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3)

17,000원
저자 : 이렌 네미롭스키
번역 : 이상해
쪽수 : 304쪽
크기 : 130 * 188 * 24 mm
국내도서 > 소설 > 프랑스소설 > 프랑스고전소설
ISBN : 9791191861242
출간일 : 2023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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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3)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 대하소설 〈프랑스풍 조곡〉을 기획했다. ‘몇 개의 소곡 또는 악장을 조합하여 하나의 곡으로 구성한 복합 형식의 기악곡’이라는 ‘조곡(組曲)’의 정의처럼, 네미롭스키는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모델로 삼아 리듬과 어조가 가기 다른 다섯 이야기로 구성된 1000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을 쓰고자 했다. 작가는 계획한 대로 1부와 2부에 해당하는 『6월의 폭풍』과 『돌체』를 성실히 써냈지만, 작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면서 3부 ‘포로’는 대략적인 줄거리만이, 4부와 5부는 ‘전투’, ‘평화’라는 제목만이 남았다. 2014년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스윗 프랑세즈〉는 두 번째 이야기인 『돌체』를 각색한 작품이다.

 

레모에서 출간한 『6월의 폭풍』과 『돌체』는 프랑스에서 출간 직후 번역한 원고를 18년 만에 번역자가 전면 재검토하여 새롭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으로 구성한 것이다. ‘조곡’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각각의 작품 속에 개별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처럼 『6월의 폭풍』과 『돌체』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이, 네미롭스키가 펼쳐 놓은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다양한 계층의 프랑스인들의 삶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이렌 네미롭스키

 

이렌 네미롭스키(Irène Némirovsky)는 1903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불행하고 외로웠다. 금융가였던 아버지는 늘 사업으로 바빴고, 어머니는 어린 이렌을 유모에게 맡기고 자신의 삶을 누렸다. 이 시절 이렌은 절망에 맞서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키웠으며, 이러한 모녀 관계는 이후 그녀의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이렌과 가족들은 유대인 박해를 피해 은둔 생활을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러시아를 떠난다. 이후 파리에 정착한 이렌은 소르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1923년에는 첫 작품 『오해Le malentendu』를 익명으로 발표했으며, 1929년에는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 골더David Golder』를 발표해 문단의 호평을 받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1942년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전쟁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 『프랑스풍 조곡Suite Francaise』을 집필했는데, 이 작품은 후에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딸에게 발견되어 2004년에 출간되었다. 『프랑스풍 조곡』은 출간과 함께 르노도 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는 르노도상 제정 이후 최초로 작가의 사후에 수여된 것이다. 『프랑스풍 조곡』은 또한 영미권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영화로도 재탄생되었다. 이 작품의 성공이 계기가 되어 네미롭스키의 다른 작품들 역시 활발히 재조명되고 있다. 네미롭스키는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엄청난 창작열로 상당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는 『데이비드 골더』, 「무도회」, 『개와 늑대Les Chiens et Les Loups』, 『제자벨 Jézabel』, 『프랑스풍 조곡』 등이 있다.

 

 

 

번역자 소개

 

이상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릴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과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측천무후』로 제2회 한국 출판 문화 대상 번역상을, 『베스트셀러의 역사』 로 한국 출판 평론 학술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미셜 우엘벡의 『어느 섬의 가능성』, 아멜리 노통브의 『너의 심장을 쳐라』, 『추남, 미녀』 『느빌 백작의 범죄』, 『샴페인 친구』, 『푸른 수염』, 『머큐리』,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델핀 쿨랭의 『웰컴 삼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지옥 만세』, 조르주 심농의 『라프로비당스호의 마부』, 『교차로의 밤』, 『선원의 약속』, 『창가의 그림자』, 『베르주라크의 광인』, 『제1호 수문』, 피에레트 플뢰티오의 『여왕의 변신』, 이렌 네미롭스키의 『무도회』, 『뜨거운 피』 등이 있다.

 

 

 

목차

 

편집자의 말 7

6월의 폭풍 15

 

 

 

추천사

 

뉴욕 타임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길고 기 여정을 알고 나면, 누구나 경이로움과 경이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뉴욕 타임스

전쟁이 빚어낸 가장 인간적이며 예리한 소설

 

미쉘 윌리엄스 (<스윗 프랑세즈> 주연)

이렌 네미롭스키의 삶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한없이 벅차오른다.

 

드니즈 엡스타인 (이렌 네미롭스키 딸)

제게 가장 큰 기쁨은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의 어머니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이 책의 출간은 나치가 진정으로 어머니를 죽이지 못했다는 방증입니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라 승리입니다.

 

 

 

책 속으로

 

마들렌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목이 그때까지 자유롭고 떳떳했던 마들렌을, 앞에서는 살살거리며 비위를 맞추다가도 문이 닫히면 시어머니가 하듯 “다 뒈져버려라!”라고 욕을 하며 침을 뱉는 술수와 신중함, 두려움으로 가득한 일종의 노예로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58쪽)

 

사람들은 병사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첫날 보았던 이름 모를 군인들이 아니었다. 파도가 자기만의 모습을 갖지 못하고 앞서거나 뒤따라오는 파도들과 뒤섞이는 것과 비슷하게, 서로 전혀 구별되지 않는 똑같은 모습으로 꾸역꾸역 밀려들던 녹색 군복의 물결이 아니었다. 이제 병사들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68쪽)

 

떠날 때와 똑같은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도 있지만, 떠날 때와는 달라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도 있다고 뤼실은 생각했다. (106쪽)

 

가식도, 에두름도, 뉘앙스도 없이 사랑하고 증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107쪽)

 

인간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만큼 한결같은 건 없다. (107쪽)

 

전 그 사람이 옳다고 생각해요. 여긴 전쟁터가 아니잖아요. 마음속 깊숙한 곳에는 무슨 감정을 품고 있든, 적어도 겉으로는, 어째서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면 안 되죠? 이 상황에는 뭔가 비인간적인 게 있어요. 왜 그걸 그렇게 과장하시죠? 그건… 그건 합당하지 않아요. (109쪽)

 

자작 부인은 ‘우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값싼 이기주의로 인해, 우리가 말기 폐결핵 환자에게 아무런 악의 없이 진솔하게 밝힌 심정은 - “정말 안됐군요. 전도 어떤 고통인지 알아요. 저도 삼 주 전부터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거든요.” - 순식간에 변질되고 마는 법이다.) (114쪽)

 

“또 야간 훈련이에요? 벌써 연달아 사흘짼데…” 때로는 동틀 무렵에 돌아오는 부대를 보며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덥고 피곤하겠구먼, 잘 됐다, 요 녀석들아!”라고 말하고, 또 때로는 그들이 독일군이라는 사실을 잊고 일종의 모성애를 느끼며 “불쌍한 녀석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구먼…” 이라고 말하며 적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마르트가 말했다. (130쪽)

 

그리고 그 삶은 절 사랑해요… 아, 숱한 남자들에게 속아봤기에 전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확신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제게 ‘독일군은 결국 독일군일 뿐이야’라고 말해도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142쪽)

 

뤼실은 생각했다. ‘개인이냐 공동체냐?... 오! 맙소사! 이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니야. 새로 발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지난 전쟁 때 무려 이백 만에 달하는 우리 프랑스인들이 그 ‘벌집 정신’에 희생된 거야!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어갔어… 그리고 이십오 년 후에 다시… 어쩜 이렇게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벌집과 사람들의 운명을 지배하는 법칙들이 있는 거야, 그뿐이야! 사람들의 정신 자체가 우리를 벗어나는 법칙에,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변덕에 지배당하고 있는 거야.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또 너무나 부조리해… 하지만 확실한 건 오 년, 십 년 혹은 이십 년 후에는 그가 말한 우리 시대의 문제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다른 문제들로 대체되겠지… 반면에, 이 음악, 유리창을 때리는 이 빗소리, 맞은편 정원의 삼나무가 비를 맞으며 내는 저 음산한 소리, 전쟁 한가운데에서 맛보는 이 달콤하고 낯선 시간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거야… 이건 영원해…’(156-157쪽)

 

“부인, 남쪽 대양에서 부는 태풍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태풍은 일종의 원을 형성하는데요. 제가 책에서 읽은 것을 잘 이해했다면 말입니다. 가장자리에는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지만, 중심은 새나 나비가 아무런 낌새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고요하다고 합니다. 주변 세상이 미친듯한 폭풍우에 온통 뒤집히고 있는데, 그들 날에게는 바람한 점 느껴지지 않는 거죠. 이 집을 보세요! 프로티냥 와인과 비스킷을 즐기고 있는 우리를 보고,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세요!.” (160-161쪽)

 

그러고는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포로로 잡혀간 가족이 있어서가 아니라 - 그녀는 남편이나 아들을 전장에 보낼 나이를 이미 오래전에 넘어섰다 - 편견이 정열보다 더 오래가는 법이기에, 그리고 그녀가 애국자이고 감정적이었기에. (194쪽)

 

사람은 늘 자신을 척도로 삼아 남을 판단하기 마련이다. 인색한 자의 눈에는 이해를 쫓는 사람들만, 음란한 자의 눈에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만 보이는 법이다. 앙젤리에 부인에게 독일군은 남자가 아니라 잔인함, 사악함, 증오심의 화신이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었다. (198쪽)

 

그것은 상상이 아니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것이 현실 속에서 앙젤리에 부인에게 되돌아왔다. 그 무엇도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부재, 심지어 죽음조차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었다. (203쪽)

 

인민은 볼셰비키로 변해갔다. 자작 부인은 전쟁에 패한 것이 그들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그들을 위험한 오류에서 벗어나게 해줄 거라고, 또다시 그들의 지도자들을 존경하게 해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천만에!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다루기 힘들었다. (214쪽)

 

사람들을 갈라서가나 뭉치게 만드는 건 언어와 법, 풍습, 원칙이 아니라 칼과 포크를 쥐는 공통된 방식이었다! (219쪽)

 

전쟁의 광경들, 침울한 이미지들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심란한 장면들이 뤼실의 가슴을 찢어 놓았고 뤼실에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행복? 오, 하느님 맙소사! ‘그래 맞아, 전쟁 때문이야. 포로, 과부, 가난, 굶주림, 점령, 이게 다 전쟁 때문이야. 그런데 그다음엔? 난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 존중받아 마땅한 친구, 책, 음악, 우리의 긴 대화, 숲속의 산책... 그것들을 죄로 만드는 건 바로 전쟁, 모두의 불행 탓이야. 그 사람 역시 나처럼 아무 책임도 없어! 우리 잘못이 아니야. 제발 우릴 가만히 좀 내버려뒀으면... 가만히 좀 놔뒀으면!’ 가끔 뤼실은 자신이 마음속으로 남편, 시어머니, 사람들의 시선, 브루노가 말한 그 ‘벌집 정신’에 대해 자신이 그와 같은 반항심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두려웠다. 알지 못하는 목적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무리, 뤼실은 그것을 증오했다. (230쪽)

 

‘어느 누구에게도! 이건 다른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이야! 그들이야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서로 증오하고 싶으면 증오하라지! 그 사람의 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예전에 서로 싸웠건, 그 사람이 직접 내 남편을 포로로 만들었건 (내 불행한 시어머니를 사로잡고 있는 생각), 그게 무슨 상관이지? 브루노와 나는, 우리는 친구야.’ (231쪽)

 

전쟁... 그래, 우린 그게 뭔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점령이 더 끔찍해. 그들에게 익숙해지니까. 사람들은 “알고 보니 그들도 우리와 똑같아”라고 말하지. 천만에, 그건 사실이 아니야. 우린 화해가 불가능한 별개의 두 종족, 영원한 적이야. (250쪽)

 

앙젤리에 부인은 피아노 소리나, 악보의 한 소절을 흥얼거리는 독일군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자주 들었다. 피아노라니? 저 인간이 어떻게 음악을 사랑할 수 있지? 음 하나하나가 팽팽하게 당겨진 그녀의 신경을 건드려 신음을 토해내게 했다. 그들은 아름다운 여름밤을 즐기기 위해 서재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고, 앙젤리에 부인은 바로 위의 창문으로 몸을 내밀어서 그들이 나누는 긴 대화가 희미하게 메아리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차라리 나았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나 뤼실의 웃음소리(웃다니! 남편이 포로로 잡혀갔는데 웃다니! 음탕하 것, 짐승 같은 것, 천박한 영혼!)가 차라리 나았다. 무엇이든 음악보다는 나았다. 음악은 언어나 풍습의 차이를 넘어 두 존재의 내면에 있는 파괴할 수 없는 어떤 것에 가닿기 때문이었다. (253쪽)

 

“저희가 도착한 바로 그날, 사령부에 익명의 편지들이 가득 든 상자 하나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영국군과 드골주의자들의 선전물을 갖고 있다느니, 금지된 물품들을 감춰뒀다느니, 연합군의 스파이라느니 하는, 주민들이 서로를 밀고하는 편지였죠. 그것들을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가는 이 마을 사람 모두를 감옥에 가둬야 할 지경이었어요! 그래서 전 그것들을 모두 태워버리게 했죠. 사람들의 심지라는 게 별것이 아니에요. 패배가 그들 내면에 있는 가장 저열한 것을 일깨운 거죠. 예전에 독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어요.”(261쪽)

 

뤼실과 브루노는 석 달 전부터 여러 차례 함께 산책했지만, 사랑을 속삭이기에 알맞은,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은 처음이었다. 그들은 둘 다 자신들의 모습이 아닌 것을 잊으려 애썼다. ‘그건 우리와는 관계가 없어. 우리 잘못이 아니야. 남자와 여자의 마음속에는 죽음도 전쟁도 없는, 야수와 암사슴들이 어울려 평화롭게 뛰노는 일종의 에덴동산이 남아 있어. 천국을 되찾으려는 것뿐이야. 그것이 아닌 모든 것에 눈을 감는 것뿐이야. 우린 한 남자, 그리고 한 여자야. 우린 서로 사랑해.’ (276쪽)

 

그들이 떠난다!마을 사람들은 며칠 전부터 독일군의 출발을 기다렸다. 부대가 러시아 전선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알린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 그 소식에 프랑스인들은 묘한 눈길로 그들을 관찰했다. (“떠나게 되어 기쁜 걸까, 아니면 불안한 걸까? 그들이 패배할까, 승리할까?”) 독일군도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해보려고 애썼다. 저 사람들은 우리가 떠나는 걸 기뻐하고 있을까? 마음속으로는 우리가 모두 죽기를 바라고 있을까? 그중 몇몇은 그래도 우리를 가엾게 여겨줄까? 우리가 떠나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까? 독일군이나 점령군으로서가 아니라(독일군들은 그런 질문을 할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았다), 지난 석 달 동안 같은 지붕 아래에서 생활했고, 아내 혹은 어머니의 사진을 보여주었으며, 함께 술잔을 기울인 파울, 지그프리트, 오스발트를 마을 사람들은 그리워할까? 하지만 프랑스인들과 독일인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293-294쪽)

 

 

 

출판사 서평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 대하소설 〈프랑스풍 조곡〉을 기획했다. ‘몇 개의 소곡 또는 악장을 조합하여 하나의 곡으로 구성한 복합 형식의 기악곡’이라는 ‘조곡(組曲)’의 정의처럼, 네미롭스키는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모델로 삼아 리듬과 어조가 각기 다른 다섯 이야기로 구성된 1000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을 쓰고자 했다. 작가는 계획한 대로 1부와 2부에 해당하는 『6월의 폭풍』과 『돌체』를 성실히 써냈지만, 작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면서 3부 ‘포로’는 대략적인 줄거리만이, 4부와 5부는 ‘전투’, ‘평화’라는 제목만이 남았다. 2014년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스윗 프랑세즈〉는 두 번째 이야기인 『돌체』를 각색한 작품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적처럼 소생한 고전

 

1942년 아우슈비츠에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렌 네미롭스키는 다섯 권으로 기획한 〈프랑스풍 조곡〉을 끝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작가는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에 원고가 든 가방을 출판사에 맡겼고, 출판사에서는 작가의 두 딸에게 가방을 전달했다. 어린 두 딸은 전쟁 동안 힘겹게 숨어 지내면서도 엄마의 가방을 끝까지 지켰다. 가방 속 노트에는 엄마의 일기가 적혀있을 것이라 믿었던 딸들은 그 가방을 열기가 두려웠다. 마침내 가방이 열리고 엄마의 일기일 것이라 생각했던 노트는 〈프랑스풍 조곡〉이라는 대작의 원고였고, 엄마가 퇴고하지 않은 책을 출간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두 딸은 출간을 망설였다. 하지만 출판사의 제안으로 2004년 기적적으로 출간되었다. 원고 집필 이후 62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프랑스풍 조곡〉은 최초로 작가 사후에 르노도상을 수상했다.〈프랑스풍 조곡〉은 영어권에서 번역서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230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고전으로 자리했다.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이렌 네미롭스키 대표작

 

레모에서 출간한 『6월의 폭풍』과 『돌체』는 프랑스판 출간 직후 번역한 원고를 18년 만에 번역자가 전면 재검토하여 새롭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으로 구성한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면 언어 또한 변하기 마련이기에, 오늘의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도록 원고를 세심하게 교정하고 편집하였다.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의 첫 권 『무도회』에서 날카롭게 드러난 삶의 아이러니가, 전쟁이라는 참사 속 다양한 사회 계층의 인간 군상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작가에게 다가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사이렌이 울리던 새벽, 무슨 생각을 했나요?

 

이제 독일 점령 치하의 1940년 프랑스로 떠나보자. 독일군이 몰려와 다양한 계층의 파리지앵들이 남쪽으로 피란을 떠난다. 독일군이 주둔하게 된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는 운명적인 사랑이 싹튼다. 어쩌면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으며 작가가 쓴 이야기와 쓰지 못한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과 전쟁 앞에 선, 너무나 하찮아 보이는 사랑에 대하여. 10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쓰고자 했던 이렌 네미롭스키의 원대한 계획은 결국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며 미완으로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미완의 소설을 읽는 것으로 작가의 꿈을 완성한다.

 

이제 사이렌이 울리던 그날 새벽, 당신이 생각했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다.

 

 

 

 

 

 

 

저자 : 이렌 네미롭스키

번역 : 이상해

쪽수 : 304쪽

크기 : 130 * 188 * 24 mm 

국내도서 > 소설 > 프랑스소설 > 프랑스고전소설

ISBN : 9791191861242

출간일 : 2023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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