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인간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첫머리부터 이런 문장을 제시하는 사람의 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 프랑스 저널 「렉스프레스」
‘보뱅만의 스타일이 있다. 단어가 주는 기쁨과 단어가 전달하는 빛으로 문학을 대하는 것이다.’라고 벨기에 시인이자 갈리마르의 편집자인 가이 고페트(Guy Goffette)는 말했다. 『환희의 인간』은 영혼으로 이끄는 가장 단순한 길을 거쳐 본질 안으로 곧장 들어간다.
- 프랑스 저널 「르몽드」
침묵에 귀를 기울이고 아름다움을 숨죽여 기다리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선택한 단어들로 일상의 한순간을 빚어내 선사하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 『환희의 인간』이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환희의 인간』은 일상의 소소한 풍경 속 마주하는 기적과 예술과 예술가, 책과 꽃, 상징적인 인물, 환상, 그리워하는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서문을 포함한 열일곱 개의 짧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 사이에 놓인, 손으로 쓴 짧은 단락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 안에는 깊은 사유와 휴머니티가 전작 『작은 파티 드레스』에서도 보여주었던 보뱅만의 맑고 투명한 문체 안에 압축되어 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일상을 달리 보는 시인의 시선은 이 서로 다른 텍스트들을 하나로 묶는다.
결국 이 이야기들을 통해 보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작아서 말로 하면 훼손될 위험이 있는 어떤 것’이고, ‘결코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며 ‘순수하지 않은 것 사이에서 꽃을 피우는 순수함’인데, 다시 말하자면 그것은 ‘서투름으로 붉어진 상처 입은 삶’이고, 보뱅은 그것만큼 진실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출판사 서평
보뱅은 책이 한 장 한 장 진행될 때마다 ‘불확실함을 견디고 주저함에 미소지으며, 다른 모든 것은 잊은 채로 우리 안의 희미한 생의 움직임에 주의하는’ 사람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어린아이일 때 눈이 내린 풍경을 모두 검게 칠했던 술라주를 비롯해 음악만을 남기기 위해 캐나다로 떠난 굴드, 재킷의 안주머니에 바스락거리는 영원을 넣고 불씨와 함께 달리던 파스칼, 신성한 삶이 차갑게 굳지 않도록 마주 본 채 대화 같은 연주를 하던 메뉴인과 오이스트라흐, 불안이 너무 커 침대 머리맡에 ‘영원한 것’을 두던 광인 바흐. 불안과 고요, 침묵과 삶, 사랑과 고통이 하나의 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생생히 증명해내고 있는 이 사람들의 희미하고 환한 얼굴에 보뱅이 사랑했던 여자, ‘지슬렌’의 얼굴 역시 언뜻 겹쳐진다. – (옮긴이)
이들을 바라보며 결국 보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작아서 말로 하면 훼손될 위험이 있는 어떤 것’이고, ‘결코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며 ‘순수하지 않은 것 사이에서 꽃을 피우는 순수함’이다. 말하자면 ‘서투름으로 붉어진 상처 입은 삶’인데, 보뱅은 그것만큼 진실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보뱅의 시적인 문장들에는 언제나 ‘섬세한’ ‘부드러운’ ‘맑고 투명한’과 같은 형용사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보뱅은 이 모든 것이 깊은 어두움에서부터 나온 글임을 고백한다. ‘죽음을 말할 때도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그리움의 정원에서』, 1984Books)고도 말한 바 있다. 죽음의 어둠을 뚫고 나온 푸르름. 세상에 만연한 고통과 아픔, 사랑하는 이들의 떠남과 부재, 그 어둠과 죽음 속에서도 미소와 웃음을 이끌어내는 보뱅의 문장들은 우리가 언젠가 잃어버린 ‘주머니에서 떨어진 금화와 같은 하늘의 푸르름’을 우리에게 돌려준다.
“나는 페이지마다 하늘의 푸르름이 스며든 책만을 좋아합니다. 죽음의 어두움을 이미 경험한 푸름 말이에요. 나의 문장이 미소 짓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어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한없이 끌어당기는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이 미소를 얻었어요. 당신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금화와 같은 이 하늘의 푸르름을 나는 글을 쓰며 당신에게 돌려드리고 있답니다. 이 장엄한 푸름이 절망의 끝을 알려주며 당신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 「서문」 중에서
이 책을 ‘설명으로는 결코 이해시킬 수 없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진정한 깨달음의 빛은 누군가가 결정할 수 없는 내적 분출인 영감에서만 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읽어주시기를 그리고 당신 안에 깃드는 영감과 마주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책 속의 문장
나는 페이지마다 하늘의 푸르름이 스며든 책만을 좋아합니다. 죽음의 어두움을 이미 경험한 푸름 말이에요. 나의 문장이 미소 짓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어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한없이 끌어당기는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이 미소를 얻었어요. 당신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금화와 같은 이 하늘의 푸르름을 나는 글을 쓰며 당신에게 돌려드리고 있답니다. 이 장엄한 푸름이 절망의 끝을 알려주며 당신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21
한 부인이 자기 아이가 네 살 때부터 술라주의 그림을 좋아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그 아이와 비슷한 나이 때 술라주는 눈이 내린 풍경을 모두 검게 칠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아이를 이해한다. 어린아이였던 술라주도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설명할 수가 없다. 설명으로는 결코 이해시킬 수 없다. 진정한 깨달음의 빛은 누군가가 결정할 수 없는 내적 분출인 영감에서만 올 수 있는 것이다. -40
우리는 말을 할 때 바로 그 말속에 머물며, 침묵할 때면 바로 그 침묵 속에 머문다. 하지만 음악을 연주할 때는 그 자리를 정리하고 벗어나, 말과 침묵의 고역에서 해방된 희미한 선율 속으로 멀어져 간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채 멀어져 가는 한 젊은 남자처럼, 우리도 멀어져 간다. 목적지를 안다면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음악 안에 있다는 건 사랑 안에 있는 것과 같다. 연약한 인생의 오솔길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는 A라는 점에서 B라는 점으로, 한쪽 빛에서 다른 쪽 빛으로 건너간다.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그사이 어디쯤에 우리가 있다. 불확실함을 견디고 주저함에 미소지으며, 다른 모든 것은 잊은 채로 우리 안의 희미한 생의 움직임에 주의하면서 말이다. -54
너와 함께 글을 쓴다. 밤과 낮의 단어들, 사랑의 기다림과 사랑의 단어들, 절망과 희망의 단어들. 나는 너와 함께 이 단어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본다. 우리만이 알고 있는 이 깨달음 속에서 글을 쓴다. -77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81
단 한 편의 시라도 주머니에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읽고, 쓰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는 삼위일체다. -84
우리는 죄로 붉게 물든 두 손으로 삶을 헤쳐나간다. 죽음의 홍수가 그 손을 하얗게 하리라. -116
크리스털 잔이 싱크대에서 깨지고 손가락에 핏방울이 맺힌다. 핏방울. 살갗이라는 하늘에 걸린 빨간 구름, 살아있는 자가 중얼거리는 한 편의 시. 짐승과 구름 그리고 접시는 삶이 주는 커다란 충격을 알고 있다. 그들의 우수, 그들의 흩어짐, 그들의 이가 빠진 테두리가 그것을 증명한다. 나는 쇠똥, 종이로 된 책 그리고 손으로 하는 설거지를 신봉한다. 서투름으로 붉어진, 상처 입은 삶만큼 진실한 것을 본 적이 없다. -128
우리는 때때로 멀리서부터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그 거대한 검은 파도 위에서 한 걸음 나아가지만, 그러나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골길을 걷고, 책을 펼치고, 장미가 꽃을 피우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무엇이 의미 있는 일이겠는가? -169
나는 하늘의 푸르름을 바라본다. 문은 없다. 아니면 오래전부터 문은 이미 열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이 푸르름 안에서 꽃의 웃음과 같은 웃음소리를 듣는다. 곧장 나누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그 푸르름을, 당신을 위해 여기 이 책 속에 담는다.
추천사
‘보뱅만의 스타일이 있다. 단어가 주는 기쁨과 단어가 전달하는 빛으로 문학을 대하는 것이다.’라고 벨기에 시인이자 갈리마르의 편집자인 가이 고페트(Guy Goffette)는 말했다. 『환희의 인간』은 영혼으로 이끄는 가장 단순한 길을 거쳐 본질 안으로 곧장 들어간다.
- 프랑스 저널 「르몽드」
크리스티앙 보뱅은 어떤 꼬리표로도 가둘 수 없는 작가이다.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첫머리부터 이런 문장을 제시하는 사람의 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보뱅식 마법이 있다. 사소한 디테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선택된 단어, 어둠과 죽음 속에서도 이끌어낸 미소와 웃음으로 이루어지는 마법이. “나의 문장이 미소 짓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어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라고 그는 고백한다. 그의 작품은 그가 ‘멜랑콜리’라고 이름 붙인 천사와의 투쟁이다. 글쓰기 덕분에, 그는 그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우리 독자들은 그를 믿을 수 있다.
- 프랑스 저널 「렉스프레스」
우리는 손에 펜을 들고 보뱅의 글을 읽는다. 문장을 옮겨 적고, 밑줄을 그어가며, 그렇게 천천히 읽는다. 문단의 끝에서 잠시 멈춰 책을 내려놓고 산책을 하며 잿빛 아스팔트와 일상의 연기 속에서 마침내 삶을 느낀다.
- 저널리스트, 문학평론가, ‘프랑수아 부넬’
그는 일상의 기계적인 반복에 사로잡힌 우리들이 보지 않거나 더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진정한 시인이다.
- 프랑스 저널 「르피가로」
일상을 시로 바꾸는 데 있어서 보뱅을 따라올 자는 없다. 유행과는 거리가 먼, 분류할 수 없는 이 작가는 동사의 수정 같은 투명함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는 침묵에 귀를 기울이고 아름다움을 숨죽여 기다리며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 단어를 선택한다. 그 단어들이 가진 단순함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 매거진 「프랑스 뮤튜엘」
작가 소개
크리스티앙 보뱅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동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의 문단, 언론, 독자들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며 사랑 받는 작가. 1951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크뢰조에서 태어났다. 평생 그곳에서 글쓰기를 하며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고독한 작가다. 대학에서 tpourpre』를 출간했고 아시시의 성인 프란체스카의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가난한 사람들Le Très-Bas』이라는 작품으로 세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상, 되마고상 및 가톨릭문학대상, 조제프 델타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옮긴이 소개
이주현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고등국립학교에서 PSL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며 기업과 정부 및 사회 기관에서 통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서문 - 15p
마리아예요 - 27p
술라주 - 35p
저항할 수 없는 - 47p
왕자 - 65p
푸른 수첩 - 73p
협죽도 - 79p
사자상 머리 - 91p
금빛 눈동자 - 99p
새로운 삶 - 111p
삶의 손길 - 123p
살아있는 보물 - 131p
멈춰있는 순간들 - 143p
천사보다 나은 - 155p
작은 숯 - 165p
반환 - 171p
열쇠 꾸러미 - 181p
환희의 꽃, 환희의 설거지 (추천사) - 191p
지은이: 크리스티앙 보뱅
옮긴이: 이주현
출판사: 1984BOOKS
분야: 프랑스 문학, 에세이
페이지: 200 pages
사이즈: 120mm x 205mm
제본: 무선제본
ISBN: 9791190533102 (03860)
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초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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