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일락 꽃잎이 떨어지면
봄이 되면 세상 모든 곳의 수많은 꽃잎들이 떨어집니다.
겨우내 차곡차곡 모아 놓았던 것들을 활짝 펼쳐놓고, 이내 스르르 져버리고 마는데요.
이번 단상집에서는 매년 꽃을 피우는 나무처럼 삶 속에서 만나는 피고 지는 순간들을 담았습니다.
책 속의 한 줄
식은 커피잔, 우유가 말라붙은 컵의 언저리, 맨발에 닿는 따뜻한 햇살, 봄의 나른함, 탁자 위로 엎어둔 읽다만 책 한 권. 꽃이 피어나기 직전, 그 시간엔 온 세상이 나른해진다.
P11
있잖아 나는. 네가 나에게 주는 모든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먼 훗날, 누군가 사랑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너를 말할거야. 네가 나에게 준 모든 마음을 이야기 할거야.
P18
사랑한다는 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너를 기웃거리는 마음일까. 네 연락을 기다리며 핸드폰 액정을 두드리던 순간일까. 잠든 네 이마를 쓸어 넘기는 손길은 사랑일까.
P23
꽃잎이 떨어지고 낮이 가고 달이 지고 그녀가 떠나고. 무언가 진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의 시작이라는데. 시작이 없는 끝은 어디에 모여 일렁일까.
P51
죽은 이의 생일을 기억한다는 것. 죽은 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 이 땅에 발을 내딛고 스러져간 날들을 매해 기억하고 있다는 것.
P53
나무가 울어. 후두둑 꽃눈물을 흘리며 온 몸을 들썩여 엉엉 운다. 그 꽃잎이 낭만이 되는 밤이라니. 슬프고도 애절한 사랑이 여기서 오늘 또 끝이 난다.
P68
분분히 흩뿌려진 꽃잎 우리가 가던 길. 오늘 밤. 그 꽃길에 아껴놓은 우리 맹세가 저문다.
P78
저자 소개
김선례
<반듯한 숲>을 썼습니다.
저자: 김선례
판형: 117 x 175 mm
페이지: 88 page
분야: 단상집
발행일: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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