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집

15,000원
지은이: 안희연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간일: 2021-11-24
쪽수: 264쪽
판형: 120*200mm
ISBN : 979116040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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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집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비(非)시적인, 건조한, 테크니컬한, 아카데믹한 단어들이 시인의 일상에 기습적으로 끼어들어 ‘가장 문학적인’ 사유의 통로를 여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안희연은 “모든 단어들은 알을 닮아 있고 안쪽에서부터 스스로를 깨뜨리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45편의 글을 통해 “하나하나의 단어들이 발산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기운을 목격”한다.

 

안희연은 평소 자신을 ‘시 쓰는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소개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단어 생활자’라 일컫는다. 그는 TV를 켜놓고 요리하다가, 길을 걸으며 간판을 보다가, 세탁물을 수거하러 온 기사님을 마주하다가, 갑자기 끼어들어 주변을 채색하는 단어들로 인해 멈칫한다. 그리고 단어들을 모든다. 안희연은 ‘단어’를 통해 ‘삶’을 본다. 단어에서 단어로 미끄러지는 도미노 놀이는 평범한 일상에 다채로운 무늬를 그리며 계속된다.

 

 

 

목차

 

프롤로그: 촛불을 들고 다가서면

 

1. 성냥갑에 딱 하나 남은 성냥 같은 말

길항

규모

적산온도

주악

삽수

라페

몰드

버저 비터

휘도

잔나비걸상

버력

피막

블라이기센

 

2. 홀로 짓는 표정 같은 말

모루

유루

내력벽

루어

흑건

오고오고

가시손

빈야드

구득

홈질

선망선

출몰성

플뢰레

덧장

탕종

꼭두

 

3. 나의 작은 말들의 놀이터

안료

탁성

벼락닫이

적화

밀코메다

묘실

파밍

기저선

네온

불리언

덖음

시드볼트

모탕

페어리 서클

도량형

 

 

 

책 속에서

 

P. 18

나의 책 읽기는 매번 이런 식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들을 붙들고 살다 보니 책이든 삶이든 페이지가 쉽게 넘어갈 리 없다. 소설을 읽을 땐 소설을 읽어야 하는데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머무느라 방금 전까지 읽은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도 오늘은 소망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길항이라는 단어에까지 다다른 하루였으니 이를 생산적 난독이라 말해도 될까.

 

P. 32

그런 의미에서 시는 내가 아는 가장 간결한 형태의 다반이다. 말과 침묵이 비등한 무게를 지닐 때가 많고 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더 큰 무게를 가질 때도 있다. 글을 퇴고할 때도 무언가를 자꾸 덧붙이려는 나를 가장 경계하곤 한다. 그건 불안이니까. 사족이니까.

 

P. 83

독일에는 ‘블라이기센(Bleigießen)’이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12월 31일 밤이 되면, 납을 녹여 그림자의 형태나 굳은 모양을 보고 한 해의 운을 점치는 것이다. 마트에 가면 블라이기센 키트(kit)를 팔기도 하는데 1~2유로면 구입이 가능하단다. 내가 녹인 납이 권총, 칼, 토끼, 그 밖에 어떤 모양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모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해석하기 나름일 것이다. 다만 그 작은 의식을 통해 각자가 살아낼 일 년의 모양을 예감해보는 것이겠다. 그 순간 무형의 삶은 깜빡, 하고 빛난다. 얘야, 삶이란 흘러가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손에 잡히기도 한단다. 지금 여기 네 손안에 분명하게 들려 있잖니, 하고. 

 

P. 121

내게 가시손은 단순한 관용구가 아닌, 존재론적 슬픔을 함의한 광막한 단어다. 문득 가시손의 반대말이 궁금해진다. 아마도 쓸어 담고 쓰다듬고 치료하는 손이겠지? 다행히 세상엔 가슴팍에 청진기를 대고 숨소리를 듣거나 진맥을 짚어 영혼의 상태를 살피는 손도 존재한다. 내가 무수한 나들의 총합이듯이 나의 손안에도 무수한 손들이 자리해 있을 것이다.

 

P. 147

그래서 꽃이 왔을 것이다. 꽃은 말이 아닌 것으로 출몰하는 존재다. 너는 나의 아름다움을 목격한 적이 있어. 그리고 그것을 버렸지. 그것도 쓰레기봉투에. 별 뜻 없이.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것이 꽃이기만 할까. 중요한 건 버림의 촉감을 네 손이 기억한다는 사실이야. 세상의 비극은 너무 멀리에 있어서 대신 꽃을 보냈단다.

 

P. 177~178

어디서 그런 용기가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선생님, 전 왜 이렇게 무거운 걸까요. 저도 밝고 명랑하고 귀여운 거 하고 싶어요. 어리광을 빙자해 다른 목소리에 대한 갈망을 불쑥 내비친 것이다. 그땐 정말이지 시가 너무 아프고 무거웠다. (…) K 선생님은 단호하셨다. 그건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겠지요. 하던 걸 하세요.

 

P. 196

오늘의 나는 오늘 쓸 수 있는 문장을 쓰면서 이곳의 나를 찾아올 밀코메다의 시간을 기쁘게 맞이하고 싶다. 와야 할 시간은 기필코 오게 되어 있다. 그럴 때 나의 인사는 “왜 왔어?”가 아니라 “왜 이제야 왔어”이기를 바라며.

 

P. 228

매일매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세상에 들볶이는 기분과 찻잎의 덖음 사이엔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 어쩌면 세상도 우리를 들들 볶는, 아니 덖는 과정을 통해 우리를 보다 향기롭고 귀한 찻잎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물의 세계에 기필코 담겨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물에게서 공포만 볼 것이 아니라 물이 가진 다정함, 안락함, 온화함, 고요함도 한번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P. 249~250

“넌 문학해서 손해 본 점이 뭔 것 같아?” 하루는 시인 친구와 밥을 먹다 대뜸 물었다. 친구는 어디 밥상머리에서 일 얘기냐며 핀잔을 놓았지만 이내 수저를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가 말하는 손해의 의미가 정확히 뭐야. 귀찮음이야 싫음이야 난처함이야. 문학하는 사람은 역시 이래서 안 되나 보다. 단어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매 순간이 허들이다.

 

P. 260

끝을 갈망하는 이에게 끗이라는 단어를 안겨주는 건 외발자전거를 탄 곡예사에게 저글링을 시키고 불붙은 훌라후프를 통과해보라는 명령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두려울 것이다. 고독하고 힘겨울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추천인의 글

 

안희연은 누군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귀를 먼저 내미는 사람이다. 그는 잘 듣는 사람, 열린 사람, 그리하여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그게 시에 관한 거라면, 이것인지 저것인지 헷갈린다면, 산뜻한 대답이 필요하다면, 나는 항상 안희연을 찾는다(그도 잘 알 것이다). 그의 눈과 귀, 입과 ‘쓰는 손’을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엔 “단어 생활자” 안희연의 일상과 걸음, 시선과 사유, 다정한 태도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단어에서 시작해 생활의 복판에서 끝난다. 문장은 쉽고 따뜻하며 빛난다. 언어를 오래 살피는 사람이 종국에 어디에 도착하는지, 그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잘 살고 싶다는 의욕이 솟아난다. 읽는 내내 귀가 활짝 펼쳐져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가 내는 소리라면 허밍이라도, 단 한 박자도 놓치고 싶지 않다. 

- 박연준 (시인)

 

 

 

저자 소개

 

안희연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과 산문집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를 썼다. 세계의 비밀을 예민하게 목격하는 자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촛불을 들고 단어의 집으로 향한다.

 

 

 

출판사 서평

 

가장 비문학적인 단어들에서

가장 문학적인 순간을 길어 올리는

‘단어 생활자’ 안희연의 따뜻한 허밍

 

시인은 단어를 ‘산다(live)’고들 말한다.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부터 2020년 펴낸 세 번째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까지 맑고 세밀한 언어로 사랑받아온 안희연도 날마다 수많은 단어들의 안팎을 ‘살아간다.’ 그에게 머무는 단어들은 얼핏 보기엔 시인의 노트에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적산온도, 내력벽, 탕종, 잔나비걸상, 선망선, 플뢰레, 파밍, 모탕…. 8시 뉴스나 신문의 과학·기술 섹션에서 본 듯한, 혹은 학술·전문 콘텐츠에 나올 법한 단어들. 평소 잘 쓰이지 않아 그 뜻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는 단어들. 신간 《단어의 집》은 이렇게 비(非)시적인, 건조한, 테크니컬한, 아카데믹한 단어들이 시인의 일상에 기습적으로 끼어들어 ‘가장 문학적인’ 사유의 통로를 여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안희연은 “모든 단어들은 알을 닮아 있고 안쪽에서부터 스스로를 깨뜨리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45편의 글을 통해 “하나하나의 단어들이 발산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기운을 목격”한다.

 

“저에게 세상은 양초로 쓰인 글자 같습니다. 이 세상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촛불을 들고 단어의 집으로 들어서면 감춰져 있던 장면이 서서히 나타나기도 해요. 그곳엔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무언가가 있어요. 파닥임과 반짝임이 있어요. 그 마주침의 순간이 좋아서 저는 계속 글을 씁니다.”_프롤로그 중에서

 

“여기 실금 가득한 단어를 좀 보세요.

무언가 태어나려 하고 있어요.

단어에서 단어로 미끄러지는, 무한의 도미노 놀이

 

안희연은 평소 자신을 ‘시 쓰는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소개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단어 생활자’라 일컫는다. 그는 TV를 켜놓고 요리하다가, 길을 걸으며 간판을 보다가, 세탁물을 수거하러 온 기사님을 마주하다가, 갑자기 끼어들어 주변을 채색하는 단어들로 인해 멈칫한다. 그리고 단어들을 ‘파밍(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한다. “구멍 뚫린 봇짐을 이고 지고 가느라 흘리고 놓치는 게 일상이어도, 내 영혼이 세상과 닿는 접촉면이 점점 더 넓어지기를 바라며”(p.205) 흩뿌려진 단어들을 줍는다. 뉴스의 날씨 코너에서,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는 용어인 ‘적산온도’라는 단어를 접한 뒤 ‘온도를 저금한다는 말’에 관해 생각한다. “모든 존재가 꽃이라면, 나의 피어남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까.”(p.27) 아빠 없고 엄마 없는 친구들과 ‘부재’의 기억을 통해 쌓아온 우정의 내력(來歷)을, 건축 용어인 내력벽(耐力壁)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철거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인 내력벽에 빗대어 “팔을 들어 슬픔을 받치고 선 모양. 나란한 두 개의 기둥”(p.101)으로 친구를 정의한다. 나와 타인의 관계를 ‘휘도’와 ‘조도’라는 개념에 비추는 부분에서도 안희연 특유의 맑고 사려 깊은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특정 면적에 직접 도달한 빛의 양을 말하는 조도와 그렇게 도달한 빛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얼마나 들어오는지 측정하는 휘도를 분별한 다음, 사람과 사람은 ‘휘도’의 방식으로 관계 맺음을 통찰한다. “내가 여기 있어서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먼저 거기 있기에 이렇게 나도 당신 눈 속에 담길 수 있습니다.”(p.62) 당신을 통해 나를 보듯, 안희연은 그렇게 ‘단어’를 통해 ‘삶’을 본다. 단어에서 단어로 미끄러지는 도미노 놀이는 평범한 일상에 다채로운 무늬를 그리며 계속된다.

 

삶에 대한 충실성만으로도 예술에 이를 수 있다

나의 작은 말들의 놀이터에서

 

《단어의 집》에 사는 안희연은 ‘문학하는 사람’이기 전에 당장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기 벅찬 생활인이다. 대파 한 단에 7천 원이라니 말세도 이런 말세가 없다 중얼거리고, 단추 하나를 다는 데 6천 원이라는 말에 무거운 겨울 점퍼를 도로 들고 세탁소에서 집으로 되돌아온다. 만지기만 해도 물건을 고장 내는 재주(?)가 있으며 어떤 사양의 노트북이 필요하냐는 점원의 물음에 한글 작업과 인터넷이 필요하다고 대답하는 기계치이기도 하다. 삶이라는 매일의 과업 속에 복닥거리는 시인의 하루를 그는 담백하고 진솔하게 보여준다. 제빵 용어인 ‘탕종’이라는 말을 알고 나서, 탕종법으로 만들어진 빵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닮았음을 깨닫는 부분은 그야말로 탕종빵의 식감처럼 찰지고 촉촉하다.

 

“탕종 기법으로 만들어진 빵은 유달리 식감이 훌륭하고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지며 손가락으로 꾹 눌러도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 문장들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찢어지더라도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질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충분한 회복력을 지닌 삶.”_161~162쪽

 

눈이 온다고 환호하며 모자와 장갑을 챙겨 밖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창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치는 이유,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들이 온통 책망의 눈이 되어 자신을 혼내는 듯했던 밤의 기억들은 저마다의 상실과 후회를 이고 사는 ‘평범한 우리’의 슬픔과 맞닿으며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 동시에 이 ‘사사로운’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드라마나 신화 없이도, 삶에 대한 건강한 충실성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든 예술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p.140)는 저자의 철학을 보여준다. 건강한 충실성 속에 틈틈이 자신을 위로하는 ‘놀이’ 같은 단어들이 있을 뿐이다. 어떤 단어는 기울기가 상당한 미끄럼틀이었고 어떤 단어는 혼자 탈 수 없는 시소였다. 그 놀이터의 모래 속에 시가 있고 문학이 있음을 《단어의 집》을 들여다본 독자는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것이 문턱도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 또한.

 

쓰고, 가르치고, 다짐하는 삶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의 문을 열어보는 쪽으로

 

2018년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시행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시 부문 1위를 차지했던 저자는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교수로 임용되어 동시대의 고민과 감각으로 문화예술인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새 학기 첫 시간, 자기소개를 대신해 단어 세 개를 건넨다. ‘녹는점, 어는점, 끓는점.’(p.171) 선생과 학생들은 세 단어를 돌다리 삼아 자신의 온도와 색깔을 나눈다. 사는 곳, 나이, 학벌 따위가 아니라. 과학에 쓰이는 용어지만 이 시간만큼은 그 무엇보다 문학적인 영혼이 드나들 길을 열어주는 단어들이다.

 

“사각거리는 연필소리. 손등에 돋아나는 힘줄. 집중하는 입.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문학의 자장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단단한 결속력을 느낄 때가 많다. 왜 하필 문학인가요. 세상에 재미난 게 얼마나 많은데.”_172쪽

 

시 쓰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면 단어가 그저 단어가 아니라 자신을 이루는 피와 살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며 자신을 찾아온 이들과 그러한 감각을 나누는 것도 《단어의 집》에 사는 큰 기쁨이다. 그는 쓸 것이 고갈되어 못 쓰겠다는 학생들에게 “만일 네가 충분한 시인이라면 그런 보잘것없음에서도 시를 불러낼 것”(p.204)이라 말하는 동시에, 정작 자신은 녹화된 영상을 반복 재생한 것처럼 관성적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지 수시로 얼굴을 들여다보는 선생이다. 선생이라는 호칭이 종이호랑이처럼 여겨질 때마다 자신을 ‘시인’으로 살게 했던 선생님들의 말씀, 그 말씀으로 백지를 채우며 나아갔던 순간들을 되새기는 마음도 깊고 미덥다.

 

“장수(將帥)는 태생이 장수인 것이 아니라 매 순간 결심하기에 장수인 것이라는 나의 시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나는 그 말을, 자신감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 것 같으니 대신 믿음의 크기를 키워보자는 말로 바꿔 읽는다.”_167쪽

 

안희연은 <빚진 마음의 문장>(《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수록)이라는 시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의 문을 열어보는 쪽으로 나의 시가 움직였으면 좋겠다”라고 썼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되고 발명되어 자신만의 사전에 등재되는 단어들의 목록을 늘리는 것을, 그는 여전히 목표로 한다. 목록이 늘어날수록 세계의 비밀은 드러나며 우주는 넓어진다. ‘아름다움 쪽으로’ 유영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신이 목격한 세계의 배면이 담긴 《단어의 집》에 안희연이 독자를 초대하는 이유다. 

 

 

 

 

 

지은이: 안희연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간일: 2021-11-24

쪽수: 264쪽

판형: 120*200mm

ISBN : 979116040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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