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긴 거, 감자, 고구마, 콩나물 국밥

양말 긴 거, 감자, 고구마, 콩나물 국밥

2017년 3월 초, 엄마가 폐암을 진단받은 후부터 달라진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다 나으셨을 때 함께 돌아보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고, 글은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기억마저 흐려지겠다 싶어 글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을 진행할수록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 되었습니다. 글을 정리하기 전에는 엄마를 생각하는 것이 마치 뜨겁게 데워진 냄비 뚜껑에 손을 대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제는 그 때보다는 담담하게 엄마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저와 제 주변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누구나 각자의 사랑하는 사람을 한번쯤 떠올리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 더 생각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 속의 문장

'슬픔이 슬픔을 부르고 있다.' 

'아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아픔을 나눌 방법이 없다. 반의 반도.'

'엄마를 놓아드리면서도 놓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놓지 않는 것이 우리의 욕심인가 하는 생각이 뒤엉켰다.'

'엄마를 생각하는 건 잔뜩 흔든 콜라병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 혹은 뜨거운 냄비 같다. 조금 열어보다가 뭔가 잔뜩 쏟아져 나올까봐 겁이 나 다시 닫아버리게 된다.'

'엄마와의 대화,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보고 듣고 생각할 때마다, 나는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는 바다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바다에 떠있단걸 알게 된 이후로, 가만히 있으면 바다에 먹혀버릴 것 같았다. 살고 싶어 허우적댔다. 깊은 바다에서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허우적대며 현실을 다시 붙잡으려고 애썼다.'

'선생님은 내게, 엄마는 내가 미안해하는 걸 바라지 않으실 것이며 하나도 안 서운해하실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때는 그 말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미안한걸....' 하는 마음이 있었다.'

저자 소개

황민혁

생각이 달라진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물을 담은 사진집 '물-씬'을 출간했습니다.

사진집을 출간했을 때만 해도 더 이상의 출간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기억을 글로 담은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보통의 삶에서 담아낼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을 찾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갑니다.

저자: 황민혁

판형: 135*200 mm

페이지: 284페이지 

제본: 무선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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