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16,000원
지은이 : 시몬 베유 (Simone Weil)
옮긴이 : 이종영
펴낸곳 : 리시올
분야 : 철학, 종교
크기 : 128×200mm
쪽수 : 212쪽
발행일 : 2024년 3월 25일
ISBN : 9791190292252 (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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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책소개

 

시몬 베유에게 신은 군림하며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다. 신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 포기와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다. 사망하기 직전인 1942~1943년에 집필한 종교사 및 유럽 문명 관련 글 여섯 편을 묶은 이 책은 독특한 신 개념에서 출발하는 베유의 신학적 확신과 물음을 최종적으로 담고 있다. 이 글들에서 베유는  그리스도교가 변질 또는 타락한 배경을 뒤쫓고 모두의 영성적 존엄성에 입각한 사회 질서를 스케치한다.

베유는 고등 사범 학교를 졸업한 뒤 한동안 노동 운동에 투신했고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했다. 또 2차 대전이 발발한 다음에는 프랑스 망명 정부에 합류하는 한편 서양 세계가 맞이한 위기의 근원을 해명하고자 분투했다. 당시 서양은 의회 민주주의의 공허성, 권력자 신을 숭배하는 종교들의 타락, 파시즘의 독재 사이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안긴 절망과 그로부터 피어난 새로운 비전이 이 글들에 새겨져 있다.

 

 

 

차례

 

1

이스라엘과 ‘이교도들’

노아의 세 아들과 지중해 문명사

그리스도교와 비히브리 종교들의 원초적 관계에 대한 노트

 

2

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3

이 전쟁은 종교 전쟁입니다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을까요?

 

옮긴이의 말

시몬 베유 연보

 

 

 

속에서

 

18쪽

만일 제가 아우구스티누스가 되느냐, 아니면 벌거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 주는 등의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면 찬미하는 ‘우상 숭배자’가 되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우상 숭배자’가 되는 운명을 선택할 겁니다. 

 

19쪽

선이 행해지는 모든 경우와 모든 곳에서 무조건적이고 아무런 제한 없이 선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그리스도가 제시하는 공정성입니다. 

 

101쪽

무신론자나 ‘불신자’도 순수한 연민을 가졌다면, 그리스도인만큼이나 신에 가깝고 신을 잘 압니다. 그들의 앎이 다른 언어로 표현되거나 침묵 속에 머물더라도 말입니다. “신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신은 자신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답을 해 주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빛을 원한다면, 빛을 보내 줍니다. 

 

126쪽

그리스도교의 성립 이전에도 이스라엘이나 그 바깥의 어떤 사람들은 어쩌면 사랑 속으로, 신에 대한 앎 속으로 성스러운 그리스도인들만큼이나 깊이 파고들었을 것입니다. 

 

164쪽

하지만 이 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건 똑같은 뜻에서가 아닙니다. 둘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방법은 단지 어려울 뿐입니다. 즉 그 방법은 영적 가난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영적 가난의 미덕은 부자들이 부의 얼룩을 지우려면 꼭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적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합니다. 그들이 가난 속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170쪽

히틀러는 악을 위해 움직입니다. 그의 재료는 대중과 밀가루 덩어리입니다. 우리는 선을 위해 움직입니다. 우리의 재료는 효모입니다. 이 방법들은 서로 다른 결실을 맺을 겁니다. 

 

178쪽

사랑의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서, 사람의 삶의 모든 형태에서, 모든 인간 존재에게서, 자유로운 동의의 능력이 꽃피는 걸 보려는 욕구를 지닙니다. 이성적인 사람들은 생각하지요. ‘그게 그들에게 무얼 해 줄 수 있지?’라고. 불쌍한 사람들! 그건 그 사람들〔이성적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들〔사랑의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미쳤습니다. 그들의 위胃는 고장이 났어요. 그들은 배가 고프고 정의에 굶주렸습니다. 

 

 

 

저역자 소개

 

저자

시몬 베유 (Simone Weil)

프랑스의 철학자. 1909년 2월 3일 유대인 가족에서 태어나 1943년 8월 24일 영국 켄트주의 애시퍼드Ashford에 있는 요양원에서 죽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랭(에밀 샤르티에)에게 철학을 배웠고 고등 사범 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1931년에 철학 교수 자격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노동 운동을 활발히 펼쳤고, 1934년 12월부터 1935년 8월 말까지 공장 노동을 했으며,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썼습니다. 1936년에는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습니다. 1938년에 신비 체험을 했고, 그 후엔 종교적인 글을 많이 썼습니다. 1940년 9월 마르세유로 이주했고, 1942년 7월엔 뉴욕, 같은 해 12월엔 런던으로 이주해 드골이 이끄는 망명 정부(자유 프랑스)에 참여했습니다. 사후에 출간된 여러 형태의 글이 2차 대전 이후의 지성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총 열여섯 권으로 계획된 전집 가운데 열세 권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역자

이종영

파리 8대학 정치사회학-정치인류학 박사. 『내면으로』, 『영혼의 슬픔』, 『마음과 세계』 등의 저서가 있고, 시몬 베유의 『신의 사랑에 관한 무질서한 생각들』과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등을 옮겼습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신의 본질부터 종교의 타락을 거쳐 20세기의 파국까지

시몬 베유의 최종적인 신학적, 정치적 입장이 담긴 생애 말미의 저술들

 

시몬 베유는 1909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불가지론자에 가까웠고 베유 자신도 청소년기에는 “신이라는 문제를 아예 제기하지 않는 것이 최악을 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나중에 밝히길 그는 항상 “그리스도의 태도를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로” 보았고(『신을 기다리며』), 1930년대 후반에는 그리스도인을 자처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기부터 신학의 문제와 종교사 연구에 전념한 그는 1943년 사망할 때까지 엄청난 양의 기록을 남겼다. 이 원고들 대부분은 생전에 발표되지 않았지만 사후에 여러 경로로 출간되었고, 국내에도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부터 『신의 사랑에 관한 무질서한 생각들』, 『중력과 은총』, 『신을 기다리며』, 『뿌리내림』까지 대표적인 후기 저술이 여럿 번역되었다. 

이제 그의 신학적 사고를 담은 책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죽기 직전인 1942~1943년에 집필한 종교사 및 유럽 문명 관련 글 여섯 편을 묶은 『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가 그 주인공이다. 자신만의 신 개념을 정립한 시점에 쓴 이 글들은 신학적 쟁점들에 대한 베유의 최종적인 확신과 물음 대부분을 전개하고 있다. 앞의 네 편은 그리스도교의 전사(前史)와 역사를 다룬 1942년의 글로, 특히 그리스도교가 타락한 배경을 뒤쫓는다. 뒤의 두 편은 1943년 런던의 프랑스 망명 정부에 속해 일하는 동안 전후 프랑스 사회의 재건이라는 맥락에서 쓴 글이다. 이 글들에서 그는 모두의 영성적 존엄성에 입각한 사회 질서를 스케치한다.

베유는 고등 사범 학교를 졸업한 뒤 한동안 노동 운동에 투신했고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했다. 또 2차 대전이 발발한 뒤에는 프랑스 망명 정부에 합류하는 한편 서양 세계가 맞이한 위기의 근원을 해명하고자 분투했다. 당시 서양은 의회 민주주의의 공허성, 권력자 신을 숭배하는 종교들의 타락, 파시즘의 독재 사이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안긴 절망과 그로부터 피어난 새로운 비전이 이 글들에 새겨져 있다.

 

신은 숨어 있고자 합니다

신은 선한가?

 

베유 신학의 독특성은 그만의 신과 선 개념에서 시작된다. 베유에게 신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다. 이 세계를 창조했지만 군림하지 않고 세계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신이 세계의 왕이길 포기했기에 이 세계는 물질적 메커니즘과 이성적 피조물의 자율성으로 구성될 수 있었고, 베유는 이것이 신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신은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에게 선을 행하길 간청하는 존재다. 그리고 신의 육화이자 신과 인간의 매개자인 그리스도가 성스러운 존재인 것도 바로 이런 포기와 희생의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선한 존재가 되려면 신과 그리스도의 행위를 본받아야 한다. 내가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끈질긴 상상을 탈피해 이 세계의 필연성과 타인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이 사랑은 세계와 타인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아무렇게나, 내게 아무 반작용도 일으키지 않는 투명한 공기처럼 대한다. “힘을 소유한 사람은 아무런 저항도 없는 공간을 걸어” 나가며(「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약자에게 동의를 구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그들을 응시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약자에 대한 동의를 실천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중력과도 같은 힘의 비대칭을 역전시키는 셈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주의(attention)가 이런 관심과 사랑을 가능케 한다.

 

서양이 타락한 뿌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 우상 숭배와저주받아 마땅하다라는 주문

 

신과 선을 이렇게 이해하기 때문에 베유는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교회에 크게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례를 받고 교회의 공식적인 일원이 되어야 할지를 끝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교회 바깥의 그리스도인”으로 남기를 택했다. 이 책 1~2부에 실린 네 편의 글은 베유가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상세히 밝혀 준다.

베유에게 신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며 그가 선한 것은 이 세계에 명령을 내리길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유가 보기에 그리스도교의 신 개념은 처음부터 ‘절대적 권력의 신’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오염되었다. 절대적 권력의 신을 믿는 것은 우상 숭배며, 우상 숭배에 빠져 있는 한 교회도 권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우상 숭배는 개개인이 자아 중심성에서 빠져나오도록 이끌기는커녕 자아를 집단 차원으로 확장해 그 자체 거대한 자아가 된다. 베유는 플라톤의 개념을 빌려 이런 집단주의에 큰 짐승(le Bête)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이 된 그리스도교는 성원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는 한편 교회 내부의 이단을 정죄하고 타 종교를 배척해 왔다. 권력 추구에 따른 이런 억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이 ‘저주받아 마땅하다’(anathema sit)라는 주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모든 민족에 “새로운 소식을 가져다주세요”라고 말했다. 베유는 이 말을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을 다른 나라에 전하고 우정을 쌓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리스도교는 자신의 종교를 세계 도처에 강제로 부과했다.

참된 신앙임을 자처하면서 타자를 박해한 교회의 역사와 반대로 베유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신을 선과 사랑으로서 파악하는 모든 종교 전통의 근본적인 동일성을 단언한다. 그는 예수 이전부터 그리스도교적 내용이 있었다는 것, 계시된 텍스트들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것, 이스라엘 바깥에도 신에 대한 앎과 헌신이 있다는 것, 예수의 복음이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것을 부단히 강조한다. 

이집트 신학, 그리스 신화와 철학, 힌두교, 도교 등 세계 전역의 다양한 종교는 정확히 동일한 가르침을 제시해 왔다. 다만 어떤 종교가 명시적으로 담고 있는 진실을 다른 종교는 암묵적으로만 담고 있을 수 있다. 이 종교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개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종교로부터 배움으로써 신에 대한 앎을 두텁게 만드는 것이다. 

 

유럽에 닥친 정신적 위기의 근원을 찾아 

 

이웃 사랑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 여러 종교 전통의 동일성을 보편주의적으로 확언하는 것은 단순히 신학적인 문제가 아니다. 베유는 이 문제가 당대에 “핵심적이고 긴급하고 실용적인 중요성”을 갖기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기성 교회가 선을 외면하고 권력을 추구하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멀어졌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기 때문이다. 절대적 권력의 신에 대한 우상 숭배로 무장한 큰 짐승, 즉 그리스도교적 서양은 다른 모든 대륙으로 진출해 개종을 강요하고 그곳 사람들의 뿌리를 뽑았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권태와 우상 숭배가 결합해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파국이 펼쳐졌다.

베유는 2차 대전이 “종교 전쟁”이라고 말한다. 교회의 자기 중심성과 ‘저주받아 마땅하다’라는 파문의 논리를 극복하지 못한 후과이기 때문이다. 이 책 3부에 실린 두 편의 글에서 그는 그리스도가 제시한 영성적 질서를 회복하는 길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적 가난’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하며 정의(正意)를 사회 구성원들이 실천해야 한다. 그에게 정의란 “동의의 능력을 지상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자가 약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사랑의 광기”가 필요하다. 중력을 거스르는 이 광기야말로 베유가 가고자 했던 길이자 그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남기는 까닭일 것이다.

시몬 베유는 노동자들의 고통, 전쟁 발발과 파시즘의 부상을 겪으며 종교적 전환을 감행했다. 하지만 이 책을 비롯한 그의 모든 저술에서 드러나듯 이는 세속적인 문제에 초연해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이 전환 전후로 그의 구체적인 생각과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달라진 것은 믿음과 소명의 지반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비판은 오히려 세계 안에 더욱 확고히 뿌리내리기 위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베유가 분별한 권태와 우상 숭배의 결합은 오늘날 더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베유의 다른 작업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과거의 서양 문명과 종교가 정말로 선과 정의를 원했던 것인지, 지금 우리는 이에 다다르기 위한 사랑과 동의를 실천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자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 시몬 베유 (Simone Weil)

옮긴이 : 이종영

펴낸곳 : 리시올

분야 : 철학, 종교

크기 : 128×2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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