

나는 당신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이 아무 소리 없이, 백지 속 거울의 중심까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 9p

 

좋아했던 오래된 책들의 페이지를 열 때 당신이 준 철필을 사용했다. 지금 그 철필로 천천히 내 정맥을 연다. 원피스 소매를 걷지는 않았다. 칼날은 먼저 옷감 속으로, 다음에는 피부 속으로, 마지막으로 살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가장 먼 곳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곳으로 그었다. 저항이 점차 줄더니 이내 사라졌다. 블랙베리나 라즈베리의 거품처럼 솟았다가 솜털처럼 미지근하게 흘러내리는 피가 생생히 느껴졌다. 마치 첫 태양에 살짝 베인 꽃이 벌어지듯이. - 10p

 

이곳에는 당신이 준 마지막 선물인 양 이 철필과 그것으로 베는 죽음만 있을 뿐이다. 벌어진 이 상처, 이 공포, 이 고통을 사랑한다. 그것들이 없었더라면 당신을 내 상상이 만들어 낸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이 표식들은 당신 것이다. 녹아내린 내 안에서 피 흘리는 당신이란 존재. 서로 얽히고설켜 분리할 수 없는 호흡과 존재. 하나가 시들면 다른 하나도 메말라 가는. - 17p

 

마침내 나는 상처를 주는 건 고통이 아니라 고통을 둘러싼 어두운 밤이며 밤의 외피임을 깨달았다. 다시 사랑이 가능해졌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달지 않은 달콤함. 폭력적이고 상냥한 부드러움…… - 22p

 

기다림, 기다리기. 올 수 없는 것,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시나요? 사랑이 저주임을 알고 있나요? 당신에게서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서는 살아 있게 남겨두고, 일상을 벼락에 맞아 불타버린 황폐한 곳으로 만든다는 것을요?  - 59p

 

우리는 자주 만났다. 그래도 서신 교환은 중단되지 않았다. 답장을 보낼 때면 때때로 내가 선택한 단어들이 어색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당신은 늘 내가 쓰고 싶었던 말을 읽어냈으니까. 단어 밑의 단어들. 흑백의 생채기가 가득한 이 편지들은 우리를 휩쓸었던 광기, 몸짓으로 접힌 주름 속의 광기를 모사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을 말했다. 편지는 너무나 관대해서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한껏 늘려주었고, 다채로운 어린 시절을 꽃다발로 만들어 주었다. 당신이나 내가 아니라 ‘우리’에게 머물러 기쁨을 주었던 사랑이 이 단어들의 진정한 저자였다. - 60p

 

욕망은 장소나 편지, 심지어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욕망은 어디에나 존재했고, 보기만 하면 되는 가장 단순한 것들 속에 있었다. - 67p

 

이처럼 단순한 신비 속에서, 아주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당신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당신이 없다고 해서 당신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당신은 내 안에서 돌아다녔고, 내 입술에 부딪혔다. - 63p

 

나는 세상의 지성에 금세 지루해졌다. 언제나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전쟁과 돈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들에서, 무엇보다 성찰은 없이 그런 일을 과장해서 떠드는 잡담에서 도망쳤다. 한 시대의 분위기가 제시하는 점선을 따라 사고를 오려내는 일. 영혼과 혀를 빠르게 고갈시키는 입에서 나오는 소음. 나는 웃거나 침묵했다. 진정한 언어는 사랑이라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71p

 

나는 다정함과 잔인함이 욕망의 이면에 서로 달라붙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존재는 부재로 인해 성장했기에 부재를 피할 수는 없었다. 탄생은 죽음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때로는 나아가는 일이 포기나 멀어짐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 74p

 

나는 단어의 암실에서 당신을 찾으려고 세상에 대해서 눈을 감았다. 빛의 두루마기를 펼쳐 일상의 언어와는 판이한 언어로 기록된 고통을 해독했다. 내가 꼭 끌어안은 기도서들. 책 안의 채색 삽화 하나하나는 현기증으로 정신이 혼미해져 힘을 잃은 비명이자 부르짖음이었다. - 84p

 

나는 이 상처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그것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상처가 나를 지치게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상처를 고갈시켜야 했다.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고 모든 상처를 넘어서야 했다. 선택하거나 분류하는 건 바랄 수도 없거니와 가능하지도 않아서 바람, 비, 불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게 통째로 쏟아져 들어오는 절대적인 열림에 도달해야 했다. 내 유일한 힘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 127p

 

죽음과 글쓰기, 읽기와 삶은 서로 닮아 있다. 무언가 죽어버린 곳에서부터 글쓰기가 시작되며, 그것을 읽어내는 것은 막 지나간 죽음의 냄새를 맡는 것. 코를 내밀고 냄새를 맡음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기도 하는 것. - 142p (김연덕 시인 추천사)

 

 

 

저자 소개

 

크리스티앙 보뱅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동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의 문단, 언론, 독자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며 사랑받는 작가. 1951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크뢰조에서 태어나 2022년 11월 24일, 71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평생 그곳에서 글쓰기를 하며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해온 고독한 작가다. 대학에서 철학 공부를 마친 후 1977년 첫 작품인 『주홍글씨(Lettre pourpre)』를 출간했고 아시시의 성인 프란체스코의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지극히 낮으신(Le Très-Bas)』이라는 작품으로 세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상, 되마고상 및 가톨릭문학대상, 조제프 델타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역자 소개

 

김도연

한국외대 불어과와 동 대학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파리 13대학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가벼운 마음』 『그리움의 정원에서』 『다른 딸』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라플란드의 밤』 『내 손 놓지 마』 『로맨틱 블랑제리』 『내 욕망의 리스트』 등이 있다.

 

 

 

 

 

 

 

지은이 : 크리스티앙 보뱅 

옮긴이 : 김도연

분야 : 프랑스 문학, 소설 

페이지수 : 144pages 

크기 : 125*205mm  

제본 : 무선제본

ISBN : 9791190533423 (03860) 

발행일: 2024년 4월 25일

발행처: 1984Books (일구팔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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